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약관

Terms and Conditions

Wes Marfield, 이하얀 번역

중요: 주의 깊게 읽으시기 바랍니다.

본 이용약관은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에그헤드™ 모바일게임 이용에 관한 사용자의 권한을 규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에그헤드™는 10대 아이가 구상한 게임입니다. 게임방법은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 아무에게나 달걀을 던지는 것입니다. 스토리도 없고, 기술도 전혀 필요 없습니다. 스마트폰 한 대와 우리 사회가 갈수록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너그럽게 포용할 수 있는 자유방임주의적 태도만 있으면 됩니다. 여기 해당된다고 여겨진다면, 지금 당장, 밑으로 스크롤해서 ‘동의합니다’ 버튼을 클릭해 주시길 바랍니다. 어차피 끝까지 읽지도 않을 거잖아요.

이런 제 운명이 싫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에그헤드™에 제공하는 모든 개인정보는 저의 고용주 브린든에게 귀속됩니다. 브린든은 집중력이 파리 수준인 13살 소년으로 제 삶의 골칫거리입니다. 사용자와 개인정보를 훔쳐가려는 도둑들 사이에, 밀폐용기에 방귀를 뀌어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이 ‘겁나’ 웃기다고 생각하는 어린아이가 지키고 있으니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브린든 부모에게 뭔가 귀띔을 해줄 수도 있지만 그들이 전체 사업자금줄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이야기는 못하겠습니다. 또 백수가 되고 싶지는 않거든요.

지적 재산권

어린아이한테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하다고 생각되시나요? ‘어린아이’가 남의 혼다 자동차를 온라인 중고시장에 올려놓고 팔아버리는 거 본 적 있습니까? ‘어린아이’가 공항 가기 전 트렁크에 큼지막한 사냥용 칼을 숨겨 넣는 장난을 치는 거 본적 있습니까? ‘어린아이’가 남편이 지금 인터넷에서 새 신부를 쇼핑하고 있다고 당신 와이프에게 문자를 보내는 거 본 적 있습니까? ‘어린아이’가 그 모든 걸 그저 ‘재미’를 위해서 했다고 변명하는 거 본 적 있습니까? 아, 마지막 예는 적절해 보이지는 않네요. 이제 놀랄 기력도 없어요. 내가 이러려고 로스쿨을 졸업했나 자괴감이 드네요. 로스쿨에 쏟아 부은 돈 두 배를 지금 정신과 상담을 받느라 쓰고 있어요.

사용자 계정

죄송합니다. 어디까지 말했더라? 아, 사용자 계정. 사용자가 제출한 개인정보는 모두 엄격하게 보안유지를 하겠지만, 요즘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나요? 말하자면, 상담시간에 심리상담사에게 한 이야기를 아내가 다 알고 있더라고요. 예전엔 상담하다가 울음이 터져 쭈그리고 앉았다가 바지를 찢어 먹더라도 담당 의료진만 아는 비밀로 지켜졌는데, 지금은 주부독서모임 사이에 가십거리가 되어 돌아다니고 있어요. 린다, 당신 트위터 봤다고. 이혼 재판에서 따질 문제는 헤어지느냐 마느냐지 내 엉덩이 크기가 아니잖아. 내가 스트레스 때문에 폭식하는 걸 당신이 비난할 자격이나 있어? 내 ‘잘난’ 엉덩이는 어제도 변기통에 시원하게 갈겼거든.

책임의 한계

보고싶어, 린다.

애플리케이션의 사용

여보, 구조조정 때문에 당신 힘들었던 거 알아. 우리에게 익숙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 할 수 없었던 건, 믿어줘. 나도 힘들었어지만 희생할 수밖에 없었어. 넉넉한 법인계정, 회사에서 제공하는 차, 동료 법조인들의 인정, 참 좋았지. 어제는 세 시간 동안 수상스키에 붙은 유아용 점토를 긁어냈다고.

사용시 요구사항

아직도 읽고 계시나요? 정말요? 이건 게임입니다.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서 달걀을 던지면 됩니다. 게임에 필요한 건 엄지손가락 하나뿐입니다. 브린든이 어쩌다 이 게임을 발명했는지 아시나요? 친구들이랑 육교 위에서 아래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케첩 병을 떨어뜨리는 놀이를 하다가 전자발찌를 차게 되는 바람에, 집 안에 갇히고 난 뒤 그 놀이를 게임으로 만든 것입니다.

사생활 보호

그런 거 없습니다. 아마도.

권리의 포기 및 면책 조항

여기서 당부할 사항은, 우리는 실제 사람에게 달걀을 투척하는 것을 권장되지도 용인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브린든과 마주쳤을 경우에는 특별히 예외를 두고 싶습니다. 그 녀석 얼굴에서 재수없는 웃음기를 싹 지워줄 수 있다면 기꺼이 못 본 척 해드리겠습니다. 녀석을 후버보드에서 떨어뜨린다면 점수를 두 배 드리겠습니다.

기타사항

매주 화요일 밤 브루독스 오픈마이크 행사가 있는데, 내가 참여하는 휴이루이스 카피밴드 릿츠올라잇이 다음 주 무대에 오릅니다. 변호사 친구들 몇이랑 즐기기 위해 만든 밴드입니다. 별다른 일정이 없다면 오시면 좋겠습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우리끼리도 전혀 심각하게 음악을 하지는 않습니다. 베이스 치는 데이브는 지난 주 공연 때 내 이혼서류를 가져다 주었죠. 장난인 줄 알고 웃었는데, 진짜 서류더라구요.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이혼은 괴로워요. 물론 유튜브에 달린 악플을 읽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브린든 녀석이 어떻게 동영상의 존재까지 알게 되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네.

계약의 해지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면 됩니다. 하지만 30년 동안 함께한 결혼생활의 아름다운 기억은 절대 지워지지 않을 거야, 린다.

저작권 공고

에그헤드™에 있는 이미지, 묘사, 캐릭터를 내친구제이딘스가만든후진게임보다훨씬낫다 유한회사의 서면동의 없이 사용하는 것은 철저히 금지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말이야. 그냥 막 써. 이것 저것 훔쳐가도 돼. 될 대로 되라지 뭐. 그러다 혹시라도 법정에 서게 된다면 그것은 당신 책임이야. 단, 그렇게 되면 유능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할 거야. 내가 한 명 소개해 줄 수도 있어.

원문 http://www.newyorker.com/humor/daily-shouts/terms-and-conditions

동의합니다
이 칼럼은 상상마당아카데미 [갈등하는 번역 입문반]을 수료한 학생이 번역한 것입니다.
By |2018-01-17T07:45:26+00:002017년 3월 21일|Categories: 번역캠프, 해외 칼럼|Tags: , , |0 Comments

About the Author:

번역가. 영국 버밍엄대학 대학원에서 번역학을 공부했다. 2003년부터 출판기획, 편집, 저술 등 활동을 하면서 40여 권의 책을 번역하였다. 출판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한 번역강좌를 하고 있으며, 기능주의 번역이론을 바탕으로 번역훈련방법을 설명하는 [갈등하는 번역]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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