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인도북부(지금은 파키스탄)에서 이전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던 고대문명 유적이 발굴된다. 도시 가운데 큰 길을 중심으로 튼튼한 벽돌건물들이 줄지어 서있으며, 도시를 두른 외벽의 길이가 5킬로미터에 달하는 이곳에는 대략 3만 5,000여 명 정도가 거주할 수 있었다. 특히 인더스강물을 끌어다 쓰기 위한 관개수로망까지 구축했던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유적이 모헨조다로와 하라파에서 똑같이 발굴되었는데, 학자들은 이 두 지역을 중심으로 번영한 도시유적들을 통틀어 ‘인더스문명’이라고 이름붙였다.
1차 아리아족의 이주
인더스문명은 BC2500년부터 BC1500년까지 번성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보다 500년 뒤 꽃을 피운 인더스문명은 공예와 야금기술이 뛰어났으며, 배를 타고 수메르와 이집트까지 오가며 교역을 했다.
인더스계곡에 자리한 도시문명에서 기이한 점은, 이들 도시 안에 거대한 궁전이나 사원 같은 건축물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도시에서 가장 큰 건물은 벽돌로 지은 공중목욕탕이다. 하라파에서 발굴된 무덤을 보면 남자나 여자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라파에서 발굴된 눈에 띄는 유물로는, 인류최초의 링감-요니 조각이다. 링감과 요니는 남녀의 성기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신성한 돌조각상으로 생식력과 번영을 상징한다. 또한 인간을 닮은 무수한 유물들이 출토되었는데, 이는 어머니여신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인더스문명은 500개가 넘는 그림문자로 이루어진 고유한 형태의 문자체계를 발명하여 사용했다. 하지만 이들의 문자는 지금까지도 완전히 해독되지 않았을 만큼, 당시에도 글자를 배우고 사용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을 것으로 여겨진다.

도시에 거주하는 고등한 문명인들은 산스크리트어를 사용했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산스크리트sanskrit라는 말은 ‘신성하고 순수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들은 종교와 철학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담은 이야기를 공유했는데, 이것이 바로 베다Veda의 원작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문명인들은 사실 처음부터 이곳에서 거주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들은 1만년 전쯤(BC8000년) 메소포타미아에서 넘어온 아리아 혈통의 이주민 또는 침략자였다. 원래 이 지역에 거주하 던 이들은 도시 밖 열등한 주거지역으로 쫓겨나 살거나 남쪽으로 밀려내려갔다.

인더스에서 도시 밖에서 살던 이들은 ‘나가’라고 불렸는데, 나가Naga는 ‘뱀’이라는 뜻으로 뱀을 숭배했다. 실제로 이곳에서 뒤엉켜 있는 코브라를 묘사한 공예품들이 다량 출토된다.
또한 남쪽으로 밀려내려간 피부색이 검은 이들은 ‘드라비다’라고 불렸다. 드라비다사람들은 모계상속원칙을 따랐다. 드라비다의 문화는 인도의 토착신앙과 문화의 뿌리가 되었다. 예컨대 나무에 대한 신앙, 더 넓게 모든 식물에 대한 깊은 신앙이 바로 드라비다의 풍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2차 아리아족의 이주
BC1500년 무렵 히타이트가 비옥한 초승달 지역을 통일하면서 이곳에서 밀려난 억센 전사들이 이란고원과 힌두쿠시산맥을 넘어 인도로 밀려들어오기 시작한다. 이후 200년 동안 새로운 아리아인들이 계속 밀고 들어왔고 이전에 자리잡고 있던 이들(인더스문명)은 모두 노예로 전락한다.새로운 아리아인들은 당시 보급된 초보적인 형태의 알파벳도 가지고 들어온다. BC18세기경 그리스로 알파벳이 전파되고 1000년이 지난 뒤 《일리아스》가 등장했듯이, BC15세기 인도로 알파벳이 전파되고 1000년이 지난 뒤 인도에서도 문화가 꽃피기 시작한다.

새로운 정복자들은 산스크리트어에 맞게 알파벳을 변형했는데, 이것은 ‘브라미’문자라고 불린다. 그들은 기존에 전승되던 베다를 브라미문자로 기록하였고, 동시에 자신들의 호전적인 가부장문화와 영웅서사를 곳곳에 삽입했다. 리그베다, 마하바라타, 라마야나 등 인도의 고대서사시들이 바로 이때 탄생한다.
베다문학은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이전의 평등한 문화의 흔적이 이야기 속에 상당히 많이 남아있다. 예컨대 여자들이 상당한 권력과 재산소유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유롭게 축제나 종교의식에 참여할 수 있었다. 남편이 죽으면 다른 남자와 결혼할 수 있었는데, 마하바라타의 여주인공 드라파우디Drapaudi는 5형제를 한꺼번에 남편으로 거느리기도 했다. 또한 가장 뛰어난 현인으로 여성이 등장하기도 한다.
창조신화 역시 여러 가지 버전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는 폭풍과 비의 신 인드라Indra가 우주의 물을 다스리는 최초의 어머니 물뱀 브리트라Vritra를 죽인 다음 시체를 난도질하여 세상을 창조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는 누가 봐도 마르둑이 티아맛을 살해하는 바빌로니아의 창조신화를 그대로 가져와 이름만 바꾼 것이 명백하다.
이와는 정반대로 여성 중심 세계관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매력적인 창조신화도 기록되어 있다.
우주의 생산자는 원래 남자와 여자가 꼭 껴안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교합을 하기 위해 이 생산자는 둘로 갈라진다…이로써 남편pati과 아내patni가 생겨났다. 따라서… 한쪽 자아는 전체의 절반에 불과하다… 남편은 아내와 결합했고 이로써 인간들이 태어났다. 아내는 곰곰이 생각한다. “서로 한 몸이었던 우리가 또 어떤 방법으로 결합할 수 있을까… ”아내는 암소로 변신했다. 남편도 황소로 변신하였고, 또 두 사람은 결합했다. 이로써 송아지들이 태어났다. 아내는 암말이 되었고 남편은 숫말이 되었다… 그러고나서 망아지들이 태어났다… 이들은 유혹의 춤을 계속 추면서 이 세상을 온갖 생명으로 채워놓았다. 우주를 창조하는 거대한 춤을 끝내고 생산자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가 세상을 창조했도다. 이 모든 것들이 나로부터 나왔다.”

너무나 멋진 이야기 아닌가? 원죄도 없고, 누군가를 비난하지도 않고, 불복종도 없고, 치욕이나 타락도 없고, 처벌도 없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불안에 휩싸이는 아이들도 없을 것이다. 뱀도 저주를 받지 않고, 여자가 만악의 근원이 되지도 않는다. 누구도 낙원에서 쫓겨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여기에는 살인이 없다.
베다는 살아있는 만물이 신의 ‘피조물’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만물은 그 자체로 신의 ‘현현’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세계관에는 2원론이 끼어들 틈이 없다. 인도에서 우주는 곧 신이다. 나는 너고, 너는 나다.
이에 비해 서양의 세계관에서 신은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지극히 위대한 존재이며, 그가 빚어낸 피조물이 범접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존재다. 신은 모든 피조물의 존재이유다. 유일신이라는 개념 역시 ‘나와 너’라는 2원론 위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