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하는 이유

Joe Veix, 김정현 번역

겉으로 보기에 내 삶은 근사해 보였다. 꿈꿔온 직업에 호화스러운 아파트도 있고, 사랑하는 여자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갑갑한 사무실 책상에 붙어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싫었다. 그래서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하자고 맘먹고는, 여권과 작은 배낭 하나만 챙겼다. 물론 엄청난 돈이 들어 있는 신탁기금도.

동료들은 경악했다. 힘들게 노력해서 얻은 것들을 어떻게 그리 쉽게 던져버릴 수 있는지 의아해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날 이해하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난 구속되기 싫어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리고 하나 덧붙이자면, 우리 아버지는 남아메리카의 고무 재벌이다.

짐을 꾸리면서 가지고 있던 물건을 대부분 내다 버렸다. 즐거움을 주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지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행복하기 위해 많은 것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나중에 필요하면, 그 때 가서 얼마든지 살 수 있는 막대한 유산이 있는 데 뭔 걱정이랴.

나는 비즈니스석을 예약했다. 여자친구에게 이 나라를 영영 떠난다는 문자 메시지 한 줄 남기고는 비행기에 올랐다. 너무 홀가분하다.

세상을 유랑하기 시작한 처음 몇 달 동안 나는 인생을 바꾸는 경험을 했다. 날마다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반들거리는 젤라토가 한 움큼 가득한 아이스크림 콘, 고전적인 느낌을 한껏 풍기는 방랑소설책이 놓여 있는 카페 테이블 위에 살짝 올려놓은 손, 진정제 때문에 정신이 몽롱해서 물에 빠져 자살할 힘도 없을 만큼 우울해 보이는 호랑이들을 껴안고 있는 셀카 사진. 하지만 나는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었다. 나의 방랑벽은 나를 더 호기심 많은 방랑자로 만들었다.

세계시민의 일원으로서 나는 전혀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 가는 곳마다 다채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유스호스텔에서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친절한 이십 대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기도 했고, 또 호텔에서는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친절한 사십 대 아저씨들과 와인을 즐기기도 했다. 우리는 모두 평생 친구가 되었다. 그따위 ‘언어장벽’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번은 작은 어촌에 들렀다가 길거리에서 그리보라고 하는 행색이 초라한 사람을 만났다. 그는 기차역 앞에서 꽃과 싸구려 장신구를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현대적인 삶에 전혀 얽매여 살지 않는 그는, 미국에서 전혀 느껴보지 못한 따듯한 호의를 나에게 베풀어주었다. 나는 그에게 장미꽃을 계속 샀고, 그 때마다 그리보는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즐겁게 들려주었다. 우리의 편안한 대화를 보고 호기심을 느낀 그리보의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그들도 대화에 끼었다. 우리 사이의 표면적인 차이들은 눈 녹듯 사라졌다. 우리 내면은, 전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달러를 주고받는 똑같은 인간일 뿐이었다.

마을을 떠나는 날, 나는 그리보를 볼 수 있었다. 한 친구가 장난스럽게 그리보를 땅바닥에 밀쳐 쓰러뜨린 다음 눈알을 손가락으로 찍어 눌렀다. 다른 친구들은 내가 그리보에게 준 돈을 모조리 낚아챘다. 나는 그들이 장난치는 모습을 곁눈질로 보면서 그저 미소를 짓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어쨌든 저 소박한 사람들의 일상에 내가 변화를 주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물론 ‘걱정 없는’ 삶을 누구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모로 이러한 삶은 고되고 지루한 회사생활보다 힘들 때가 많다. 나의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슈퍼플래티넘 VIP 블랙카드를 받지 않는 가게도 많고, 때로는 스마트폰에 신호막대가 안 떠서 인스타그램에 젤라토 사진 올리느라 진을 빼기도 한다.

그렇다고 날 불쌍히 여길 필요는 없다! 향수병이 느껴질 때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치열하게 살아야만 했던 회사생활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금세 이겨낼 수 있다. 반쯤 풀린 멍한 눈빛으로 닭장 같은 지하철에 몸을 싣고 사람들은 오늘도 별 볼일 없는 직장으로 출근한다. 소중한 인생을 하찮은 ‘집세’를 마련하기 위해, ‘건강보험’을 내기 위해, ‘학자금대출’을 갚기 위해 허비한다.

그런 삶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 내가 그저 정신 나간 몽상가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내 통장에는 매달 6만 달러가 꼬박꼬박 입금된다. 어쨌든 나는 고분고분 삶의 굴레에 얽매여 살아가는 사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원문 http://www.newyorker.com/humor/daily-shouts/why-i-quit-my-job-to-travel-the-world

이 칼럼은 상상마당아카데미 [갈등하는 번역 입문반]을 수료한 학생이 번역한 것입니다.
상상마당 아카데미 갈등하는 번역 입문반
By | 2017-03-14T01:25:29+00:00 2016년 9월 20일|Categories: 번역캠프, 해외 칼럼|Tags: |0 Comments

About the Author:

번역가. 영국 버밍엄대학 대학원에서 번역학을 공부했다. 2003년부터 출판기획, 편집, 저술 등 활동을 하면서 40여 권의 책을 번역하였다. 출판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한 번역강좌를 하고 있으며, 기능주의 번역이론을 바탕으로 번역훈련방법을 설명하는 [갈등하는 번역]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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