우리 마음 속 단어의 의미: 단어와 어휘

갈등하는 번역 온라인레슨 1

[갈등하는 번역 1. 사전찾기의 기술: 우리 마음 속 단어의 의미]에서 자세한 설명과 예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매주 한 편씩 [갈등하는 번역] 내용을 읽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블로그 레슨을 연재할 계획입니다. 이메일구독을 신청하거나 페이스북, 트위터를 팔로우하면 새로운 글을 좀더 쉽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1번 번역가’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사전을 찾았을 때 무조건 맨 앞에 나오는 의미풀이를 사용해 번역하는 사람을 출판편집자들 사이에서 우수갯소리로 부르는 말입니다.

번역을 조금 해본 분들이라면, 사전은 반드시 참고해야 하지만 사전의 의미풀이에 너무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겁니다. 사전에 등장하는 단어로만 번역을 해서는 어색한 번역문이 나오는 경우가 많죠.

그 이유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고 인식하는 낱말은 단어가 아니라 어휘이기 때문입니다. 단어와 어휘는 무엇이 다를까요?

  • 단어word: ‘그 자체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언어의 최소단위’. (단어는 형태소morpheme로 세분화되기도 한다). 단어의 의미는 사전에서 찾을 수 있다.
  • 어휘lexis: 우리 머리 속에 있는 ‘어휘집lexicon’ 안에 패턴화되어 저장되어 있는 의미단위. 어휘의 의미는 사람들의 언어사용패턴을 관찰하여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누군가 ‘평화’라는 낱말을 발화했다면 우리는 그 순간 다음과 같은 개념과 정보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1. ‘안정’, ‘안전’, ‘화목’, ‘화합’과 같은 비슷한 개념들은 물론 ‘전쟁’, ‘불안’, ‘혼란’과 같은 대립되는 개념들
  2. 문법적으로는 ‘명사’이기 때문에 이 말 다음에는 ‘~는’, ‘~가’, ‘~를’, ‘~로운’, ‘~롭게’, ‘~적으로’ 같은 조사와 ‘~통일’, ‘~공존’, ‘~유지’, ‘~문제’, ‘~시장’과 같은 명사들이 쉽게 따라붙는다는 사실
  3. ‘평화’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상황이나 장소. 즉, 발화빈도.

이 모든 정보가 평화라는 ‘어휘’의 의미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평화’라는 낱말을 선택하거나 인식할 때 이 모든 정보를 –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 고려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실제로 사용하는 낱말은 단어가 아니라 어휘다’라는 말의 뜻입니다.

이러한 어휘의 의미를 사전에 모두 담을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더욱이 위에서 볼 수 있듯이 대다수 의미들은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어휘의 의미는 고정적이지도 않습니다. (예컨대 ‘평화시장’ 같은 어휘패턴은 발화빈도가 점차 줄어들고 있죠.)

중요한 사실은, 외국어를 배울 때는 학습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단어’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러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낱말은 어휘라는 사실입니다. 원문에 원저자가 선택한 낱말들은 물론, 번역문을 만들어내기 위해 번역자가 선택하는 낱말 역시 모두 어휘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어휘의 의미를 어떻게 다 파악할 수 있을까 겁이 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세 가지 의미만 고려하면 어휘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휘의 의미

  • 기본의미: 어휘 자체가 갖는 의미로 대부분 사전에 나온다(=단어). 어떤 대상을 지시하거나 묘사하는 명제적 의미와 말하는 사람의 느낌, 감정, 태도를 드러내는 표현적 의미로 구분할 수 있다.
  • 패턴의미: 어떤 어휘가 나타나면 우리는 그 어휘 앞뒤에 어떤 어휘가 나타날 수 있는지 예상하고 기대한다. 즉 ‘함께 발생할 수 있는 어휘의 종류를 제약하는 의미’다. (위에서 2번)
  • 연상의미: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그 어휘가 사용되는 방식으로 인해 연상되는 의미다. 예컨대 어떤 어휘를 들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어떤 사람들이 자주 쓰는지, 또는 어떤 상황에서 자주 쓰는지 안다. (위에서 3번)

다음 레슨에서는 ‘명제적 의미’와 ‘표현적 의미’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By | 2017-02-15T13:23:37+00:00 2015년 12월 31일|Categories: 갈등하는 번역, 온라인 번역레슨|Tags: |0 Comments

About the Author:

번역가. 영국 버밍엄대학 대학원에서 번역학을 공부했다. 2003년부터 출판기획, 편집, 저술 등 활동을 하면서 40여 권의 책을 번역하였다. 출판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한 번역강좌를 하고 있으며, 기능주의 번역이론을 바탕으로 번역훈련방법을 설명하는 [갈등하는 번역]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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