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하기

Appendix

Everything of importance has been said before by somebody who did not discover it.

중요한 것은 예외없이, 그것을 발견한 사람이 아닌 누군가가 이미 말했던 것이다. — Alfred North Whitehead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남의 말이나 생각을 빌려올 때, 그 출처를 밝히고 원문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보여줘야 하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의 윤리적 의무다.

표절, 즉 남의 글이나 생각을 가져다 마치 자신이 떠올린 것처럼 사용하는 행위는 심각한 범죄다. 더 나아가, 표절로 의심받는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 다음 원칙을 명심하라.

내 말이나 내 아이디어가 아닌 것을 말할 때는 무조건 출처를 표기하라. 그것은 숨긴다고 해서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가진 독자들이 모두 찾아낼 것이다.

자신의 생각만으로 글을 써낼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연구자도 혼자 생각만으로 글을 쓸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서 배우는 것을 통해 우리 생각은 풍요로워지고, 글도 잘 쓸 수 있는 법이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생각을 자신의 글에 사용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들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그마한 실수라도 한다면 큰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주장의 신뢰성도 훼손될 것이며 학점도 망칠 것이고, 심각한 경우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치명적인 오명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인용을 할 때에도 스타일 측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여기서는 앞선 레슨들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인용하기 위해 꼭 지켜야 하는 규칙을 먼저 설명하고, 효과적으로 인용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요소를 설명한다.

표절로 의심받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표절이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말을 가져다가 온전히 자신이 만들어낸 생각이나 말처럼 하는 것을 말한다. 글을 쓰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악행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악행이자 범죄라고 할 수 있다. 표절보다 더 심각한 범죄를 굳이 찾는다면, 근거를 꾸며내고 조작하는 행위 또는 모든 것을 거짓으로 꾸며내는 행위처럼 매우 극단적인 악행밖에 없을 것이다. 표절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는 이유는, 당신이 정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심하기 때문이 아니라 표절이 글쓰기 윤리를 위반하는 얼마나 심각한 행위인지 일깨워주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스스로 정직하게 글을 썼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표절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표절을 의심하고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표절 의심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다른 글의 일부를 인용하거나 다른 자료를 가져오는 방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면 그러한 위험은 더욱 커진다.

무심코 저지른 실수라고 판명이 난다고 하더라도, 표절은 쉽게 용인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다른 글이나 자료를 인용하는 법을 모른다는 것 자체가 변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든 독자들은 당신의 글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더 나아가 ‘당신’도 의심할 것이다. 남의 글과 자료를 제대로 인용하는 방법은 글쓰기의 가장 기초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실수한다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의도적으로 표절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실수일 뿐이라고 해도, 저자의 신뢰성과 명성은 크게 손상될 것이고 학자나 전문가로서 경력을 쌓아가기 어려워질 것이며 이미 쌓아온 경력 또한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기본적인 맞춤법이나 문법을 잘 알지 못한 채 글을 써서 발표했다면 제대로 밤잠을 잘 수 있을까? 언제 누가 엉터리 맞춤법을 지적할지 모른다. 다른 사람의 글을 가져다 쓰는 방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언제 누가 표절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초조하게 살아야 한다. 인용을 할 때 지켜야 하는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또는 그런 규칙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표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당신을 끊임없이 괴롭힐 것이다.

표절은 단순히 말을 훔치는 행위가 아니다. 다른 사람이 응당 받아야 하는 사회적 존경과 인정을 훔치고 빼앗는 행위다. 남의 과제를 베껴서 내는 행위 역시 그 학생이 받아야 할 인정은 물론, 학점까지 훔치는 것이다. 그와 비슷한 과제가 또 존재한다면, 그의 과제는 그만큼 두드러져 보이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정당한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도둑질이 일상화되면 어떻게 될까? 의심이 점점 퍼져나가면서 사람들은 서로 불신할 것이고, 마침내 공동체 전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냉소적이고 염세적인 문화 속에 파묻히고 말 것이다.

그래서 뭐? 이게 잘못된 일이야? 다들 그렇게 하잖아. 돈 벌고 출세하면 장땡이지.

그런 나라는 학문의 수준은 물론 교육의 수준도 계속 추락할 것이다. 교수와 선생들이 교과과정을 계발하고 발전시키는 데 노력을 쏟아야할 시간에, 학생들의 부정직한 표절을 잡아내는 헛일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표절은 절대 사소한 악행이 아니다. 학술공동체와 전문가공동체의 가장 기초가 되는 윤리의식을 갉아먹는다. 표절에 눈감는 순간, ‘정직한 연구’가 아닌 다른 요인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집단은 본질적 존립가치를 잊고,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또다른 평범한 이익집단으로 전락한다. 표절에 눈 감는 것은 공동체를 파괴하고 스스로 자멸하는 지름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표절을 하지 않는 기본원칙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남의 말이나 아이디어를 마치 자기 것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행위는, 어떤 행위든 절대 하지 말라. 내 말이나 내 아이디어가 아닌 것을 말할 때는 무조건 출처표기를 하라. 독자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나보다 훨씬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가진 독자들이 모두 찾아낼 것이다.

제대로 인용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들

인용출처를 밝혀야 하는 대상은 출간된 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간단한 인쇄물, 온라인에 게시된 글, 말로 하는 강연, 녹취록도 모두 출처를 밝혀야 한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글은 마음대로 가져다 자기 글처럼 써도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 글이나 생각이 아니면 무조건 출처를 밝히고 인용해야 한다.

남의 글을 인용하는 방법에는 다음 세 가지가 있다.

  • 옮겨쓰기 quoting (직접인용): 어디서 어디까지 남의 말을 ‘따온’ 것인지 따옴표를 치거나 블록으로 구분해서 표시한다.
  • 풀어쓰기 paraphrasing (간접인용): 원전의 내용을 이해하고 그것을 나만의 말로 완전히 바꿔서 표현한다.
  • 아이디어나 연구방법 빌려오기: 아이디어만 빌려왔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출처를 밝혀야 한다.
메모하기
  1. 서지정보를 정확하게 기록한다.
  2. 인용문을 정확하게 기록한다.
  3. 가져온 글과 자신이 쓴 글이 명확하게 구분되도록 표시한다.
  4. 풀어 쓸 때는 원문과 비슷하지 않게 쓴다.
인용문 삽입하기
  1. 인용구 다음에 구두점을 찍어야 할 때
  2. 인용구가 물음표나 느낌표로 끝날 때
  3. 인용구 안에 인용구가 나올 때
인용출처 표기하기
  • MLA Modern Language Association(현대언어학회)에서 제시한 인용출처 표기방식으로 문학연구, 고등학교와 대학의 글쓰기 수업에서 사용한다.
  • APA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미국심리학회)에서 제시한 인용출처 표기방식으로 사회과학에서 주로 사용한다.
  • CMS Chicago Manual of Style 《시카고대학 스타일매뉴얼》에서 제시한 인용출처 표기방식으로 인문학과 사회과학 일부에서 사용한다.

인용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

얼마나 인용할 것인가?

단어 하나만 인용할 것인가? 구? 문장? 문단을 인용할 것인가? 또는 글 전체를 요약할 것인가?

  1. 필요한 만큼만 인용하라
  2. 인용구가 주목받기 원하는 만큼만 인용하라
  3. 인용문에 대한 나의 입장에 비례하여 인용하라
어떻게 인용할 것인가?

원문을 정확히 그대로 옮겨올 것인가? 아니면 그 아이디어만 가져와 내 말로 풀어 쓸 것인가?

  1. 줄여쓰기 summarizing (요약)
  2. 풀어쓰기 paraphrasing (간접인용)
  3. 옮겨쓰기 quoting (직접인용)
    • 블록쿼트 block quote (별도 문단으로 넣기)
    • 드롭인 drop in (글 속에 넣기)
    • 위브인 weave in (글 속에 엮기)
출처를 어떻게 표시할 것인가?

인용한 글이나 생각의 원저자를 어떤 식으로 보여줄 것인가? 인용구의 저자를 표기하는 방법은, 인용한 글에 대해 자신이 동의하느냐 동의하지 않느냐에 따라 결정한다. 다른 사람의 글을 옮겨 쓰거나 풀어쓰면서 저자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 (괄호 속에 넣어 표기한다면), 인용한 글도 마치 내가 쓴 것처럼 읽힌다. 이는 인용한 글에 내가 동의한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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