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ll
George W. S. Trow, 박은주
벅도프 백화점에 지독한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하여 멋진 상품 수백 개가 피해를 보았다. 기름은 분당 3,800리터가 솟구쳐올라, 복숭아색, 적갈색, 진한 파랑색으로 사악한 미소를 띠며 허리춤까지 옆트임이 있는 실크 크레입드신 드레스 여러 벌을 물들였다. 기름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직원들은 기름작업복을 입고 (발목을 단단히 조이고) 스웨이드 공구벨트를 차고 안전모와 빨간색 고글을 쓰고 대기했지만, 그러한 시도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오일슬러지는 눈, 귀, 입 모든 곳을 물들이고, 모든 것을 더럽히고, 특히 입술과 손가락 끝에 잔뜩 잔류물을 남겨놓았다.

두 번째 효과가 막 느껴지기 시작했다. 윗층은 안전하다고 생각하여 방심하고 있는 사이, 지독한 기름이 큰 덩어리로 여러 개 뭉치더니 계단과 긴급대피통로와 환풍구 등을 통해 윗층으로 올라갔다. 윗층에 진열되어 있던 가장 예쁜 뱀가죽가방 수백 개가 오염되고 말았다. 클러치백과 긴 끈이 달린 숄더백, 손목이나 벨트, 또는 목에 거는 가죽끈이 달린 손가방 등이 모두 기름에 오염되었다.
당연히 여러 시도를 했다. 전문 기름처리반은 기름을 빼내기 위해 구멍을 뚫으려고 했으나 허둥거리는 듯 보였다. 내부자의 증언에 따르면 기름구멍에서 지금까지 3만 7,800리터 이상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값비싼 각질관리마스크, 피부 속에서 빛이 나는 파운데이션, 중성/지성/건복합성 피부용 수분세럼 등 새로 출시된 향균 훼이셜 포뮬라들이 모두 기름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뉴욕의 최상류층 몇몇이 도움을 주고자, 차 세트를 준비하여 구조대원들을 보내고 기름제거작업을 계획했다. 대부분 그냥 곁에서 쳐다보고만 있었지만, 한두 사람은 진짜 열심히 일을 하며 그 곳을 떠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프레디 부츠 부인은 며칠 동안 목욕도 하지 않고 새 옷으로 갈아입지도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완전히 기름에 물든 멋진 개버딘을 일부라도 복구하려는 무모한 시도는 좌절되고 말았다.
부츠 부인은 기름에 오염된 상품을 가져다가 열의에 찬 자원자들을 활용하여 세심한 의례를 수행했다. 먼저, 상품을 천이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진한 강산성 액체에 담가 정교한 개버딘 옷감 사이사이에 스며든 기름을 빼내려고 했다. 옷감이 손상되기 전 재빨리 꺼내 100퍼센트 자연성분 용액에 넣었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이 용액은 온갖 진기한 허브와 아보카도, 아루굴라 등을 넣은 혼합물로, 레몬 한 방울을 넣어 섬유에 기름이 실제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부츠 부인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방법은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산성 용액에 담가 많이 약해진 개버딘에 얼룩이 지고 식물성 수분이 덩어리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부츠 부인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기름 속에 담갔다. 기름 속에서는 숨쉬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름의 흐름에 휩쓸리면 1분 안에 빨려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하다. 상황이 더 안 좋은 경우, 강렬한 소금물의 물살에 빨려 들어갈 수도 있다. 점착성을 완화하기 위해 미숙한 임시직 노동자들(대개 구매희망자, 보조구매자, 스타일리스트)은 온갖 방법을 찾고 있다.

최상위층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만 이해한다.
이제는 웬만한 성인들보다 훨씬 인기 있고 사교적인 한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정말 멋진 천인데요. 이런 개버딘은 다시는 보기 힘들 거예요
원문 http://www.newyorker.com/magazine/1980/05/19/spill
이 칼럼은 상상마당아카데미 “갈등하는 번역 입문반 3기”를 수료한 학생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