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종말

나는 알파이자 오메가이며,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시작이자 끝이다.

—요한계시록 22장 13절

주여, 당신이 세상에 계실 때, 당신은 여자를 업신여기기는커녕 늘 여자를 도와주며 불쌍히 여기셨습니다.

—아빌라의 테레사 Teresa of Avila, 16세기 가르멜 수녀

로마는 헬레니즘의 수준높은 철학적, 미학적 유산과 문자 전통을 전파하는 유익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유대인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리스인들의 사상과 의례는 모세의 10계명을 훼손할 뿐이었다. —358

헤롯은 자신이 통치하는 지역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예루살렘성전을 재건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기원전 1000년 솔로몬왕이 건립한 예루살렘성전은 기원전 597년 앗시리아의 정복자 느브갓네살Nebuchadrezzar왕에 의해 완전히 파괴된 상태였다. 이후 바빌론으로 끌려가 70년 동안 노예생활을 하다가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유대인들은 성전을 복원하고자 노력했지만, 그럴만한 자원도 힘도 없었다.

기원전 43년 이스라엘지역의 통치를 맡은 헤롯은 로마의 지원을 받아 솔로몬성전을 더 크게 건축한다. 새롭게 완성된 예루살렘성전은 고대세계의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웅장하고 거대했다.

헤롯이 지은 예루살렘성전은 2만3,000여 제곱미터 면적에 자리한 복합 건물로 총 길이 1.5킬로미터에 달하는 장벽으로 둘러싸여있었다. 헤르쿨라네움의 제우스 신전, 에페수스의 아르테미스신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훌륭한 건축물이 예루살렘에 세워진 것이다.

성전이 완성되자, 매년 페사흐가 돌아올 때마다 예루살렘은 성전을 순례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이때마다 우익열심당원들은 로마의 점령에 저항해야 한다고 군중을 선동하고 폭동을 유발했다. 유대인들의 환심을 사고자 벌인 성전건축사업이 오히려 위태로운 사태를 몰고온 것이다. 폭동이 일어날 것에 대비하여 로마의 지배자들은 주로 그리스인들로 이뤄진 군대를 대폭 증강하여 성전 주변 방위를 강화했다. —358

야훼는 어디에도 없으면서도 어디에나 있는 존재였지만, 성전이 건축되자 많은 이들이 예루살렘성전의 지성소 안에 야훼가 거처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믿음이 퍼지면서 사제들의 종교적 권위는 갈수록 높아졌고, 예루살렘성전의 고위사제들은 황금기를 맞이한다. 사제들은 유대교 교파 중 사두개Sadducees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맡았는데, 이들은 유대인들의 원로회의 산헤드린Sanhedrin까지 장악하며 절대권력을 누리기 시작한다. —359

이 시기 로마의 속주들은 전반적으로 안정을 잃어갔다. 부유한 소수의 방탕한 생활과 핍박받는 다수의 불행 사이의 격차가 계속 커지면서 로마사회는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곳곳에서 반란의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기원전 4년, 로마는 대중을 선동한 죄로 갈릴리에서 유대인 2,000명을 십자가에 매단다.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고자 이들이 죽고난 뒤에도 시신을 십자가 위에서 그대로 썩어가게 내버려두었다. 민중의 불만은 더 높아졌고 폭동의 움직임도 훨씬 고조되었다. —359

예수의 가르침은 특히 여자들을 사로잡는다. 그는 다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여자들을 대했다. 병약한 노파에게도 매춘부에게도, 간통을 저지른 부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가부장적 종교(유대교)가 지배하는 유대사회에서 주변적인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여자들의 마음속에 예수의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전했다. —365

예수는 물론 그의 제자들도 예수의 가르침을 글로 남기지 않았다. 복음서는 나중에 등장한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자신의 중요한 가르침을 머리로 ‘기억하라’고만 말한다. 그는 문자를 알고 있었을 확률이 매우 높으며 또한 당시 문자기록은 매우 보편적이었다는 상황을 고려할 때, 예수는 왜 문자로 어떠한 기록도 남기지 않는 길을 선택한 것일까? —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