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수사학과 논증의 발전

Series Reading 논증의 탄생 3

Stephen Toolmin

대화나 연설에 적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고전수사학의 ‘논증’이라는 개념은 글에 적용하기에 너무나 허술하기 때문에 논증을 글쓰기에 접목하고 정교화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는 바로 스티픈 툴민이 창시한 비형식논리학이 제공했다.

툴민은 다음과 같은 통찰에서 출발한다.

  • 논증의 형태는 분야마다 다르지만, 모든 논증에는 공통구조가 있다.
  • 논증의 공통적인 구조는 기본적으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논리에서 나온다.
  • 논증의 공통구조는 연역적인 형식논리보다 형식이 없는 일상적인 논리에 가깝다.

이러한 통찰 위에서 툴민은 무수한 글의 논리적 구성을 분석하여 진술을 의사소통적 기능communicative function을 6가지로 분류한다. 그리고 이러한 6가지 요소들이 다음과 같이 작동한다고 정리했다.

툴민의 논증모형은 발표되자 마자 글쓰기교육현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1981년 예일대학에서 학부생 대상으로 개설한 비판적 문해Critical Literacy라는 글쓰기강좌에서 툴민의 논증모형을 글쓰기교육에 처음 도입한 이래, 미국동부의 명문대학들은 툴민의 논증모형을 글쓰기교육의 기본 이론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 툴민의 논증모형을 활용하여 논증을 분석하거나 글을 쓰려다 보면, 어딘가 잘 맞지 않 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개선되거나 변형된 툴민의 논증모델이 나왔다.

바바라 민토의 피라미드구조. 툴민의 논증모형을 개선/변형한 글쓰기 모형 중 하나. 하지만 툴민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Joseph William

시카고대학에서 라이팅센터를 설립하고 20여년 동안 글쓰기를 가르치며 미국의 라이팅센터의 표준을 세운 조셉 윌리엄스는 툴민의 통찰을 유연하게 적용하면서도 툴민모형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전혀 새로운 논증모형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고민했다.

윌리엄스는 툴민모형의 문제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1. 화살표

우리가 머릿속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론’할 때는 생각의 흐름이 있지만, 글로 표현된 논증요소 사이에도 화살표를 무조건 적용하기는 어렵다. 실제 글에서는 추론의 방향대로 논증요소가 제시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화살표는 실제 추론과정을 제대로 묘사하지도 못한다. 우리는 자료나 전제를 바탕으로 결론을 산출하기보다는 주장부터 떠올린 다음에 거꾸로 자료와 전제와 근거를 채워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해결방식을 ‘가추법abductive reasoning‘이라고 한다)

2. 보증

보증은 분야마다 논증의 형식이 달라진다는 것을 표시하는 논증요소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를 글 속에 직접 표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3. 한정

‘아마도’ ‘대부분’ ‘—할 수 있다’와 같이 진술의 범위를 제한하는 문장요소들은 논증의 완성도를 높여주기보다는 거꾸로 논증을 약화시키는 요소다. 한정은 별도로 분리할 수 있는 논증요소가 아니라 논증 전과정에서 저자가 올바른 에토스를 투사하기 위해 삽입하는 것이다.

4. 자료

자료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증요소를 의미한다. 하지만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논증요소 중에는 자신의 확신에서 나온 것도 있고 ‘논증 밖 현실’에서 가져온 것도 있다. 이 두 가지 요소에 대해 독자들은 매우 다른 태도를 취한다. 따라서 논증에서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4. 논박

‘논박’이라는 말은 논증에 대해 상당히 전투적인 태도를 촉발한다. 성숙한 논증에서는 대안이나 반론에 대해 무조건 논박하기보다는 자신의 한계를 어느 정도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윌리엄스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어느 논증에나 적용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논증모형을 만들어냈다. 그는 2007년 “논증의 탄생” 개정판에서 자신의 논증모형을 다음과 같은 형태로 정리한다.

조셉 윌리엄스의 논증모형. 툴민의 논증모형과는 상당히 다르다.

윌리엄스의 논증모형은 크게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툴민의 논증모형과 다르다.화살표를 없앴다.보증을 없앴다.한정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았다.자료를 이유와 근거로 구분했다.논박을 반론수용과 반박으로 구분했다.

물론 이유나 전제 모두 또다시 논증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따라서 또다른 하위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순환구조가 복잡해지면, 논증모형은 물론 글의 형태 역시 복잡해진다.어쨌든 이러한 논증모형은 구술언어적 속성을 가진 사고과정과 문자언어적 속성을 가진 표현과정 사이의 괴리를 이어주고 둘 사이의 전환을 촉매하는 역할을 하는 가장 합리적인 도구가 바로 논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논증의 탄생
크리틱스초이스
스타일레슨

이 글은 《논증의 탄생》과 《스타일레슨》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이 글은 2021년 11월 18일 [슬로우뉴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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