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하는 번역] 온라인레슨 시즌2: 단편소설 깊이 읽기

지난 12월 책이 출간되고 난 다음부터 지난 주까지 20주 동안 블로그를 통해 “온라인 번역레슨”을 진행했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신 듯합니다. 지금까지 연재한 포스팅 링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우리 마음 속 단어의 의미: 단어와 어휘
  2. 축축하거나 촉촉하거나: 명제적 의미와 표현적 의미
  3. 힌트와 코멘트: 의미장과 어휘집합
  4. 내가 지금 여기서 이야기하는 이유: 텍스트라는 그물망
  5. 궁합이 맞는 어휘들: 선택적 제약과 연어적 제약
  6. 행위로서 번역: 갈등과 중재의 예술
  7. 글자들의 향연: 오래되고 낯선 문체
  8. 사람마다 상황마다 달라지는 언어: 방언과 사용역
  9. 12월의 산들바람: 문화특수어휘
  10. 기계번역의 핵심데이터: 코퍼스를 활용하자
  11. 눈이 없는 사슴: 번역할 수 없는 어휘들
  12. 말이 안 통하면 몸짓으로: 전문번역가들의 어휘번역전략
  13. 음식을 먹을까, 그릇을 먹을까: 문법요소와 어휘요소
  14. 구속복 입고 요가하기: 문법요소의 종류
  15. 흐르는 강물처럼: 어순을 통제하기 위한 번역전략
  16. 이제부터 이야기할 내용은 말이야…: 주제구조
  17. 첫인상이 주는 효과: 영어의 주제구조 변이
  18.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정보구조
  19. 독자를 낚는 그물을 짜는 기술: 표층결속성
  20. 나이트브릿지의 구멍가게: 심층결속성

하지만 블로그라는 특성상, 많은 분들이 사이트에 들어와서 글을 읽었지만 누가 읽었는지도 모르겠고, 반응이 어떤지도 잘 모르겠더군요. 좀더 여러분들과 깊이 있고 장기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시즌2부터는 이메일 뉴스레터 형식으로 온라인레슨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위의 블로그 포스팅처럼 매주 유용한 정보를 이메일로 구독하신 분들에게 보내드리는 것입니다.

[갈등하는 번역] 온라인레슨 시즌2: 단편소설 읽기

지난 20주 동안 연재한 시즌1에서는 [갈등하는 번역]에서 다루는 주제를 약간 다른 시각에서 풀어쓴 것이었습니다. 사실, 시즌1으로 블로그 포스팅을 마치려고 했는데, 책을 구입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제대로 전해드리기에는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제는 ‘번역’이라는 주제보다는 좀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시즌2로 다뤄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고민 끝에 여러분들과 영어로 된 단편소설을 함께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번역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단순히 (영어)책 읽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내용입니다. 물론 한 문장 한 문장 깊이 읽어 나가기 위해서는 문법이나 단어 해설도 들어가야 하겠죠. 그래서 시즌2의 주제는 ‘단편소설 읽기’로 정했습니다.

케이트 쇼팽 [한 시간 이야기]

여러분과 함께 읽어나갈 첫 작품은 Kate Chopin의 “The Story of An Hour”입니다. 이 작품은 제가 번역하여 블랙버드클래식 시리즈 첫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저 혼자 번역한 것이라고 할 수 없는데요, 2014년 라성일 선생님이 진행한 “토요일밤문학클럽”에서 함께 공부하고 또 여러 사람들이 번역하여 서로 비교해보며 공부했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번역을 하든 단순히 독서를 읽든 꼼꼼히 읽는 것은 많은 혜택을 가져다줍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 시간을 들여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어가는 것이 시간낭비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글을 깊이 있게 읽는 것은 매우 큰 보상을 가져다줍니다. 무엇보다도 작가가 글을 쓰면서 고민했을 것들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작업은 작품에 대한 이해는 물론, 작가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것입니다. 물론, 작가에 대한 이해는 곧 사람에 대한 이해라고 할 수 있죠. 그러한 이해가 없다면, 우리는 스쳐가는 여행객처럼 세상의 본질은 경험하지 못한 채 한낱 구경꾼으로 살다가 생을 마감할지도 모릅니다.

또한 ‘깊이 읽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눈여겨 봐야 합니다. 우리 뇌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정보(기억)로 쉽게 해석이 되지 않는 새로운 정보들을 싫어합니다. 이러한 가변적인 정보들을 빨리 ‘익숙한 틀이나 패턴’ 속에 넣어 ‘이해되는 것’으로 만들고 싶어합니다. 예를 들자면, 꿈 속에서 본 낯선 장면들을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할 때 우리는 그것을 ‘스토리’가 되게끔 변형해버리는 경우가 많죠. ‘스토리’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멘탈템플릿mental template’입니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해가 되지 않는 세부사항들을 그것이 왜 이해 되지 않는지 고민하기보다는 스토리라는 ‘템플릿’ 속에 넣어 모두 이해한 것처럼 재구성해버립니다. 이것은 곧 스토리에 의존하는 독서가 우리가 살아가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아는 형식으로 모든 것을 재구성해버린다면, 세상에 어떤 지식도 새로운 길이나 깨달음을 주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많이 읽기’는 ‘깊이 읽기’와 병행되어야 합니다. (번역가가 되려는 사람에게 당연히 이 두 가지 경험은 필수적입니다!)

더욱이 “영어”로 된 단편소설을 깊이 읽기 위해서는 상당한 문법지식, 어휘지식, 문화적 배경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책 읽는 맛을 느끼려면—또 그것을 생생하게 한국어로 번역해내려면—반드시 이러한 것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시즌2에서 진행할 “깊이 읽기 훈련”은 곧 독서훈련이자 수준높은 영어학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편소설: 첫 만남

무엇이든 꼼꼼히 읽으려고 하면 독서속도가 크게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속도가 떨어지면 지루해지고, 이내 책 읽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깊이 읽기 위해서는 처음에 빠르게 한번 읽어 전체 내용을 파악한 다음, 다시 처음부터 꼼꼼히 읽어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책은 이렇게 여러번 읽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독서경험이 많은 사람은 다를 수 있겠지만, 대개 처음 읽기는 스토리 위주로 글을 이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좋은 책은 다시 읽을 때 또 다른 의미를 선사하는데, 그것은 바로 두 번째 세 번째 읽기에서는 깊이 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깊이 읽기 훈련을 하는 데에는 단편소설만큼 좋은 소스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길이가 짧기 때문에 여러 번 쉽게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주는 첫 시간이니 우선 전체 글을 빠르게 읽어보는 것까지만 진행할까 합니다. 아래 글을 빠르게 읽고 전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인지 파악하시면 됩니다. 물론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가 있다면 사전을 찾아봐도 되지만 읽기에 방해되어선 안 됩니다.


The Story of an Hour

by Kate Chopin

Knowing that Mrs. Mallard was afflicted with a heart trouble, great care was taken to break to her as gently as possible the news of her husband’s death.

It was her sister Josephine who told her, in broken sentences; veiled hints that revealed in half concealing. Her husband’s friend Richards was there, too, near her. It was he who had been in the newspaper office when intelligence of the railroad disaster was received, with Brently Mallard’s name leading the list of “killed.” He had only taken the time to assure himself of its truth by a second telegram, and had hastened to forestall any less careful, less tender friend in bearing the sad message.

She did not hear the story as many women have heard the same, with a paralyzed inability to accept its significance. She wept at once, with sudden, wild abandonment, in her sister’s arms. When the storm of grief had spent itself she went away to her room alone. She would have no one follow her.

There stood, facing the open window, a comfortable, roomy armchair. Into this she sank, pressed down by a physical exhaustion that haunted her body and seemed to reach into her soul.

She could see in the open square before her house the tops of trees that were all aquiver with the new spring life. The delicious breath of rain was in the air. In the street below a peddler was crying his wares. The notes of a distant song which some one was singing reached her faintly, and countless sparrows were twittering in the eaves.

There were patches of blue sky showing here and there through the clouds that had met and piled one above the other in the west facing her window.

She sat with her head thrown back upon the cushion of the chair, quite motionless, except when a sob came up into her throat and shook her, as a child who has cried itself to sleep continues to sob in its dreams.

She was young, with a fair, calm face, whose lines bespoke repression and even a certain strength. But now there was a dull stare in her eyes, whose gaze was fixed away off yonder on one of those patches of blue sky. It was not a glance of reflection, but rather indicated a suspension of intelligent thought.

There was something coming to her and she was waiting for it, fearfully. What was it? She did not know; it was too subtle and elusive to name. But she felt it, creeping out of the sky, reaching toward her through the sounds, the scents, the color that filled the air.

Now her bosom rose and fell tumultuously. She was beginning to recognize this thing that was approaching to possess her, and she was striving to beat it back with her will—as powerless as her two white slender hands would have been.

When she abandoned herself a little whispered word escaped her slightly parted lips. She said it over and over under her breath: “free, free, free!” The vacant stare and the look of terror that had followed it went from her eyes. They stayed keen and bright. Her pulses beat fast, and the coursing blood warmed and relaxed every inch of her body.

She did not stop to ask if it were or were not a monstrous joy that held her. A clear and exalted perception enabled her to dismiss the suggestion as trivial.

She knew that she would weep again when she saw the kind, tender hands folded in death; the face that had never looked save with love upon her, fixed and gray and dead. But she saw beyond that bitter moment a long procession of years to come that would belong to her absolutely. And she opened and spread her arms out to them in welcome.

There would be no one to live for her during those coming years; she would live for herself. There would be no powerful will bending hers in that blind persistence with which men and women believe they have a right to impose a private will upon a fellow- creature. A kind intention or a cruel intention made the act seem no less a crime as she looked upon it in that brief moment of illumination.

And yet she had loved him—sometimes. Often she had not. What did it matter! What could love, the unsolved mystery, count for in face of this possession of self-assertion which she suddenly recognized as the strongest impulse of her being!

“Free! Body and soul free!” she kept whispering.

Josephine was kneeling before the closed door with her lips to the keyhole, imploring for admission. “Louise, open the door! I beg; open the door—you will make yourself ill. What are you doing, Louise? For heaven’s sake open the door.”

“Go away. I am not making myself ill.” No; she was drinking in a very elixir of life through that open window.

Her fancy was running riot along those days ahead of her. Spring days, and summer days, and all sorts of days that would be her own. She breathed a quick prayer that life might be long. It was only yesterday she had thought with a shudder that life might be long.

She arose at length and opened the door to her sister’s importunities. There was a feverish triumph in her eyes, and she carried herself unwittingly like a goddess of Victory. She clasped her sister’s waist, and together they descended the stairs. Richards stood waiting for them at the bottom.

Some one was opening the front door with a latchkey. It was Brently Mallard who entered, a little travel-stained, composedly carrying his grip-sack and umbrella. He had been far from the scene of accident, and did not even know there had been one. He stood amazed at Josephine’s piercing cry; at Richards’ quick motion to screen him from the view of his wife.

But Richards was too late.

When the doctors came they said she had died of heart disease—of joy that ki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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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 2017-02-15T13:23:36+00:00 2016년 6월 9일|Categories: 갈등하는 번역, 온라인 번역레슨|0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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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번역가. 영국 버밍엄대학 대학원에서 번역학을 공부했다. 2003년부터 출판기획, 편집, 저술 등 활동을 하면서 40여 권의 책을 번역하였다. 출판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한 번역강좌를 하고 있으며, 기능주의 번역이론을 바탕으로 번역훈련방법을 설명하는 [갈등하는 번역]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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