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어휘선택의 비법: 글쓰기와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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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글쓰기 관련 책을 읽을 때 명심해야 할 것은, 그 책이 언어의 어떤 “차원”을 다루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어의 차원 Levels of Language

Extralinguistic levelsContext of culture문화/정보/지식/논리
Context of situation화용론
Lingistic levelsContent levels의미론
Grammatical levels통사론
Lexical levels어휘론

예컨대 이오덕과 이수열의 책은 Lexical level을 주로 다룹니다.

예컨대 “스케쥴”은 외래어니까 “일정표”라고 써야 한다고 주장하면, 이것은 lexical level prescription입니다.

“서로의”를 “서로”라고 바꾸라고 하는 것은 ” lexical(또는 grammatical) level prescription(관형사→부사)”입니다.

한효석의 책은 레벨별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 1장:단어 – Lexical & Grammatical level
  • 2장:문장 – Grammatical & Content level
  • 3장:논술 – Extralinguistic levels

남영신은 Grammatical level에 집중하고 있으며, 장하늘은 Grammatical & Content levels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II.

글을 쓸 때 단어단어마다 그 의미를 새기는 것은 글을 쓰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자세입니다. 이 어휘가 무슨 의미인지, 내가 평소에 쓰던 의미가 맞는지, 더 정확한 말이나 표현은 없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전혀 엉뚱한 어휘를 사용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어휘를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말”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체적인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어야 합니다. message는 곧 텍스트를 의미하는데, text는 위에서 어느 수준에 해당할까요? 네, 언어의 최상위 레벨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텍스트를 쓴다는 것입니다.

백화점에 가서 최고급 명품만 사서 입어볼까요?

  • 구찌 핸드백
  • 나이키 운동화
  • 롤렉스 시계
  • 버버리 코트
  • 캘빈클라인 청바지

브랜드마다 최고급 제품으로 뽑아서 입으면 정말 멋있을까요? 상상해보세요. 얼마나 우스꽝스러울지… 명품좋아하는 사람들이 옷을 못입는 이유는 이런 거예요. 하나하나 아이템을 따로 떼어서 생각하기 때문이죠. 촌스러움의 극치입니다. (돈이 많은 죄^^)

하지만 진정으로 멋을 아는 사람은 개별아이템이 아닌 전체를 봅니다. 즉 Text를 본다는 뜻입니다. 동대문에 가서 싸구려를 사서 입어도 고급스럽고 멋있습니다. 더 나아가 Context를 살핍니다. 이 옷차림이 이런 상황에서 어울릴까, 바닷가에서 이 옷이 어울릴까?

참고로 이런 패션감각은 아무나 갖기 힘듭니다. 엄청난 경험과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야 얻을 수 있는 패션감각입니다. 마돈나는 어릴 때부터, 심지어 가수가 된 뒤에도 뉴욕 뒷골목 벼룩시장에서 옷을 사입었다고 합니다. 그러했기에 오늘날 패션을 주도하는 아이콘이 된 것입니다.

패션을 아는 사람이 사업에 성공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다면 어떨까요? 금상첨화겠죠. 진정한 멋쟁이로 거듭날 것입니다. 이제 적절하게 명품 아이템을 사용하여 훨씬 아름다움을 뽐낼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패션의 완성.)

어휘나 통사수준에 너무 집착해서 글을 쓰는 것은 명품에다 돈 쳐바르는(^^) 촌스러운 행위입니다. 패션은 조화로움이 생명입니다. 텍스트가 자연스러운 한도 내에서만 멋을 부려야 합니다. 의미전달의 효과가 유지되는 한도 내에서, 여유가 될 때에만 명품을 골라 잡아야 합니다. 좋은 거라고 이것저것 무조건 갔다 붙이면 소통의 흐름은 깨지고 의미는 사라집니다.

패션감각도 없이 명품으로 치장한 사람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텍스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는데 어려운 어휘, 이상한 어휘를 쓰는 사람, 또는 지금은 쓰지도 않는 낯선 순우리말을 고집하는 사람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너 참 잘났다! 재수없엇! 우후훗!”

III.

노이베르트라는 유명한 번역학자는 번역의 등가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번역을 할 때 다양한 수준의 등가를 모두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통사론적 등가보다 의미론적 등가가 우선하고, 의미론적 등가보다 화용론적 등가가 우선한다.

다시 말해 화용적 등가를 가장 먼저 찾고 나서, 그 한계 안에서 의미적 등가를 찾고, 그 한계 안에서 통사적 등가를 찾고 그 한계 안에서 어휘적 등가를 찾으라는 뜻입니다.

일단 글이 읽히기 위해서는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합니다.

싸구려라고 해도 조화롭게 옷을 입을 줄 알아야 합니다. 돈 있다고 명품을 탐하지 마십시오. (재수없엇!)

텍스트는 조화입니다. 이렇게 text를 완성하고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확신이 생기면 그 다음 “어휘”로 멋을 부리십시오. 독자들에게 잔재미를 주십시오.

글쓰기는 옷입기와 같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텍스트입니다.

Everything is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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