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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두뇌에 크게 걸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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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You Should Bet Big on Bionic Brains

Matt Ridley 2012년 11월 23일

1997년 IBM의 컴퓨터 프로그램 딥블루Deep Blue가 세계 체스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를 이겼을 때, 많은 사람들이 체스는 논리게임이기 때문에 별로 대단하거나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비유나 말장난, 유머처럼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의 복잡하고 정교하고 미묘한 맛은 컴퓨터가 절대 따라잡지 못할 영역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2011년에는 IBM의 또다른 컴퓨터 프로그램 왓슨Watson이 TV퀴즈쇼 “제퍼디! Jeopardy!”에 출전하여 이 퀴즈쇼의 최다 우승자 두 명과 대결을 펼쳐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예컨대, ‘라임: 파이 위에 얹는 새하얀 크림이 하는 길고 지루한 말’이라는 아리송한 질문에 왓슨은 “머랭 허랭meringue harangue”이라는 놀라운 답변을 내놓았다. 인간 참가자들은 아무도 답하지 못했으나 왓슨만 정답을 맞췄다.

이제 인간보다 뛰어난, 적어도 인간의 능력을 그대로 재현한 인공지능의 도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은 아닐까?

“그렇다!” 세계적인 발명가이자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새 책 <마음의 탄생: 알파고는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훔쳤는가?>에서 확신에 가득 찬 답을 내놓는다. 커즈와일에 따르면, 인간의 두뇌만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면 이를 디지털 공간에 재현해내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누구보다도 기술의 진보를 예측하는 데 정통한 그이기에 쉽사리 흘려버릴 수 있는 주장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뇌는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이해하거나 분석해낼 수 없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 폴 앨런은 이렇게 말한다.

왓슨의 지식은 의미 없는 정보의 단편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특정한 영역에 국한된 것에 불과하다. 인간의 뇌를 분석해 낼 수 있다는 커즈와일의 주장은 전체 뇌를 포괄하지 못한다. 우리 뇌는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진화를 통해 복잡하고 정교하게 구축되어 왔다.

우리의 뇌는 기본적인 복잡성으로 인해 완벽하게 이해할 수도 없고 복제할 수도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마음의 탄생>에서 커즈와일은 이러한 견해에 대해 설득력 있는 반론을 제시한다. 우선, 인간의 뇌를 만들어내는 유전적 설계도는 게놈에서 25 메가바이트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게놈에서 비교적 적은 정보양에 불과하다. 뇌의 복잡성은 그 설계구조 때문이 아니라 조직이 성장하고 정교해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신피질은 ‘패턴인식기’라고 하는 단일한 인지모듈이 3억 개 이상 반복되어 만들어진 정보처리구조물이다. 셋째, 하버드대학 신경과학자 밴 웨딘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뇌의 연결망 역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아니라 맨해튼의 거리처럼 가로세로로 가로지르는 격자모양의 2차원적 구획 위에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가 존재하는 질서정연한 3차원적 구조로 되어 있다.

또한, 인공지능의 설계방식 역시 실제 인간의 두뇌발달 과정을 그대로 시뮬레이션 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실제로 커즈와일은 1980년대 자신이 개발한 음성인식 소프트웨어가 ‘진화알고리즘(즉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법)’을 활용하여 성능을 급격하게 높일 수 있었던 경험을 자세히 설명한다.

커즈와일의 뇌 이론은 신경과학자이자 인공지능 개발자인 제프 호킨스Jeff Hawkins가 제시하는 뇌에 대한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패턴을 인식하는 기계이며, 또한 이러한 패턴인식기능은 앞으로 등장할 패턴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는다. 예컨대, 어떤 그림을 볼 때, 우리는 먼저 기본적인 감각패턴을 인식하고, 이렇게 수집한 패턴을 통합하면서 좀더 고차원적인 형상을 머릿속에 그려내고, 그것을 종합하여 더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감정이나 감상을 만들어낸다. 또는 이러한 패턴인식은 거꾸로, 비어 있는 이미지 조각을 찾아내거나 움직임의 변화를 미리 예측해내기도 한다. 그러한 예측이 어긋날 경우에는 수평으로 펼쳐진 패턴들을 다시 점검하고 다시 상위레벨의 패턴으로 거슬러 올라가 패턴의 전반적인 이해를 재조정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우리 뇌의 실제 작동방식과 어느 정도 부합한다면, 뇌를 디지털 공간에 재현해내는 일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물론 전혀 가당치 않은 공상으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직접회로의 발전과정을 보면 얼마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은 기술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다. 뇌를 리버스엔지니어링하는 기술 또한 비슷한 경로를 거치고 있다.

더욱이 커즈와일에 따르면 우리 뇌는 정보를 선형적으로 처리하는 데 익숙하다고 한다. 우리가 정보기술 발전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기하급수적 발전양상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또다른 요인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정말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다면, 10-20년 안에 인간의 두뇌를 모방하거나 대체하는 제품이 출현할 것이라는 커즈와일의 예측에 배팅하지 않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 되고 말 것이다.

8기 김상욱

source https://www.wsj.com/articles/SB10001424127887324307204578129021317506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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