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휘게인가?

Is This Hygge?

Susanna Wolff, 전소연 번역

휘게란…’아늑하다’는 뜻의 덴마크 말이다. 소박한 즐거움을 끝없이 추구하는 덴마크의 전국민적인 모토, 아니 그보다는 집착이라고 할 수 있다.
더타임즈

두툼한 담요를 뒤집어 쓰고 휘게에 관한 새로운 책을 곁에 놓고 사무실 동료 게일이 선물로 준 “오두막 향”이 나는 초에 불을 붙인다. 이렇게 하면 휘게스러운 삶인가?

향초에서는 아늑한 오두막 냄새라기보다는 새로 산 장화 냄새가 난다. 그래서 촛불을 손으로 에워싸고 휙 불어서 향초를 끈다. 그래, 머나먼 북유럽을 우리집에서 그대로 느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양말을 한 겹 더 신는다. 이래야 좀 휘게스럽지.

담요를 덮고 있으니 좀 더운 것 같다. 담요를 무릎까지 걷어올려 종아리 사이에 끼워넣었다. 코바늘로 뜬 고리모양 패턴이 눈에 들어온다. 어떤 이의 사랑스러운 손길로 이걸 만들었을까?

아니 근데, 이 담요는 어디서 난거지? 내가 산 건 아니다. 누가 선물로 준 건가? 코바늘로 뜬 담요라니, 끔찍한 선물이다. 미스터리 담요를 눈 앞에서 안보이게 치우다가 소파 뒤로 넘어가버렸다. 청소기를 한 번도 돌리지 않아 먼지가 수북한 곳이다. 선물은 선물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고 받는 의례가 중요한 것이라고 다시 한 번 나 자신에게 세뇌한다. 난 이게 분명 휘게스러운 거라고 확신한다.

차를 한모금 마시면서 풍부한 향기를 맡는다. 아마도 덴마크 사람들은 잎사귀를 넣고 끓여서 우려내겠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는 못해도, 아주 뜨거운 물에 꼬박 5분 동안 티백을 담가 둔다. 두 손으로 머그잔을 쥐고 살짝 입에 대어 뜨거운 김을 맡는다. 이건 휘게스럽지 않을 리가 없다.

휘게에 관한 책에서는 컴퓨터를 봐도 되는지 안 되는지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왠지 컴퓨터를 보는 건 휘게스럽지 않을 듯한데… 구글링 해봐야지.

로라 리니Laura Linney에 관한 15번 째 구글 페이지를 보고 있다. 어쩌다 이걸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여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김이 새는 부분을 낡은 티셔츠로 감아놓은 라디에이터를 나른하게 응시한다. 이 80년 된 아파트는 온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 뭐, 괜찮다. 휘게는 통제하는 것과는 거리가 머니까. 휘게는 일상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마음이다. 그리고 나의 일상은 매우 뜨겁다.

창문을 열어야 하나? 그건 너무 낭비 같다. 하지만 찌는 듯한 아파트 안에서 바지를 벗고 앉아 있으니 북유럽의 아늑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휘게를 즐기기로 마음먹었으면 자리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 휘게는 앉아서 즐기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제기랄, 45분 내내 챕스틱을 깔고 앉아 있었다. 이건 정말 너무나 휘게스럽지 않다. 이건 그저 계절적 우울증이 유발한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아주 평범한 밤에 불과하다. 갑자기 담요를 덮는 것이 휘게의 필수요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아, 휘게는 사실 덴마크에서 ‘휘게’가 아니라 ‘후가’라고 발음한다고 한다. 이 낯선 발음을 나는 어쨌든 입 밖으로 소리내어 보지는 않는다. 그러한 혼돈 와중에 나는 아마존에 들어가 담요를 더 주문한다. 휘게는 어쨌든 휘게에 관해 말하는 게 아니다. 고요하게 내면을 즐기는 시간이다. 적어도 난 그렇다고 생각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화요일이 되면 담요 세 장이 도착한다.

이틀 만에 무료 배송이라니! 난 아마존 프라임 멤버다. 이건 휘게가 아니긴 하지만 정말 효율적인 서비스다.

이제 그만 잠을 자도 되나? 이건 휘게 철학의 일부는 아닌 것 같지만, 이 휘게 책은 겨우 네 페이지 읽었을 뿐인데 드럽게 지루하다. 잠깐, 이것도 휘게스러운 건가?

소파에서 몸을 뻗는다.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게 더 휘게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무릎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무릎을 펴려고 하자 뚝뚝 소리가 난다. 하지만 관절 끊어지는 소리가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아 참 반갑다. 삶은 참으로 아름답다. 자기 만족을 위해서 꼭 밖으로 나가서 신나는 일을 할 필요는 없다. 열린 창문으로는 매섭게 차가운 공기가 들이치고, 라디에이터에 묶어 놓은 티셔츠에서는 지옥불에서 나오는 증기가 솟아 오르고, 노트북은 내 배 위에서 뜨듯하게 열을 내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휘게 책은 바닥에 뒹군다. 평범하고 담백한 삶은 축복이어라!

이런, 로라 위니가 “트루먼쇼”에 출연했었다고.

나는 침대에 누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목록에서 “트루먼쇼”를 찾는다. 있다! 나이스.

사실, 휘게는 털 끝만큼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다시 향초를 켠다. 이 정도면 됐다.

원문 http://www.newyorker.com/magazine/2017/02/13/is-this-hygge?mbid=nl_170207_Daily&CNDID=44849775&spMailingID=10384799&spUserID=MTU4NDQ3OTA3Mjg0S0&spJobID=1100592180&spReportId=MTEwMDU5MjE4MAS2

이 칼럼은 상상마당아카데미 [갈등하는 번역 입문반]을 수료한 학생이 번역한 것입니다.
상상마당 아카데미 갈등하는 번역 입문반
By | 2017-03-15T16:55:04+00:00 2017년 3월 14일|Categories: 번역캠프, 해외 칼럼|0 Comments

About the Author:

번역가. 영국 버밍엄대학 대학원에서 번역학을 공부했다. 2003년부터 출판기획, 편집, 저술 등 활동을 하면서 40여 권의 책을 번역하였다. 출판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한 번역강좌를 하고 있으며, 기능주의 번역이론을 바탕으로 번역훈련방법을 설명하는 [갈등하는 번역]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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