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 Comes Artificial Intelligence
Matthew Feeney 2012년 11월 13일
강한 인공지능은 SF영화나 소설의 단골소재다.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사악한 인공지능 ‘할(HAL)’, <매트릭스>와 TV드라마 <배틀스타 갤럭티카>에 등장하는 인간을 증오하는 기계, 찰스 스트로스Charles Stross의 소설 <엑셀러란도Accelerando>에 등장하는 행성의 에너지를 모조리 빨아들이고자 하는 인공지능
‘매트리오시카브레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공지능이 영원히 영화나 소설 속에만 머무르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많은 이들이 예상하는 시기보다 빠르게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이처럼 기술발전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다. 그는 2005년에 출간된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에서 2045년 전인류의 지능을 능가하는 초지능이 탄생하며, 이러한 초지능은 마침내 지구라는 한계를 넘어 광활한 은하계까지 식민지로 만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새로운 책 <마음의 탄생>에서 강한 인공지능을 만드는 지름길은 바로 인간의 뇌를 ‘리버스엔지니어링’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리버스엔지니어링이란, 이미 완성되어 있는 기계나 프로그램을 검사하고 분해하여 그것과 똑같은 기능을 하는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다.
책의 초반부에서 커즈와일은 인간을 비롯하여 포유류의 뇌에만 존재하는 신피질을 깊이 분석해나간다. 수억 개의 패턴인식기들이 모여 이루어진 신피질 덕분에 우리 인간은 언어, 추상적 사고, 창조성과 같은 자연계에서 진귀한 능력을 얻게 되었고 사랑과 같이 진화에 유리한 감정도 갖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논의는 책의 후반부로 가면서 자연스럽게 의식의 문제로 이어진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커즈와일은 이 책에서 의식이란 순수하게 물리적인 요소들의 작동 과정에서 발생한 어떤 것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만물에 마음이 존재한다고 보는 이러한 범원형심론적 관점은 결국 컴퓨터 역시 의식을 경험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결론을 뒷받침한다.
이 책 제목에 ‘뇌’나 ‘지능’이 아닌 ‘마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 커즈와일은 “마음은 의식을 가진 뇌를 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마음과 몸의 문제에 관한 논의는 비교적 짧게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일반독자를 위해 쓴 책으로써 의식, 마음과 몸의 관계, 자유의지(아낙사고라스에서 갈렌 스트로슨에 이르는 무수한 철학자들이 천착했던 주제)에 관한 깊이 있는 논의까지 들어가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커즈와일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커즈와일은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에 대한 견해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어쨌든 강한 인공지능이 도래한다면 가장 먼저 제기되는 철학적인 문제는 기술적인 측면이 아니라 윤리적인 측면일 것이다. 의식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계에 도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커즈와일은, 인류가 결국 인공지능을 동등한 개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 예상한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다름없이 자신의 경험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면 의식을 가진 인격체로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물론 이 과정에는 믿음의 도약이 필요하다는 것을 커즈와일은 인정한다.) 어쨌든 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이 탄생한다면 이러한 철학적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붙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미래에 대한 무수한 전망을 쏟아내는 커즈와일의 책을 읽다 보면, 그가 과거에 내놓았던 예측은 지금까지 얼마나 맞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한 그가 제시하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전망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특히 2045년에 특이점이 도래한다는 그의 주장은 여전히 수많은 의심과 비판을 받고 있다.
커즈와일은 이러한 독자들의 의구심을 의식해서인지 이 책에서 자신의 예측이 지금까지 얼마나 적중했는지 이야기한다. 커즈와일 스스로 평가한 바에 따르면, 그의 전작 <21세기 호모사피엔스>, <지능기계의 시대>, <특이점이 온다>에서 제시했던 무수한 미래예측 중 80퍼센트 이상 적중했다고 말한다. 예컨대 거의 모든 컴퓨팅이 클라우드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며, 휴대용 컴퓨터는 훨씬 가벼워질 것이며, 이러한 휴대용 컴퓨터를 이용해 도서관과 정보서비스 시스템에 접속하게 될 것이라 예측은 모두 적중했다.
커즈와일의 예측은 대부분 ‘수확가속법칙(Law of Accelerating Returns)’이라는 개념에 기반한다. 수확가속법칙이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기존의 통념을 거슬러 “정보기술은 사회적인 변화와 무관하게 기하급수적인 궤적에 따라 발전한다”는 커즈와일이 주장하는 기술발전 예측이론이다.
커즈와일은 이 책 말미에 한 챕터를 할애하여 자신의 주장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검토하며 논박한다. 하지만 자신이 전망하는 인공지능이 어떻게 그처럼 단기간에 실현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특히 이 책에서는 건강과 관련한 이야기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책 끄트머리에 나노봇이 세포손상을 모니터링하고 치료할 가능성에 대해서 잠시 언급하는데, 이는 암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는 기술이다. 이런 주제는 분명히 좀더 세밀하게 다룰 가치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 대신 초지능들이 빛의 속도를 뛰어넘는다거나 우주를 식민화할 것이라는 이야기로 끝을 맺어버린다.
그럼에도 그의 전망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커즈와일의 예측이 맞다면, 인간의 수명은 계속 길어질 것이며, 심각한 질병들을 치료할 확률은 계속 높아질 것이며, 엄청난 산업혁명조차 초라하게 만들어버릴 거대한 사회적인 격변이 일어날 것이다. 마음 한 켠에 인간이 기계에 예속된 <매트릭스>의 암울한 미래에 대한 전망이 도사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펼쳐지는 낙관적인 세계에 대한 커즈와일의 전망은 독자들을 쉽게 전염시킬 것이다.
9기 이택근
Source Text http://reason.com/archives/2012/11/13/here-comes-artificial-intellig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