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의 작은 대학에서 교수를 하며 평온한 중산층의 삶을 이끌어가는 휴 워커는 이따금씩 몽롱한 환상을 경험한다. 그럴 때마다 들판을 끝없이 걸으며 녹초가 될 때까지 몸을 혹사하며 버틴다. 그러던 어느날 강의실에서 눈에 띄는 여학생을 발견하여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가족같이 지내기 시작하는데…

음, 아직 덜 여물었지. 어린 나무 같아. 모든 사람이 그래. 그러다 갑자기 성장해서 어린 티를 벗어버리지. 우리 아이들도 그럴 거야. 아직 말도 못 하는 어린 딸아이도 어느 순간 이 소녀처럼 되겠지. 그녀에 대해 생각하는 건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야. 어떤 이유에선지 삶에서 점점 괴리되고 있던 나를 그녀가 되돌려 놓았을 뿐이야. 뭐, 길거리에서 노는 아이들, 계단을 힘들게 올라가는 노인을 보고도 그랬을 수 있지. 그 아이는 내 것이 아니야. 머지않아 내 앞에서 사라질 사람이지. 위니프레드와 아이들은 계속 여기 머물 것이고, 나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서로에게 속해 있다는 사실로 인해 벗어날 수 없어. 메리 코크란, 걔는 자유롭지. 적어도 이 감옥에 갇혀있지 않잖아. 물론 그녀 또한 자신만의 감옥을 만들어 그곳에 갇혀 살겠지만,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문은 세상과 세상을 이어준다. 문 너머에는 자유로운 세상이 펼쳐져있을 수도 있지만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다. 문은 희망이기도 하지만 절망이기도 하다. 이곳이 절망이라면 문 너머에는 희망이 있을 것이고, 문 너머에 절망이 있다면 지금 이곳이 희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한 문과 마주친다. 그 문을 열지 말지는 우리가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열심히 문을 열고 들어간다. 하지만 그 문 너머에 빛이 있을지, 덫이 있을지 모른다. 아니, 빛으로 보이는 것도 실제로는 덫일지 모른다. 세상 모든 것이 덫이다. 우리는 덫에 빠지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 운명은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감내할 뿐이다.




The Door of the Tr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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