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2017-03-24T06:07:42+00:00

들어가는 글

어쨌든 마음은 뇌의 작용일 뿐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분야까지 인공지능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는 우리 뇌의 ‘문제-해결능력’을 기계적 알고리즘으로 구현해낸 기술 덕분이다. 그렇다면 기술이 계속 발전한다면, 기계는 인간의 ‘마음’도 구현해낼 수 있다는 뜻일까? 어쨌든 문제-해결능력과 마음은 모두 우리 뇌의 소행이기 때문이다.

Key Point

  • 진화는 추상성의 수준을 높이는 과정이다: 물리학→화학→생물학→신경학→기술
  • 수확가속법칙 (LOAR, law of accelerating returns): 진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진화의 산물의 복잡성과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 패턴인식 마음이론 (PRTM: pattern recognition theory of mind): 기술의 발전은 이제 뇌의 작동 메커니즘을 통제하는 알고리즘을 규명해낼 수 있는 단계에 올라섰다.
  • 수확가속법칙과 패턴인식 마음이론이 결합하면, 지능에 대한 이해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다. 더욱 정교하고 강한 인공지능이 곧 탄생할 것이며, 다른 장기처럼 뇌도 쉽게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하지만 우리 뇌는 문제-해결 기능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뇌는 마음의 고향이기도 하다. 기계가 인간의 뇌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면, 마음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는 의미 아닐까?
  • ‘마음’이란 구체적으로 의식, 자유의지, 정체성을 의미한다. 마음은 신피질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기계가 마음을 갖게 되는 순간, 우리의 의식, 자유의식,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주석

1. 인간이 만들어낸 언어의 복잡성

다음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100년 동안의 고독]에 등장하는 한 문장이다.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그 노랫소리를 이튿날 아침식사가 끝난 다음에까지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는 빗소리보다 훨씬 크고 빠른 종알종알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깨달았는데, 어디서 나는 소리인가 하고 둘러봤더니, 페르난다가 이리저리 집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어렸을 때에는 여왕이 되려는 준비만 하면서 자랐는데 이제 와서 보니 남편이라는 자는 벌렁 누워서 하늘에서 빵이 떨어지기나 기다리는 게, 게으르고 주책없는 난봉꾼인 데다 집이라고는 꼭 미친 사람들만 모아놓은 곳 같다고 투덜거렸고, 자기 혼자서 주린 창자를 움켜쥐고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를 집안을 꾸려나가느라고 정신도 못 차리겠는데 웬 할 일은 또 그렇게 많고 참아야 할 일도 그렇게 많은지 아침 해가 떠오를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뼈가 빠지도록 일을 해도 끝이 없는데 그렇다고 해서 누구 하나 “안녕, 페르난다! 잘 잤어?”하고 물어보는 일도 없고, 말만이라도 고맙겠지만, 왜 그렇게 얼굴이 창백하냐느니 눈자위가 어쩌다가 그렇게 꺼멓게 되었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물론 없었으며, 물론 처음부터 그럴 줄 알고는 있었지만 식구들은 모두 자기를 귀찮은 존재라고만 여겨 따돌리고는, 헌 걸레 조각이나 벽에다 그린 바보 그림만큼도 대우를 안 해주었으며, 기껏해야 자기 등 뒤에서 수군거리면서 천장의 쥐새끼라느니, 바리새 사람이라느니, 간사한 인간이라면서 욕이나 하고, 심지어는 아마란타도 (하느님, 아마란타의 명복을 빕니다), 아마란타까지도 큰 소리로 자기더러 똥구멍과 앞구멍도 구별하지 못하는 여자라고 떠들어댔고 (하느님 맙소사, 어쩌면 그런 소리를 그렇게 술술 할 수가 있을까!) 그래도 하느님 아버지를 생각해서 지금까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꾹꾹 참아왔지만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도에게, 집안에 저주가 내린 것은 모두가 다 고원지대의 여자를 집안에 들여놓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는 정말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으며, 글쎄 생각을 해보라니까요, (하느님 우리를 구원해 주십시오), 이래라 저래라 말이 많은 고원지대 집안에서 시집 온 딸이 노무자들을 죽이라고 정부에서 보낸 사람들이나 마찬가지로 고원지대에서 온 여자라고 맞대고 손가락질을 해대질 않나, 이래봬도 자기는 대통령의 부인들이 벌벌 떨 만큼 귀족 집안의 핏줄을 타고 났으며, 열한 가지 이름을 쓸 권리도 있었고, 은식기 열여섯 개만 보고도 모두들 얼이 빠지는 멍청이들만 모여사는 이곳에서는 아무도 감히 마주 보지도 못할 만큼 지체가 높은데, 바람을 밥 먹듯 피는 남편이라는 작자는 은식기를 보고서 기껏 한다는 말이 배꼽이 아파 죽겠다는 듯 웃어대면서 뭐 이렇게 나이프와 포크와 스푼이 많은 걸 보니 사람이 아니라 발이 100개나 달린 자네가 식사를 하러 올 모양이라고 하질 않나, 변변치 못한 것들이 그 주제에 함부로 사람을 깔보지만, 눈을 감고도 언제 흰 포도주가 나오고 그 술이 어느 쪽 어느 유리잔에 담기며 붉은 포도주를 언제 어느 쪽 어느 유리잔에 부어야 하는지 아는 사람도 자기뿐이었고, 농사꾼 딸 같은 아마란타만 해도 (하느님, 아마란타의 명복을 빕니다) 흰 포도주는 낮에 마시고 붉은 포도주는 밤에 마시는 걸로 알았었고, 그리고 해안지역을 다 뒤져봐도 일을 볼 때 황금 요강을 쓰는 사람은 오직 자기뿐일 텐데,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기껏 한다는 소리가 (하느님, 대령의 명복을 빕니다), 염치없이도 어쩌다가 황금 요강에 변을 보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느냐고 비꼬지를 않나, 거기다가 한술 더 떠서, 똥은 싸지 않고 대신 달콤한 박하사탕을 낳느냐고 하지를 않나 (생각해 봐요, 어쩌면 그런 말을 술술 할 수 있는지), 그런가 하면 자기의 딸년인 레난타까지도 가만히 있지 않고, 침실에서 대변을 보고는 요강을 아무리 황금으로 만들고 가문의 문장을 새겨 넣었더라도 요강 속에 든 것은 순수한 똥에 지나지 않으며, 싱싱한 똥인데, 그것도 고원지대 사람들이 싸갈긴 그런 종류의 똥이 아니겠느냐고 (생각해봐요, 자기가 낳은 딸이 그런 소리를 하다니) 맞장구를 쳤고, 그래서 집안 식구들에 대해서는 별로 기대하는 것도 없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남편만은 조금쯤 관심을 줄 줄 알았는데, 궂을 때나 갤 때나 자기와 몸을 나눈 배우자이며 자기를 돕는 법적인 주인이니까, 부족한 것도 없고 아무런 고통도 받지 않으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장례식 조화나 만들며 재미있게 살던 부모의 집에서 자기들 멋대로 데려다가 고생을 시킨 데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자기 대부大父가 직접 서명하고 반지의 문장을 찍어 보낸 편지에서는 자기 손은 클라비코드 말고는 아무것도 만지지 않아야 할 손이라고 했는데, 그와는 정말로, 온갖 주의와 경고를 남편한테서 들으며 시집 왔으니, 집이라고 해야 지옥의 번철처럼 숨도 못 쉴 만큼 한심한 곳이고 오순절이 다 지나가기도 전에, 그는 이곳저곳 옮겨 다니던 트렁크와 부랑배들이나 가지고 노는 아코디언을 싸 짊어지고 어떤 잡년과 간통을 하러갔는데, 그 여자라는 것이 뒤에서 궁둥이만 봐도 어떤 계집인지 쉽게 알 수 있다고 남들이 그러더니만, 아닌 게 아니라 암말처럼 커다란 궁둥이를 흔들어대는 꼴을 보아하니 그 여자는 자기와는 정반대인 계집이었고, 자기는 궁전에서나 식탁에서나 침대에서나 어디에서나 귀부인이었으며, 교육도 정식으로 받고, 하느님을 경배하고, 하늘의 율법을 따르고, 신의 뜻에 복종하기 때문에, 남편은 자기와는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곡예와 갈보 같은 짓들을 다른 여자와 하게 되었는데, 그 여자는 프랑스 창녀들처럼 무슨 짓이라도 할 여자였고 아니 오히려 창녀만도 못했으니, 창녀들은 그나마 솔직해서 문에다 붉은 불이라도 밝혔지만, 그 돼지 같은 계집은 그러지도 않았고,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훌륭한 기독교인이며 죽은 다음에도 무덤 속에서 피부가 새색시의 뺨처럼 보드랍고, 눈이 에메랄드처럼 맑게 살아있고 육체가 그대로 남아있게 될 특권을 하느님에게서 직접 부여받은 성지 순례파의 기사이며 본받을 만한 신사인 돈 페르난도 델 까르피오와 도나 레난타 아르코테 사이에서 태어난 딸인 자기에게 모자랐던 것이라고는 그런 잡년 기질 뿐이었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 [100년 동안의 고독] G. 마르께스 지음, 안정효 옮김, 문학사상, 1977

2. 매년 두 배씩 늘어나는 유전자데이터의 양

10장 363쪽 그래프 참조

3. 진화의 비밀을 풀기 위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젝트

Cheng Zhang and Jianpeng Ma, “Enhanced Sampling and Applications in Protein Folding in Explicit Solvent,” Journal of Chemical Physics 132, no. 24 (2010): 244101. 전세계 500만대의 컴퓨터를 활용하여 단백질접힘을 시뮬레이션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는 Folding @home 에서 진행되고 있다.

4.  우주에서 지능이 있는 다른 종족이 존재할 확률이 낮은 이유

이 주장에 대한 자세한 논증을 살펴보려면 The Singularity Is Near by Ray Kurzweil (New York: Viking, 2005) 6장의 맨 마지막 섹션 ‘우주의 지적 운명에 미칠 영향: 왜 인류가 유일한 존재일 가능성이 높은가’를 참조하기 바란다. 한국어판

5. “뇌는 최후의 가장 숭고한 생물학적 미개척지다…”

James D. Watson, Discovering the Brain (Washington, DC: National Academies Press, 1992).

6. “정체성은 유전자에 있지 않다. 뇌세포 사이의 연결 속에 있다.”

Sebastian Seung, Connectome: How the Brain’s Wiring Makes Us Who We Are (New York: Houghton Mifflin Harcourt, 2012). 한국어판

7. 복잡한 구조가 끝없이 이어지는 망델브로집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