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이 맞는 어휘들: 선택적 제약과 연어적 제약

갈등하는 번역 온라인레슨 5

이 레슨은 [갈등하는 번역 3. 궁합이 맞는 어휘들: 한국어의 맛을 내는 콜로케이션]에서 다루는 내용을 설명합니다.

언어마다 어떤 의미를 표현할 때 선호하는 어휘의 조합방식이 있습니다. 이러한 선호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선택적 제약selective restriction: 명제적 의미에 따른 어휘조합의 제약. 예컨대 ‘습한 마이시강’은 ‘습하다’라는 어휘의 명제적 의미와 ‘강’이라는 어휘의 명제적 의미가 함께 어울릴 수 없다. 우리는 ‘습한’ 다음에 ‘공기’, ‘바람’, ‘날씨’, ‘공간’과 같이 물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대상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2. 연어적 제약collocational restriction: 명제적인 관계와 무관하게 언어사용공동체의 관습적인 언어사용방식에 따른 어휘조합의 제약. 예컨대 ‘더위를 무시하다’와 같은 표현이 어색하게 들리는 이유는 한국어문화에서 이러한 어휘조합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휘를 선택할 때는 언제나 언어 내에서 기대하는 이러한 패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예컨대 위 표현들을 다음과 같이 옮긴다면 어떨까요? (TT1)

이러한 번역들은 한국어독자들에게 낯설게 느껴지는데, 이것은 바로 ‘연어collocation’적 제약을 위반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어의 언어적 관습을 고려해 이 어휘조합들을 옮긴다면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TT2)

실제로 TT1처럼 번역하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번역서들을 들춰보면 이러한 낯선 어휘조합들이 종종 눈에 띕나다. 번역을 하다보면 원문의 뜻을 파악하여 옮기는 작업만으로도 벅찬 경우가 많기 때문에 콜로케이션까지 고려할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것이죠. 특히 무수한 단어들이 나열된 원문을 기계적으로 번역할 경우 한국어의 콜로케이션을 무시하는 번역어 선택들이 나오기 쉽습니다.

연어적 제약을 위반하는 어휘조합들은 단순히 어휘선택의 취향문제가 아니라, 자칫 ‘명제적 의미’를 전달하는 데 실패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강한 차’라는 새로운 어휘조합을 보고 한국어 독자들은  이 말에 어떤 특별한 의미나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콜로케이션은 이처럼 원문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는 데에도 중요합니다. 더 나아가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이러한 콜로케이션을 의도적으로 위반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기도 하기 때문에 이처럼 콜로케이션을 고려하지 않은 번역문들은 독자들에게 혼란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다운’ 번역문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번역과정에서 언제나 콜로케이션, 다시 말해 ‘잘 붙어다니는 어휘조합’을 의식적으로 찾아보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보니 예전에 콜로케이션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네요. 이 글도 함께 읽으면 콜로케이션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단어의 궁합- 콜로케이션

By | 2017-02-15T13:23:37+00:00 2016년 1월 25일|Categories: 갈등하는 번역, 온라인 번역레슨|Tags: |0 Comments

About the Author:

번역가. 영국 버밍엄대학 대학원에서 번역학을 공부했다. 2003년부터 출판기획, 편집, 저술 등 활동을 하면서 40여 권의 책을 번역하였다. 출판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한 번역강좌를 하고 있으며, 기능주의 번역이론을 바탕으로 번역훈련방법을 설명하는 [갈등하는 번역]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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