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 멍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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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nned

Jack Handey 정여은

망원경을 들여다보았을 때, 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믿을 수 없었다. 처녀자리 안에 중형 크기의 행성이 돌고 있었다. 더구나 그것은 단순한 행성이 아니었다. 우리 지구처럼 바다, 땅, 극지방의 빙하가 모두 있었다.

그때 갑자기 떠오른 생각은, 이 행성은 단순히 지구를 닮은 것이 아니라 지구와 똑같다는 것이었다! 바로 우리가 사는 행성과 똑같은 쌍둥이 별이었던 것이다!

멍해졌다. 망원경에서 눈을 뗄 수밖에 없었다. 지구의 정확한 복사본이라니! 저기에도 사람이 살까? 우리처럼 생겼을까? 우리와 같은 문제로 고민할까? 같은 희망을 품을까? 마침내 다시 용기를 내 망원경을 들여다보았을 때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지구와 전혀 똑 같지 않았다. 대륙의 모양이 전혀 달랐고, 바다도 달랐고, 많은 것들이 달랐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행성이었다. 태양계 밖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결정적인 증거였다.

그 때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내 계산에 따르면 바다와 대륙을 포함하여 행성 전체는 지름이 1마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1초에 20회 이상 자전했다. 굉장한 속도로 도는 미니어처 세상이었다!

멍해졌다. 의자에 기대어 당황스러운 발견에 얼굴을 쓰다듬었다. 다시 확인해보니, 행성의 크기를 잘못 계산한 것을 깨달았다. 미니어처가 아니라 지구와 비슷한 크기였고 원래 계산했던 것처럼 빨리 돌지도 않았다. 계산했던 것보다 훨씬 천천히―지구보다 좀더 느리게―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새로운 행성은 무엇이라 부를까? 지구처럼 푸르고 넓은 바다, 거대한 땅덩어리, 극지의 빙하가 있었다. 그러자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이 행성은 지구의 완벽한 복사본이 아니었다. 지구를 거꾸로 뒤집어놓은 것에 가까웠다!

나는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다시 보니 방금 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거꾸로 된 지구처럼 보였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한 가지 사실이 뚜렷해졌다. 놀랍게도 이것은 뒤집어진 지구가 아니라, 지구의 완벽한 복사본이었다! 내가 처음부터 옳았던 것이다!

멍해졌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저 행성이 지구를 복사한 것이 아니라, 우리 지구가 저 행성을 복사한 것은 아닐까? 엄청난 가능성이었다! 우리는 누구와 닮은 것일까? 우리는 전쟁을 좋아하는가? 우리는 인간을 닮은 것일까?

곧이어 커다란 실망감이 몰려왔다. 내가 망원경으로 보고 있던 것은 벽에 걸린 지구 사진이었다. 내가 처음부터 옳았던 것이다. 어쨌든 그것은 지구의 복사본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행성이 아니었다. 나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멍하니 앉아있었다.

마침내 나는 정신을 차리고,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엄청난 가능성이었다. 지구의 완벽한 복사본에서, 눈을 찌푸려 시야를 흐리면 우리 지구와 매우 비슷해 보이는 행성까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나는 보았다. 그것이 지구의 홀로그램이 아니라면,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누가 그런 홀로그램을 쏘았겠는가? 그들은 우리와 닮았을까? 우리와 같은 꿈과 희망과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 모든 사실에 멍해진 바로 그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 일어나라고!”

잠에서 깨어나자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모든 것이 꿈이었다고. 망원경 앞에서 졸았던 것이다. 그러고는 다시 3시간쯤 잠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전혀 꿈을 꾸지 않았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났을 때 마지막 잠은 모두 꿈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멍해졌다.

나는 말했다.

“이봐, 밥, 아까 내가 무슨 꿈을 꾼 줄 알아? 내가 조금 전 두 번 잠이 드는 꿈을 꾸었어. 우리 지구를 똑같이 생긴 행성을 발견하는 꿈을 꿨지 뭐야.”

밥이 말했다.

“지구라고? 여기는 지구가 아니라 메가트론이야.”

멍해졌다. 신과 똑같은 최상의 거룩한 존재에게 맹세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밥이 말했다.

“잠깐, 다른 행성과 착각했군. 여기는 지구가 맞아.”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늘을 향해 망원경을 들어올렸다. 저곳에 또 어떤 경이로움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하면서.

원문 http://www.newyorker.com/magazine/1987/04/27/stunned

이 칼럼은 상상마당아카데미 “갈등하는 번역 입문반 3기”를 수료한 학생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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