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원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쓰지 말라

AP특파원들은 ‘AP는 사람을 마구 죽이지 않는다.AP doesn’t kill people off’라는 말을 하는데, 이 말은 공식발표든 긴급한 속보든 죽음에 관한 뉴스에 대해서는 반드시 ‘더블체크’ 과정을 거친다는 뜻이다.

1970년대 후반 군사정권이 지배하던 서울에서 테리 앤더슨은 야간통행금지령도 무시한 채 한밤중에 AP서울지국으로 달려갔다. 대통령 박정희가 ‘총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한시바삐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야만 했다.

대통령이 암살당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지. 문제는 ‘어느 시점에 공식속보를 타전할 것인가’였어. 취재원들로부터 이러저러한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왔지만,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증언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 군대가 거리를 점령했고, 광화문에는 탱크까지 진입한 상태였지. 그가 죽은 것은 분명했는데… 현지기자 황K.C.Hwang도 죽은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어… 하지만 죽었다는 사실을 뒤집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나오기 전에는 속보를 타전하고 싶지 않았지. 근거가 있는가? 확신할 수 있는가? 누가 그렇게 말했는가?… 결국 나는 황기자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어. 그는 어쨌든 한국인이었고, 한국어를 할 줄 알고, 정부인사들은 물론 반체제인사들까지 폭넓게 취재원을 확보하고 있었거든. 망설임 끝에 우리는 결국 박정희 사망 속보를 타전했지.

Terry Anderson
김재규

오늘날 세계에서 북한보다 비밀스럽고 고립되어있으며 엄격하게 통제되는 사회는 없을 것이다. 서울과 평양에서 AP특파원으로 활동한 진 리는 북한에 관한 ‘진실’에 다가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이야기한다.

지금도 북한을 둘러싼 수많은 이해관계와 정략이 작동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혼란을 일으키기 위해 누군가 의도적으로 퍼트리는 정보도 실제로 많아요. 그래서 어떤 정보를 입수하든 그것이 사실인지 파악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하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우리는 쉴 새없이 판단을 해야 합니다… 2년 전부터 북한에서 한 달 정도씩 머물며 취재를 해왔는데… 이제 연출된 이벤트의 이면이 보이기 시작하는 듯해요. 거리에서 벌어지는 일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죠… 북한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아요… 북한에 관한 기사를 쓰기 위해 우리는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요. 북한사람들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북한 밖에 있는 사람들, 전문가들, 북한에 있는 NGO활동가들… 그들은 제각각 특정한 시각을 가지고 있죠. 그런 사람들의 생각을 종합하여 한 편의 기사 속에 넣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Jean Lee

소셜미디어의 등장은 기자들에게 새로운 윤리적, 직업적 딜레마를 만들어냈다. AP특파원들의 기본적인 태도는 소셜미디어를 ‘참고하는’ 정도로만 활용한다는 것이지만, 시간이 가면서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졌다.

[이라크에서] 몇몇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이러저러한 공표를 하기 시작했지. 처음에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거짓계정일 수도 있고, 해킹되었을 가능성도 있잖아. 그런 글이 나올 때마다 계속 전화를 해서 직접 확인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이런 답변을 들었지. “아뇨. 진짜 우리가 쓴 거 맞아요.” 결국 우리는 소셜미디어를 40년 전 처음 등장한 팩스와 같은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어. 팩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도 똑같은 혼란이 있었거든…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글뿐만 아니라 사진과 비디오도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어쨌든 그런 자료를 부분적으로 활용하여 기사를 쓰고는 있지만, 그래도 세심하게 검증을 해야 돼. 의심스러운 내용은 없는지, 사진 속에 왜곡된 곳은 없는지, 동영상 속에 나오는 건물이 진짜 그곳에 존재하는지, 뭔가 조작되었거나 포토샵 처리한 것처럼 보이는 곳은 없는지 눈을 크게 뜨고 봐야 돼.

Robert Reid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은 변했어도 ‘검증의 책임은 기자에게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고 AP특파원들은 말한다.

‘취재원에 따르면’이라는 말을 붙여서 보도를 한다고 해서 검증의 책임을 취재원에게 돌릴 수 있을까요? 취재원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취재원이 거짓말한 것이지, 내가 거짓말한 것이 아니라고 핑계를 댈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진실이 아닌 것을 보도한 책임은 무조건 기자가 져야 합니다… 어쨌든 기자는 취재원의 말을 인용해서 보도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해서는 안 됩니다.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힘이 닿는 데까지 노력할 뿐이죠.그럼에도 기자는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진실에 다가갈 수 있도록 무엇이 진실에 가까운지 판단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판단은 오로지 기자의 몫입니다. 이 책임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없습니다.

Dan P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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