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1000년

곤경에 처한 이를 동정하라. 친절하고 관대하고 겸손하게 행동하라… 그대에게 어떤 잘못을 했든 용서하라… 남자다움과 유쾌함을 잃지 말라. 존경과 사랑으로 여자를 보호하라. 그러면 젊은 남자의 명예는 드높여질지니. 언제나 한결 같으라. 이는 남자의 본분이다. 진실한 사랑을 배신하는 자는 존경받을 수 없다.

—중세시대 작가 볼프람 폰 에셴바흐 Wolfram von Eschenbach의 기사도 규범

그대는 매일 단식하고, 매일 기도하고, 매일 일하고, 매일 글을 읽어야 한다. 수도사는 한 수도원장 아래서, 수많은 형제와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

—성콜룸바노 St. Columban, 585년

410년 영원할 것 같던 도시 로마에 야만인들의 쳐들어 와 약탈하고 방화하고 폐허로 만든다. 찬란하던 로마의 빛은 잿빛으로 변한다. 불에 타버린 폐허 속에는 누더기를 걸친 생존자들보다도 무리지어 거리를 배회하는 털 빠진 개들이 훨씬 자주 눈에 띤다. 476년 무대는 완전히 어둠 속에 잠긴다. 이러한 암전상황은 500년 동안 지속된다. —439

캄캄한 암흑시대의 자궁에서 기사도시대Age of Chivalry가 출현한다. 기사도시대의 남자들의 가장 큰 열망은 아름다운 성fair sex, 즉 여성을 보호하고 그들에게 봉사하는 것이었다. —441

정통교단의 지도자들은 불굴의 노력을 기울여 기독교 교리에 신성한 여자가 끼어들 수 있는 틈을 모조리 봉쇄했다… 하지만 중세암흑시대를 거치면서 유럽의 기독교세계에서 마리아 신앙이 갑자기 꽃을 피운다. 유럽 전역에 세워지기 시작한 웅장한 고딕성당들은 거의 예외없이 이 새로운 여신에게 바치는 거대한 기념물이었다. —444

자의식이 출현하면서 원시인들은 바위나 동굴벽에 여자를 상징하는 벌바사인vulva sign을 남긴다. —452

마리아의 치솟는 인기를 견제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압박을 느낀 교회의 지도자들은 순수한 악을 상징하는 인물을 고안해낸다. —450

황소 또는 염소의 뿔, 돼지의 송곳니와 발굽, 뱀꼬리, 삼지창, 빨간색은 모두 여신을 상징하는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샤를마뉴Charlemagne라고도 하는데 마뉴magne는 ‘대제’를 의미하는 라틴어다. 라틴어로는 카롤루스Carolus, 독일에서는 카를Karl, 영국에서는 찰스Charles, 이탈리아/스페인에서는 카를로스Carlos라고 한다. 프랑크왕국의 2대국왕으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