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번역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프리랜서로 일을 하기 때문에 몇 명이나 되는지, 아니 무엇보다도 몇 명 정도 필요한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주변의 기존번역가들은 물론 초보번역가들이 적절한 일감을 찾고자 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우리나라의 출판번역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졌습니다.
하지만 번역가수요를 알아볼 수 있는 직접적인 통계는 없기에, 시장규모를 유추해볼 수 있는 자료를 찾아 구글링을 하다가 대한출판문화협회 자료실에 지난 5년간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 종수와 번역서 종수 통계자료가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자료를 보면 매년 출간된 책과 번역서 비중, 분야별 번역서, 번역원서 국가별 비중 등 유용한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출간되는 책은 대략 4만 종이고 이중 번역서는 3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2008년 31퍼센트에서 2012년 25퍼센트로 계속 줄어들고 있는 흐름이 보이는데, 이것이 지속적인 추세인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번역서의 분야별 비중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체 번역서 중에서 만화/아동 분야가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는 일반적인 출판번역과는 별도의 활동영역으로 분류합니다(동화번역가/만화번역가). 그리고 순수과학, 기술과학, 어학 분야의 책들은 대학교재들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 분야는 대학교수들이 번역작업을 수행할 것으로 여겨집니다(물론 철학, 사회과학, 문학 등 다른 분야에도 대학교재들이 있을 것이고 그런 책들은 대부분 대학교수들이 번역할 겁니다. 하지만 그 비중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기에 아래 추산과정에서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대략적으로 추산하자면 ‘출판번역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활동하는 번역가들이 번역할 수 있는 분야는 철학+종교+사회과학+예술+문학+역사 정도로 여겨집니다. 이는 번역서 중 50퍼센트 정도로, 대략 5,000종이 전문번역가들의 손끝에서 번역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영어(미국+영국+오세아니아): 2,598종 (문학:777종 + 비문학:1,821종)
- 일본어(일본): 1,275종
- 프랑스어(프랑스): 274종
- 독일어(독일): 257종
- 중국어(중국): 314종
이 수치를 바탕으로 출판번역가가 몇 명 정도 필요한지 추산할 수 있습니다. 전문번역가가 평균적으로 1년에 6권 작업할 수 있다고 가정할 때 필요한 번역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영어번역가: 433명 (문학번역가:129명 + 비문학번역가:304명)
- 일본어번역가: 212명
- 프랑스어번역가: 45명
- 독일어번역가: 42명
- 중국어번역가: 52명
대략적인 수치일 뿐이지만 제가 그동안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많지 않은 숫자네요. 현실적으로는 이 수치보다 아마도 3배 정도는 많은 사람들이 출판번역가로 활동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저도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출판번역을 하면서 출판사에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강의를 하는 등 여러 일을 병행하면서 활동했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1년에 3권 정도 번역을 했습니다. 또한 온라인서점에서 번역자 프로필을 보면 어쩌다 한두 권 번역하는 사람들도 많고, 한두 권 번역하고 번역을 그만두는 사람도 많습니다.
어쨌든 현재 번역가로 활동하는 분들은 물론, 번역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위의 추산수치는 번역시장의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의미있는 기준이 될 것이라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