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와 형식

하지만 이 모든 엄청난 발명 중에서도, 자신의 가장 비밀스런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 심지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멀리 떨어져있더라도 전달할 방법을 떠올린 것 것만큼 가장 숭고한 절정이 어디 있겠는가? 더욱이 종이 위에 20여 개 작은 기호를 다양하게 나열하는 수고만으로도 가능하다니! 인간의 어떠한 경이로운 발명도 이를 능가할 수 없다.

갈릴레오 Galileo

아무리 좋은 것도 그늘을 드리우기 마련이다… 그것만의 고유한 탁월함은 동시에 비극적 결함이 된다.

윌리엄 어윈 톰슨 William Irwin Thompson

우리 문화를 마음껏 휘젓고 돌아다니는 신성한 소 중에서 누구도 그 존재의 가치를 의심하지 않는 것은 바로 문자다. 5,000년 전 문자가 탄생한 이래 무수한 시인과 작가들이 그 미덕을 칭송해왔을 만큼 문자의 혜택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문자를 사용하는 대가로 잃은 것은 없을까? 소포클레스는 일찍이 이렇게 경고했다.

위대한 어떤 것이 아무런 재앙 없이 인간의 삶에 출현한 적은 없다.

문자의 발명은 위대한 사건이었다. 그렇다면 그것이 몰고온 재앙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책이 탐구하고자 하는 주제다. —15

이 책에서 ‘여성적/여성성’이라는 말과 ‘남성적/남성성’이라는 말은 생물학적 성별을 초월하는 개념적 의미로 사용한다. 인간은 누구나 두 가지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21

여신숭배, 여성적 가치, 여자의 힘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미지 속에 깃들어있다. 반면 남신숭배, 남성적 가치, 남자의 지배는 문자에서 나온다. 문자와 이미지는 남성성과 여성성처럼 서로 보완해주는 대립쌍이다. 이미지를 희생시켜 문자의 가치를 높이는 문화에서는 언제나 가부장제가 만연한다. 이미지가 문자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에서는 여성적 가치와 평등주의가 꽃피운다.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