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머니즘 vs 21세기

옮긴이의 글

책을 읽는 것은 본질적으로 질문을 떠올리는 과정이다.

—질리언 비어 Gillian Beer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할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 Dostoevsky

이 책은 2004년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같은 제목의 책을 다시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은 알파벳과 가부장제 사이의 깊은 연관성을 밝혀내는 놀라운 통찰을 제시하며 책을 읽는 내내 독자들에게 상당한 흥미와 지적 호기심을 안겨준다. 뛰어난 저작임에도 여러 문제로 인해 많은 독자를 만나지 못하고 절판된 것이 아쉬워 다시 출간하기로 기획하였다. 기존에 출간되었던 번역에서 잘못된 점을 바로잡았으며, 독자들이 좀더 쉽게 읽어나갈 수 있도록 번역문을 전반적으로 고쳤다. 또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몇몇 그림을 추가했다.

책 읽는 여인, 윤덕희(윤두서의 아들) 18세기. 비단에 담채.

이 책을 번역하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은 알파벳과 가부장제와 유일신 신앙과 이미지와 여성혐오 사이에 존재하는 긴밀한 상관관계가 과연 지구의 반대편에 위치한 우리나라 문화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될까 하는 것이었다. 저자가 말하듯이 거대한 티벳고원과 히말리야산맥으로 인해 쉽게 소통하지 못하고 분리되어 발전한 동양과 서양은 뇌의 좌우반구처럼 서로 다른 가치관 위에서 발전해나간 문명이다. 물론 이 책에서 한중일 세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하지만 그 비중이 너무 적다. 물론 저자가 서양문화의 세례를 받고 자란 사람인 만큼 우리 문화에 대한 좀더 세세한 접근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생각도 든다.

巫女神舞 (굿을 하는 모습) 신윤복. 19세기초.

어쨌든 제대로 된 한국어판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국의 독자들을 위한 저자의 글을 덧붙이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레너드 쉴레인은 2009년 5월 세상을 떴다. 결국 이 책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를 밝히는 것은, 이 책을 지금 이 시점에 한국독자들에게 다시 선보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번역자의 몫이라고 판단하여, 부족하나마 이 책에서 다루지 못한 우리 역사의 맥락에서, 또 21세기 현재의 맥락에서 알파벳과 여신이라는 테마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간략하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711

검무(칼춤)를 추는 무당의 모습. 기산 김준근, 19세기.

17세기후반 조선에 온 중국사신은, 조선에서는 여자들도 대부분 글을 읽을 수 있다고 기록한다. 19세기 말 한국을 방문한 캐나다 선교사 제임스 스카스 게일James Scarth Gale은 “중국이나 인도는 1,000명 가운데 한 명이 읽을 수 있는데 조선에서는 글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기록하며, 이사벨라 비숍Isabella Bishop은 “마을마다 서당이 있고, 읽고 쓰지 못하는 조선인들을 만나는 일이 드물다”라고 증언한다. —715

한국의 대표적인 여신 바리데기. 무당의 조상. 인간세상과 신들의 세상을 이어준다.

고대로부터 우리 삶과 함께 해온 무속은 한국문화의 특징, 한국인의 행동양식, 한국사회의 변동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코드다. 더욱이 한국은 교조적이고 배타적이고 분파적인 남성적 관점에 물들지 않은, 고대의 평화로운 여신, 여사제들의 모습이 최첨단과학이 숨쉬는 문명화된 21세기까지 이 땅에 고스란히 전해 내려오고 있는 흔치 않은 문명국가다. —718

저 멀리 프랑스의 영웅 잔다르크도 한국에서 신으로 모셔진다. 한국의 무속은 포용성이 무척 뛰어나다.
萬法統一. 예수와 석가와 공자가 한 자리에 모여 있는 무신도.

책이 개개인을 떨어뜨려 놓았던 것을 TV가 하나의 공동체로 묶었다면, 스마트폰은 다시 개개인을 흩어놓았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만 보이는 현상일 뿐, 보이지않는 전자기네트워크를 통해 흩어진 개개인들을 관심이나 취향 등을 자신이 원하는 기준으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공동체를 형성하도록 도와준다. 예전에는 물리적인 공간이라는 제약에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다양한 사람들이 온라인네트워크를 통해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719

Korean Wave via World Wide Network in 21st Century

Note

  1. 독자적으로 재산권 행사하던 당당한 조선 여성, 김수희 2018년 1월 9일 여성신문
  2. 한글이 낳은 문학, 문학이 발달시킨 한글, 안직수, 2015년10월12일, 불교신문
  3. 중국의 전족, 조선엔 없었던 까닭, 이순구, 2008년 8월 24일, 중앙일보
  4. 샤머니즘, 무속신앙, 무당: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 2018년 10월 31일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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