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문명 vs 사막

알파벳의 탄생

우리가 언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된 것은, 언어를 문자로 기록하면서부터였다. 소리매체는 시각화가 불가능했기에 그때까지는 언어를 쓰는 사람과 언어현상을 완전히 분리하여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알파벳으로 작성된 기록에서는 언어라는 매체를 객관화할 수 있다. 그것은 누구든 온전히 재생산할 수 있는 것이었다… 언어는 더 이상 화자인 ‘나’의 기능이 아닌 독자적인 실체가 있는 기록이 되었다.

―에릭 해이블록 Eric Haveloc

지금의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시나이반도에 퍼져있던 잡다한 부족들은 국가 이전 단계에서 소멸하여 모두 망각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지만, 이들이 남긴 유물 중 단 하나 놀라운 발명품이 있다. 그것은 지극히 단순한 형태의 문자 커뮤니케이션 기술로, 이후 사람들의 현실 인식방법을 바꾸고 젠더의식을 왜곡하고 역사의 발전방향을 바꾸는 등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 바로 지금도 우리가 쓰고 있는 ‘알파벳’이다. -115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그리스 3대 거대문명이 에워싸고 있는 사막지역. 흔히 ‘레반트’라고 부른다.

페니키아의 도시 티루스, 시돈, 비블로스, 아크레는 오늘날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까지 이어지는 긴 해안을 따라 펼쳐져있었다. 그들은 해안에서 15킬로미터 이상 들어가는 곳은 자신들의 영토로 삼지 않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농경을 멸시했기 때문이다. 페니키아는 자신들의 근거지가 되는 항구를 중심으로 세력을 뻗어나가면서 식민지를 건설하고, 무역을 계속 발전시켜나갔다. 이로써 페니키아의 도시들은 지중해 연안을 따라 점을 찍듯이 퍼져 나간다.—121

The Phoenicians: Mysterious Merchant Mariners
기원전 5세기 페니키아는 북아프리카 카르타고에 위성제국을 건설한다. 머지 않아 위성제국은 레반트 본국보다 훨씬 거대한 규모로 번성한다.
지중해를 제패한 페니키아의 전함. 기원전 700년 경 작품.
페니키아 알파벳. 카드모스왕자가 그리스에 전해준 알파벳의 원형.

하지만 가장 오래된 알파벳은 시나이사막 한복판에서 발견되었다. 달 표면처럼 황량한 사막 한복판이다. 이렇다할 도시도 없으며, 제국이 존재했던 흔적도 없으며, 물도 찾을 수 없으며, 그래서 식물도 거의 자라지 않는 곳이다. 그러한 곳에서 가장 오래된 알파벳이 새겨진 돌이 수천 년 동안 이글거리는 햇볕 아래 구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125

시나이사막 한가운데에서 발견된 원시 시나이알파벳Proto-Sinaitic Alphabet. 기원전 18000년 경.
초기 페니키아의 최고신 엘El과 그의 부인 아셰라흐Asherah. 이 엘을 유대인들이 가져다가 자신들의 유일신으로 삼는다. 구약에는 ‘엘(엘로힘)’과 ‘아세라’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후대 페니키아의 최고신 바알Baal과 그의 부인 아스타르테 Astarte. (구약에는 ‘바알’, ‘아스다롯’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1897 년 그려진 성경삽화. 몰록Moloch에게 아기를 바치는 페니키아인들의 모습을 상상하여 그린 그림.

시나이산에서 야훼가 모세에게 10계명이 적힌 돌판을 준 이후, 유일신은 모든 이미지를 배척하고 오직 글자로 기록된 것만 인정했다. 알파벳으로 쓰여진 최초의 책이 구약이란 사실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그 이전에 알파벳이 사용된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126

Note

  1. Eric Havelock, The Muse Learns to Write: Reflections on Orality and literacy from Antiquity to the Present, 112.
  2. William H. Stiebing Jr., Out of the Desert, 53.
  3. Herodotus, The Histories, 361.
  4. Will Durant, The Story of Civilization, vol. 3, Caesar and Christ, 42.
  5. A. R. W. Green, The Role of Human Sacrifice in the Ancient Near East, 18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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