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화문명: 알파벳 vs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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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옥한 초승달 문화가 서쪽으로는 유럽, 동쪽으로는 인도까지 퍼져나갔으나, 그 너머 중국에는 미치지 못했다. 인도북동부를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히말라야산맥을 넘어 대규모 인구가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히말라야 서쪽과 동쪽의 문화적 풍경은 완전히 달랐다.

한자문화권의 기본적인 사상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은 바로 태극이다. 음양의 조화, 남자와 여자의 평등과 상보성을 상징한다. 두 개의 물방울이 머리에서 꼬리까지 서로 부드럽게 휘감으면서 상대편 영역으로 깊숙이 파고든다. 물방울 머리에는 상대영역의 정수를 담은 작은 원이 있다. 서로 상대영역의 씨를 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문화 위에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가부장제 문화를 일궈냈다. 특히 최근 1000년 동안 중국에서 여자의 지위는 말할 수 없이 비참했다. 일부다처제가 사회적 규범으로 자리잡았으며, 여자들에게는 어릴적부터 남편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자신의 낮은 지위를 순순히 받아들이도록 세뇌했다.

하지만 오늘날 쏟아지고 있는 고고학적 증거들은 중국에도 기본적으로 평등한 문화가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단적인 예로, 문자시대에 들어서면서 중국에서 ‘가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가문을 상징하는 글자에 모두 ‘여자’가 들어있다.

꿰이

야오

춘추전국시대 이전에 생겨난 중국 최초의 8성. 모두 女를 포함하고 있다.

알파벳문화 vs 한자문화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한자 유물은 기원전 1500년경 거북등껍질과 뼈에 새긴 것이다. 따라서 한자는 그 이전부터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결국 한자가 등장한 시기와 지중해연안에서 알파벳이 등장한 시기는 거의 일치한다고 말할 수 있다.

기원전 1300년경 제작된 갑골문

알파벳은 단순한 기호들을 일렬로 나열하는 데 반해, 한자는 기초한자(부수)들을 결합하여 의미를 만들어낸다. 알파벳은 선형적인 분석능력을 요구하는 반면, 한자는 통합적 종합능력을 훨씬 많이 요구한다. 그래서 한자문화에서는 글자의 형태 자체를 그림처럼 음미하는 예술(서예:캘리그라피)이 고대부터 발전했다. 이에 반해 알파벳문화에서는 글자의 형태와 의미를 별개라고 여겼다.

알파벳문화는 공격적으로 전쟁하고 정복하고 탐험하는 데 집중한 반면, 한자문화는 자신의 영토를 높은 장벽으로 에워싸 오랑캐들의 침략을 막는 데 집중했다.

알파벳문화는 자신의 믿음을 다른 이에게 주입하고자 열을 올렸고, 그로 인해 종교적인 이유만으로 박해하고 살육하고 끝없이 전쟁을 일으켰다. 이에 반해 한자문화권에서는 종교를 포용하는 전통이 강하다. 종교적 이유만으로 박해하거나 전쟁하는 일은 한자문화 전통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알파벳문화에서는 여자를 상징하는 뱀이 저주, 억압, 정복의 대상으로 전락한 반면, 한자문화에서는 추앙받고 사랑받는 숭배의 상징이 되었다. 여신의 상징 뱀이 권력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상서로운 ‘용’으로 승천한 것이다.

자금성 돌계단에 새져져있는 용

오늘날 서양문명의 기틀이 된 5가지 추상적인 개념―형상이 없는 신, 성문법, 사변철학, 수학, 이론과학―은 한자문화에서 발전하지 못한다. 한자문화에서는 기본적으로 ‘형상 없는 신’이라는 개념 자체에 관심이 없다. 법보다는 관습에 의존해 살아가며, 사변철학보다 실용적인 문제에 집중한다. 그 결과 고등수학과 이론과학도 발전하지 못했다.

알파벳문화는 기본적으로 통합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 낱낱이 흩어지는 알파벳이라는 문자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듯, 영토를 가르고, 까다롭게 따지고, 자신과 남을 구분하고 쪼개려고 노력한다. 자기만의 방언과 문자, 정치적 종교적 이데올로기를 고집하며 끝없이 갈등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서양의 역사이자 운명이었다.

이에 반해 한자문화에서는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하나의 통일정부 아래 유지되어 왔다. 무수한 갈등이 존재함에도,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민족이 하나의 왕조 안에서 살았다. 물론 ‘한자’라는 고정된 문자의 존재 덕분에, 말이 다른 여러 민족이 어려움없이 소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세기 제국주의가 도래하면서, 마침내 추상적이고 호전적인 알파벳문화가 한자문화를 침탈하고 식민화하는 데 성공한다. 알파벳문화는 정복욕에 불타는 남자, 한자문화는 박해받는 여자 역할을 했다.

동서양이 처음 맞부닥친 1회전에서 서양은 완승을 거두었다. 하지만 태극음양처럼 알파벳과 한자는 상반되는 동시에 상보적인 인류의 고귀한 문화다. 이 두 문화는 우리 인류가 다음 단계로 진화해나가기 위한 중요한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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