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자의 글 2017-03-23T10:34:13+00:00

알파고의 충격과 눈 앞에 닥친 미래

2016년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한국사회를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30년
가까이 인공지능을 연구했지만, 초등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인공지능과 딥러닝을 이야기하는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인공지능을 SF영화 속에나 나오는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인간 최고의 바둑기사를 이긴 구글의 알파고는 공포와 당혹감을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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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을 일찍이 예견했던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레이 커즈와일이다. 커즈와일은 2045년 기계의 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특이점’이 온다고 예견한 미래학자로 유명하다. 물론 그의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하고 있지만,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결코 허황된 이야기만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현재 구글에서 “자연어 이해” 구현과 인공지능 개발업무를 총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가 일상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옴니폰트 OCR과 애플 아이폰의 시리에 적용된 음성인식기를 개발한 발명가이자 기업가이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책에서 레이 커즈와일은 인간의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물론 그가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이유는 인간 뇌의 작동원리를 규명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더 강력한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뇌과학이 밝혀낸 사실을 바탕으로 ‘패턴인식 마음이론’이라는 모형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음성이나 영상과 같은 감각정보, 더 나아가 추상적인 언어까지 처리하는 (입력에서 출력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알고리즘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간단한 ‘패턴인식기’라는 모듈을 계층적으로 쌓아 학습을 시키면 고차원적인 개념까지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기술은 또한  수확가속법칙에 따라 급격하게 발전할 것이고, 머지않아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여겨지는 ‘의식’까지 갖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매우 단호하고 흥미진진하게 전개해 나간다.

물론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식을 갖는 ‘강한’ 인공지능이 출현할 것인가 하는 데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의식과 감정이 있는 인공지능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을 하려면 상당한 신념과 확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의 고차원적인 의식이나 감정이라는 것도 작은 지능들이 무수히 모여 창발되는 현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특별히 새로운 기술적 도약을 하지 않고도 강한 인공지능이 자연스럽게 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하게 된다.

11장이나 되는 비교적 두꺼운 책임에도, 한번 읽기 시작하면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여 도저히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전문가는 물론, 일반독자들도 레이 커즈와일의 깊이 있는 설명과 논리적인 전개와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금방 빠져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알파고에 적용된 딥러닝이 이 책에서 직접 언급되지는 않지만, 딥러닝 역시 이 책에서 제시하는 ‘패턴인식 마음이론’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딥러닝이란 패턴인식기를 계층적으로 쌓아 층을 거쳐 올라가면서 고차원적인 기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기법이다. 물론 이러한 기법이 ‘의식의 출현’으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제쳐두더라도, 앞으로 출현할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인공지능은 복잡한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이처럼 작은 모듈들이 계층적으로 결합된 형태가 될 것은 분명하다.

공개소프트웨어 정신에 입각한 오프소스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능숙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예컨대 많은 양의 자료를 분석하여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인간이 인공지능을 따라잡을 수 없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에 따라 점점 줄어드는 생산가능인구를 대체하거나 핵가족화, 일인가족화에 따른 고독감이나 소외감을 덜어주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어쨌든 인공지능이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온갖 기술적인 설명을 담은 어려운 내용을 꼼꼼하고 쉽게 옮겨준 윤영삼 번역가와 크레센도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이 책이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과 배경에 대해서 좀더 깊이 알고 싶어하는 독자 여러분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16년 7월 새롭게 단장한 백양로에서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 교수 조성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