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인간의 뇌구조

‘How to Create a Mind’: the astonishing organization of the human brain

Drew DeSilver 2013년 1월 20일

레이 커즈와일의 신작 <마음의 탄생: 알파고는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훔쳤는가?>는 뇌의 구조화된 학습능력이 우리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가고 경험하는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이 책의 원제는 “How to Create a Mind: The Secret of Human Thought Revealed” 즉, “마음을 만드는 법: 드디어 인간의 생각의 비밀이 밝혀지다.”이다. 사실 이 제목이 독자에게 약속하는 바를 가늠해볼 때, 누구나 독자를 현혹하기 위한 지나친 과장이 아닐까 먼저 의심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야심만만한 주제를 유명한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이자 사상가인 레이 커즈와일이 풀어낸다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는 지난 20여 년 이상 인간과 컴퓨터의 융합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깊이 고민해 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커즈와일은 1990년 <지능기계의 시대>(1990년)에서 2005년 <특이점이 온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앞으로 펼쳐질 기술발전 시나리오를 예측했다. <마음의 탄생> 역시 전작에서 다룬 주제를 계속 확장해 나가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전 작품들과 구별되는 두드러진 차이는 바로 인간의 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어쨌든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컴퓨터라 할 수 있는 ‘인간의 뇌’에 집중한다. 1.4킬로그램 정도 되는 회백질 덩어리 안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전하들의 작동에서 어떻게 의식이 나오고 또 마음이 탄생하는지 그 원리를 파고 든다.

커즈와일은 이 책에서 우리 뇌의 작동방식을 정리하여 ‘패턴인식 마음이론’이라고 이름 붙이는데, 패턴인식 마음이론을 간단히 정리해 소개하자면, 뇌의 핵심기능은 패턴을 인식하는 것이며, 인식한 패턴들을 계층적으로 통합된다. 인간의 신피질은 뉴런 100개 정도가 들어있는 ‘패턴인식모듈’ 3억 개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고 학습하고 경험하는 과정을 통하여 이러한 패턴인식모듈이 서로 연결망을 형성하기도 하고 기존의 연결망을 끊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연결망은 스파게티 면발처럼 서로 뒤엉켜 있는 복잡한 형태가 아니라 맨해튼 거리처럼 가로세로로 가로지르는 격자모양의 2차원적 구획 위에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가 존재하는 질서정연한 3차원적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하버드대학의 신경과학자 밴 웨딘의 최근 연구결과로 뒷받침된다.

이 책의 중반부에서는 이렇게 추론해낸 인간의 뇌의 작동메커니즘을 디지털 공간에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또 그 과정에는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 매우 상세하게 설명한다. 물론 이 부분은 컴퓨터공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독자라면 다소 어렵고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논의가 전개되는 부분은 마치 공학 매뉴얼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론 커즈와일 자신이 이 분야에 상당한 지식이 있고 또 무수한 실험과 발명을 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러한 기술적 요소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컴퓨터공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계층적 은닉마르코프모형’이나 ‘벡터양자화 기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독서속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과서에서 가져온 듯한 몇몇 도표들 역시 일반독자들에게 의미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기술적 진술은 오래 이어지지 않는다. 예컨대 지루한 기술적 설명 뒤에 나오는 TV퀴즈쇼 <제퍼디!>에서 우승한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의 작동원리에 대한 설명은 컴퓨터에 관한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명쾌하다. 인공지능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을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속 시원하게 설명해준다.

후반부에서는 인공지능, 또는 지능기계가 초래할 수 있는 도덕적 윤리적 파급효과에 대해 논의하는데, 결국에는 우리 인류가 지능기계를 인간과 동등하게 의식을 지닌 존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책을 읽다 보면 아쉬운 점도 느껴지는 데, 커즈와일 자신의 경험, 연구활동, 저서를 지나치게 자주 언급한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소 지나친 것은 아닌지 의심되기도 한다. 또한 과거 저작들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폴 앨런이 대표적이다) 비판에 대해 반박하는 장에서는 다소 인색하면서도 성마른 인상을 풍기도 한다(다행이 이 장은 짧게 끝난다).

그럼에도 이 책의 장점은 전혀 퇴색되지 않는다. 우리 뇌의 작동원리에 대한 그의 설명과 디지털기기의 도움으로 우리 뇌의 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그의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오늘날 뇌과학과 컴퓨터과학이 우리를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는지, 더 나아가 이 두 영역이 융합하기 시작할 때 우리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질 것인지 설득력있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마음의 탄생>은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매우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특권을 오롯이 인간만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Source text http://old.seattletimes.com/html/books/2020148564_bookkurzweilxml.html

By | 2017-03-14T03:47:55+00:00 2016년 11월 1일|Categories: 마음의 탄생, 해외 칼럼|0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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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4X 번역가. 충남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였다. 교육업체 및 공공기관의 온라인 서비스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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