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돌봐야 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여자들이 사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었다. 아이를 오랫동안 홀로 남겨둘 수 없고, 우는 아기를 사냥에 데리고 갈 수도 없다. 늑대, 사자, 범고래 등 무리지어 사냥하는 포식자들은 사냥하고 살육하는 과정에 암컷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인간은 결국 집단사냥을 하는 동물 중에서, 사냥과 관련한 모든 임무를 수컷에게 일임한 최초의 동물이 된다.
남자들이 살육기술을 연마하는 동안, 여자들은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문화적인 기여를 했다. 동물의 가죽을 따뜻한 옷으로 바꾸어 놓거나 옷감을 짜거나 도기를 빗는 법은, 투석기나 창을 개발하는 일만큼 부족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채집을 하기 위해서는 식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필요했으며, 따라서 풀의 영양학적 의학적 비밀에 대해서도 여자들이 훨씬 많이 알았다.
하지만 추운 지역에서는, 사냥기술이 채집기술보다 훨씬 중요했다. 몇 달간 지속되는 겨울이 오면 과일과 곡식이 일시에 사라지기 때문에 더 크고 위험한 동물을 사냥해야만 했고, 이로써 사냥꾼들은 더 용감해져야만 했다. 구석기시대 북유럽의 동굴벽화나 유물을 보면 고기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여자의 양육기술은 부족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를 이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면 부족 자체가 소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분화된 남녀의 생존기술은 더욱 강력하게 상호의존적으로 발전하며 서로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뛰어난 사냥꾼이 되기 위해서는 거칠고 잔인한 ‘냉혈한’이 되어야 하는 반면,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다정하고 따듯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냥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목표에 몰입해야 하고(터널비전), 채집을 하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인식해야 한다(멀티테스킹). 먹을거리를 찾을 때 남자는 한 눈을 파는 순간 위험에 빠질 수 있는 반면, 여자는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끊임없이 곁눈질로 살피지 못하면 자식이 심각한 부상을 당하거나 죽을 수 있다.
이처럼 오랜 시간에 걸친 진화를 통해 남자와 여자는 역할을 분담하게 되었으며, 똑같은 자극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정서적 반응을 하게 되었다. 결국 남자와 여자는 주위를 관찰하는 시선, 생존전략, 헌신하는 방식, 궁극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까지도 달라진다. 남자는 사냥/도살자, 여자는 채집/양육자에 가장 적합하게 발전했다.
뇌의 진화
이러한 분화에 부응하기 위해 인간의 신경계도 다시 설계되었다. 좌우뇌를 연결해주는 뇌들보를 조사한 결과, 남자보다 여자가 뇌들보 앞쪽에 신경섬유가 적게는 10퍼센트, 많게는 33퍼센트까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결뉴런이 많다는 것은, 좌우뇌 사이의 소통이 훨씬 잘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결뉴런이 많을수록 정서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높아진다.
그로 인해 여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인식하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데 능하다. 아기의 감정상태를 훨씬 잘 이해하며, 남의 감정도 더 깊이 파악하고 교감한다. 상황을 포괄적/전반적으로 파악하며,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하는 데 뛰어나다.
반대로 여자에 비해 연결뉴런이 적은 남자들은 사고과정에 느낌과 감정이 개입하는 것을 쉽게 차단한다. 감정의 동요없이 단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는 능력은 사냥꾼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자질이다. 동물을 거침없이 죽이기 위해서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끈끈한 사랑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정한 2원론적 세계관이 필요하다. 세상을 주체와 객체를 분리하여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물론 우리 뇌는 상황에 따라 비교적 쉽게 재구조화되기 때문에 이러한 해부학적 특성이 결정적이라고 할 수 없다. 실제로 아기를 돌볼 필요가 없는 여자들 중에는 감정의 흔들림 없이 사냥감을 죽이는 이들도 있고, 반대로 남자 중에는 훌륭한 채집솜씨를 뽐내고 사랑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 남자들은 수렵과 도살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고 대다수 여자들은 채집과 양육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