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어순을 통제하기 위한 번역전략

This article is published on

This article belongs to the category

,

To read this article you need time

3분

This article received readers’ responses

0

This article consists of keywords

갈등하는 번역 온라인레슨 15

이 레슨은 [갈등하는 번역 17. 사건의 재구성: 해석의 순서와 선형배열]에서 다루는 내용을 설명합니다.[/fusion_alert][fusion_text]언어를 통해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서 우리는 경험을 최소단위로 분절하여 일렬로 나열해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메시지는 ‘선형배열linear sequence’ 형태로 조직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배열된 메시지의 순서가 우리가 세상을 자연스럽게 인식하는 순서와 어긋날 수 있습니다. 메시지의 순서는 언어적인 규칙, 커뮤니케이션 상황,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정보수준 등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내가 그 사람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진술할 때 선형배열과 실제 우리가 인지하는 해석상의 배열은 다음과 같이 다릅니다.

선형배열해석상의 배열
[English] I → used to know → him.
[Korean] 나는 → 그 사람을 → 안다.
I → him → used to know

위에서 볼 수 있듯이 SVO 어순보다 SOV 어순이 인간의 기본적인 사고의 흐름(해석상의 배열)을 밀접하게 반영합니다. 실제로 지구상에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 중 70% 이상이 한국어와 같은 SOV 어순이라고 합니다.

전문번역가들이 어순을 교체하는 기법 중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전략1: 태 바꾸기 voice change

수동태를 능동태로 번역하거나 능동태를 수동태로 번역함으로써 어순을 바꿀 수 있다.

  • This picture is drawn by Tom.
    • 톰이 이 그림을 그렸다. (Tom draws this picture.)
    • 이 그림은 톰이 그렸다. (This picture, Tom draws.)
  • You shall be died.
    • 죽여버리겠어. ((I) will kill you.)
    • 너 죽어! (You, die.)

전략2: 동사 바꾸기 change of verb

give-get, sell-buy, like-please 와 같이 어떤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기술하는 동사쌍을 활용하여 어순을 바꿀 수 있다.

  • It pleases me → 나는 그것을 좋아한다. (I like it.)
  • John sold it to me. → 그거 존에게서 샀다. ((I) bought it from John.)
  • John sent me a letter. → 존에게서 편지가 왔다. ((I) got a letter from John.)

전략3: 명사화 nominalization

동사를 명사화하거나 명사를 동사화함으로써 어순을 통제할 수 있다.

  • The reorganization of the old Department into two new Departments should also include the institution of separate detailed bookkeeping procedures and the maintenance of separate bank accounts for each. → When we reorganize the old Department into two new Departments, we have to institute separate detailed bookkeeping procedures and maintain separate bank accounts for each.
  • 한국 제약회사들의 운명이 앞으로 4~5년 안에 결정될 처지다. 신물질을 만들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외국 제약회사의 도매상 노릇을 할 것인가의 기로다. → 한국 제약회사들은 앞으로 4~5년 안에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신물질을 만들지 못하면 외국 제약회사의 도매상 노릇을 해야 한다.

전략4: 외치 extraposition

절 자체의 위치를 바꾸어 어순을 통제할 수 있다. 한 문장을 다른 문장의 종속절로 끼워 넣거나 등위절로 연결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출발언어와 도착언어의 어순패턴이 크게 차이가 날 때 한 차원 높은 수준에서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한다.

많은 번역가들이 외치전략을 활용하지 못한다. 대개 통사론 차원에서 어순을 조절하는 수준에 만족한다. 물론, 번역자에게 허용된 권한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히 기술번역의 경우), 외치전략을 활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한 권한이 허용된 경우에도(출판번역의 경우) 이러한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외치전략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해석능력과 텍스트작성능력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원문이든 번역문이든 모든 텍스트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이다. 어순과 커뮤니케이션 기능 사이에 긴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실험하는 번역가만이 외치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번역과정을 거치면서, 원천텍스트의 주제구조와 정보구조를 그대로 따르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목표언어의 어순에 대한 제약, 통사구조의 특징, 문미하중의 원리, 자연스러운 어법과 같은 요인들로 인해 원문의 구성방식을 재현해내지 못하는 경우, 새로운 구성을 만들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은 ‘정보의 흐름’입니다.

위에서 본 그림을 다시 보면, 모든 텍스트는 메시지의 목적을 향해 전진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글은 – 번역글 역시 – 텍스트 안에 속하는 절은 이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어순을 짤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몇 가지 문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목표텍스트(번역문)가 나름대로 주제구성을 갖추고 있느냐?
  •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읽히느냐?
  • 원문의 정보구조를 왜곡하지 않는가?
  • 원문이 유표적 구조로 표시하는 강조점을 번역문에서도 최대한 보존하고 있느냐?
  • 텍스트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일관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있느냐?

이 글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남겨주세요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워드프레스닷컴에서 웹사이트 또는 블로그 만들기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