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증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세 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하지만 비판적 사고를 하는 사려깊은 독자는 이 세 가지 요소만으로 설득하기 어렵다. 특히 ‘글’까지 써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면 그 자체로 복잡하고 찬반이 치열하게 엇갈리는 주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세 요소만으로 설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독자의 시선을 논증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설득에는 상대방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독자의 관점을 논증 속에서 언급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쓰는 것은 독자를 무시한다는 것이며, 더 나아가 ‘나는 남의 생각에 무관심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독단적인 사람이라고 낙인찍힐 수 있다.
독자와 협력하고자 하는 태도, 토론과 논쟁에 열려있는 태도를 보여주어야만 독자는 글쓴이를 신뢰한다. 이러한 태도를 보여주려면 논증의 핵심파트를 독자의 시선으로 감싸야 한다. 내 생각과 독자들의 생각의 차이를 스스로 인정하고 그것에 대해 반응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만이 자신의 주장이, 성급하게 내린 결론이 아니라 독자의 다양한 생각까지 사려깊게 고려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은, 내가 비판적 사고를 하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는 글쓰기 능력의 핵심
물론 독자의 반론과 대안을 자신의 글에서 언급하기 위해서는 ‘비판적인 상상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비판적 사고를 하는 독자들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이 무엇인지 상상해내지 못한다면 그것을 글 속에 삽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내 주장에 대하여 풀리지 않은 의심, 다른 해법,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까?
- ‘그렇다면 —경우에는…’이라고 묻는 사람에게는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내 주장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주장을 의심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매우 당황한다. 누군가 그런 질문을 던지면 곧바로 방어적 자세를 취하며 어떠한 반격이든 맞받아치려고만 한다. 반면에 그런 질문에 대해 전혀 당황하지 않고, 또 느긋함을 잃지 않고 여전히 친근한 어조로 반박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한 능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것은 한 순간의 임기응변이 아니다. 논증을 펼쳐 나가는 동안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른 이들이 던질 수 있는 온갖 반론을 상상하며 그것에 대해 정당하게 반박하는 사고훈련을 꾸준히 한 사람만이 구사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다. 이처럼 스스로 반론을 상상해내고 거기에 대해 차분하게 대답하는 사람이 펼치는 논증은 한층 넓고 깊고 탄탄할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자신의 논증에 대해서 엄격하게 따질 줄 아는 사람이 내놓는 주장은 사람들이 더욱 신뢰한다. ‘더 현명하고 사려깊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에토스Ethos라고 하는데, 이러한 에토스를 꾸준히 발산하는 사람은 대부분 높은 명성을 얻는다.

묻고 따지는 것은 민주시민의 의무
물론 반대의견이나 대안을 계속 제시하는 것은 말꼬리를 잡고 대화를 방해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방의 주장에 맞서는 것을 포기한다. 좀더 보편적으로는,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마지못해 동의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동의하지 않더라도 단순히 침묵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대한 주제를 놓고 논증하는 경우에는 이렇게 잠자코 있는 것은, 절대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며 심각한 경우에는 직무를 방기한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 논증에 참여하는 사람은 주장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반대의견을 내세울 의무가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트집잡고 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협력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럴 경우에만 비로소 타당하고 생산적인 논증이 이뤄질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떠올리는 것이 어려운 이유
그럼에도 우리는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을 어려워 한다. 그 이유는 다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지적 능력과 비판적 상상력의 부족
- 다른 이들의 관점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내 생각만 중요하다.
- 고려해 볼 만한 또다른 견해가 존재할 수 있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다. 사실, 간단한 논증을 할 때조차 자기 생각을 남의 시선에서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다양한 관점을 익히고 비판적 사고를 몸에 익히기 위해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공포
- 다른 의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틀릴 수 있는 사실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
- 나의 논증의 오점을 인정하거나 남의 논증에서 탁월한 부분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쁘다. 그것은 곧 나의 완전무결함을 훼손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정작 겁내야 하는 것은 틀리는 것이 아니라, 무례하고 독선적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남들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곧, 자신의 지식이 부족하고 자신이 없다는 것을 더욱 드러내는 것이다. 사려깊은 독자들은 이런 사람을 금방 알아본다. 당연히 그들이 내놓는 주장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이 글은 논증의 탄생과 스타일레슨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