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여자사냥

아직까지 어떠한 문헌도 역사학자들이 ‘마녀사냥’이라고 부르는 기이하고 비극적인 사건들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왜 하필 그 시간과 그 장소에서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왜 유럽인들은 자신들 사회에 속해있는 특정한 여자들을 적대시한 것일까? 여전히 우리는 이 문제에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앤 루엘린 바스토우 Anne Llewellyn Barstow

정신분열은 문자의 필연적 결과일 것이다.

—마샬 맥루한 Marshall McLuhan

14세기 ‘미개한’ 몽골제국의 궁궐을 방문한 유럽인들은 궁궐 안에서 어떠한 종교든 자유롭게 용인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서유럽에서 유대인과 기독교도들이 학살전쟁으로 고통받는 동안, ‘야만족’들이 지배하는 오스만투르크제국에서는 유대인과 기독교도들이 화목하게 살았다. 독일, 프랑스, 영국 땅을 피로 물들인 대규모 종교전쟁과 유혈사태는 무슬림세계에서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인도, 중국, 한국, 일본에서도 종교 때문에 대규모 동족학살이 벌어졌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다. 신대륙의 ‘원시적인’ 원주민들 역시 종교적인 이유로 고문을 하거나 살인을 하지 않았다. 왜 유럽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606

로렌공국의 재판장 니콜라 레미는 900명을 화형시켰으며, 그보다 많은 사람을 고문했다는 것을 자신의 자랑거리로 내세웠다. 마녀로 확정된 여자들을 화형시킬 때, 그녀가 낳은 아이들을 화형대 바로 앞에 세워놓고 매질을 했다. 아이들은 엄마가 타 죽는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보아야만 했다. 레미는 이러한 행동이 자신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관대한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617

프로테스탄트는 자신들의 숙적 가톨릭과 다른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여자들을 잡아죽이는 일을 삼가하지 않았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아니, 오히려 가톨릭보다 더 지독하게 잡아죽였다. 루터와 칼뱅은 마녀를 도살하고 싸그리 불태워 죽이라고 독촉한다… 영국에서 마녀사냥이 가장 극에 달했던 것은 1645-47년으로 퓨리턴이 영국의회를 장악하고 있던 시기였다. —620

마녀사냥 초창기에는 그나마 임신한 여자는 고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호의도 오래 가지 않았다. 더 나아가 몇몇 종교재판소에서는 처형된 마녀의 자녀들, 특히 딸들에게 관심을 돌렸다. 마녀가 어둠의 기술을 전수해 주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실제로 1623년부터 1631년까지 뷔르츠부르크의 주교는 6-11살 소녀 41명을 처형했다. 자신의 동족 아이를 고문하고 살해할 만큼 미친 집단은 인류역사상 그 어디에서도 존재하지 않았다. —621

마귀로 몰려 죽는 사람은 8-90퍼센트가 여자였다. 가끔은 남자도 마귀로 몰려 죽었다. 1589년 마귀 혐의로 독일 농부 Peter Stumpp를 처형하는 모습. (19세기까지 유럽에서는 마차바퀴Breaking Wheel를 고문도구로 자주 사용했다. 고문의 기본적인 목적은 가장 극심한 고통을 주면서 최대한 천천히 죽이는 것)

여자들이 마녀사냥을 자초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은 먼저 입을 틀어막고 어둡고 차갑고 눅눅한 지하감옥에 처넣어 매일 주리를 틀고 엄지손가락을 비트는 고문을 한 달 동안 한 다음 꺼내서 아직도 생각이 바뀌지 않았는지 물어보는 것이 공정할 것이다. —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