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언론이 애정하는 나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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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특파원들은 AP 뉴욕데스크와 미국언론들이 특별히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들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케케묵은 미국인들의 친근함이나 생소함, 문화적 호감, 고정관념에 근거한다. 이러한 스펙트럼에서 늘 혜택을 입는 나라는 바로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언제든 ‘팔릴 만한 이야기’가 있는 나라다.

펠레, 삼바… 길을 걷다가 담배꽁초 줍듯 기사가 풍부한 나라로 여겨지지.

Claude Erbsen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패션의 1번지’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좋은 음식과 와인, 미식가들의 천국’으로 여겨집니다. 실제로 프랑스에 관한 기사에는 이러한 고정관념이 늘 밑바닥에 깔려있습니다. 2013년에는 ‘프랑스인들조차’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냉동식품을 전자레인지로 돌려서 먹는다는 이야기가 기사로 나갈 정도였죠.”

Elaine Ganley

국가의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주목을 받는 나라도 있는데, 그 극단적인 예가 바로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을 다루는 기사는 요르단을 다루는 기사와 완전 딴판이에요. 미국은 이스라엘에만 관심이 있지, 요르단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John Rice

중동 역시 상당히 비중있게 다뤄진다.

중동은 언제나 중요한 이야기로 다뤄집니다… 중동은… 선택적으로 취재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에요.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곳이기 때문에 취재망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늘 대비를 해야 하죠.

Sally Buzbee
2010년대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세계

미국언론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내용은 기사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한 AP특파원은 남아프리카에서 ‘동물기사’를 써서 보냈다가 뉴욕의 에디터들에게 퇴짜를 맞았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그런 기사를 쓰면 안돼. 아파르트헤이트와 관련되지 않은, 그런 가벼운 기사는 아무도 받지 않는다고.

David Crary

중국처럼 오랫동안 닫혀있다가 개방을 한 나라들은 엄청난 호기심의 대상이 되죠. 그곳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도 크고요. 미국독자든 다른 나라독자든 ‘전혀 몰랐던 이야기’ 또는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는 반응이 매우 좋아요… “중국의 마을은 어떻게 생겼을까?” 사람들은 모두 궁금해해요. 독일의 마을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하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오, 중국에 관한 시시한 기사가 또 나왔네.”

Terril Jones

하지만 AP특파원들은 이러한 미국인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그 의미를 일깨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미국인이 죽으면 거의 빠짐없이 기사를 쓰는 것과 달리 남베트남인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기사는 쓰지 못했어. 그들의 죽음에 미국인들은 전혀 관심이 없거든. 나는 그걸 기사로 쓰기 위해… 셋인가 넷인가 아들을 전쟁으로 잃고, 마지막으로 남은 아들 하나마저 전쟁터로 보낸 남베트남 어머니를 찾아야만 했지… ‘마지막으로 남은 아들마저 죽으면, 이제 누가 날 돌봐주겠소?’라고 하소연하던 그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네.

Edith Lederer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 접경초소에 가기 위해 무릎까지 눈이 쌓여있는 산길을 헤치고 세 시간 가까이 걸어서 올라갔어요… 정말 얼어죽는 줄 알았어요. 등유램프를 방안에 켜놓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깨질 듯 아팠죠… 여름에는 50도까지 치솟는 곳이지만, 한겨울에는 5도까지 떨어지죠. 날씨도 추운데다 눈보라가 몰아쳐서 앞이 보이지도 않았어요. 이 불쌍한 군인들은 자신들을 이끄는 군지휘관들에 대한 좌절감, 기대했던 서방국가들에 대한 좌절감에 젖어 있었어요… 그들은 미국에게 이렇게 묻는 듯했어요. “이미 할 만큼 했음에도 마음에 차지 않는다니, 도대체 뭘 어떻게 더 하라는 거죠?”…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에 취재를 하러가겠다는 걸 납득하는 에디터들은 별로 없어요. 딱히 미국의 언론들이 전혀 관심도 갖지 않는 걸 취재하겠다고 하면 누가 허락하겠어요? 9/11 테러가 일어난 이후에는 그런 경향이 더 심해졌죠. 하지만 나에겐 너무나 중요한 취재였어요… 그래도 어쨌든, AP가 고마운 게… 특파원들에게 취재할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보장해준다는 거예요. 물론 취재허락을 받기 위해서는 계속 조르고 조르고 졸라야 하죠. 어쨌든 AP는 온갖 취재 제약조건을 걸어놓으니까요. 재정적으로나, 또다른 측면들… 안전문제 같은 것들에 대한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죠. 어쨌든 취재활동이 신변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납득시켜야만 해요.

Kathy Gannon

국제뉴스의 가치를 평가하고 뉴스를 선별하기 위해서는 거대담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하지만 거대담론만 강조하다보면 세상이 돌아가는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중심을 잃고 방황할 수 있다. AP에서 44년 이상 특파원으로 활동한 로버트 리드는 냉전, 세계화, 이슬람이라는 거대담론 3개가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소비에트연방이 무너지고, 세계가 하나가 되었지. 새로운 시대가 오자 언론사들, 특히 해외통신사들은 시대적 흐름의 맥락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어. 아직도 방향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지루하고 시시하기 짝이 없는 세계화에 대한 이야기만 계속 보도했지. 세계화가 진행되어가는 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관점도 잡지 못하고, 그저 ‘사랑으로’ 하나가 된 쿰바야월드를 노래했어. 사람들은 그런 쓰레기 같은 기사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우리도 쓰고 싶지 않았지. 기자로서는 끔찍한 시간이었지. 언론사들은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온몸을 불살랐어. 바로 그때 구세주처럼 빈 라덴이 나타나서 새 생명을 불어넣어준 거야…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갑작스럽게 모든 것들이 잠잠해졌지. 중동도 죽어버리고. “영겁의 세월이 지나도 변한 건 없어. 사람들은 늘 똑같은 짓을 하지… 그러면 어떻게 하지? 썩어 문드러지게 놔두는 수밖에.” 언론사들은 더 이상 그 지역에 투자하지 않았어. 중동은 한 마디로 입지가 나쁜 부동산에 불과했지. 세계는 이제 어디로 옮겨갈까? 유럽? 개발도상국? 아시아! ‘아시아로 회귀(Pivot to Asia)!’ 정말 진저리날 정도로 듣던 말인데… 다 헛소리야. 40년 전에도 들었던 이야기인데, 당시 일본이 세계를 지배할 거라고 다들 떠들어댔는데… 경제도 완전히 망가진 일본이 지금 뭘 한다고? 지금 일본어 공부하는 사람 있어? 일본이 지구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나라가 될 거라고 누가 생각하나? 그러다 갑자기 중국 가지고 떠들더군. 와, 중국이다!…

Robert Reid

여기 수록된 AP특파원들의 인터뷰는 2012-2014년 실시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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