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하는 번역 온라인레슨 8
이 레슨은 [갈등하는 번역 4. 번역자의 내공: 사용역을 알아보는 눈]에서 다루는 내용을 설명합니다.
[/fusion_alert][fusion_text]언어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이것을 언어변이language variation이라고 하죠. 언어변이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방언dialect
예컨대 100년 전 사람들과 오늘날 사람들이 쓰는 언어는 다르고(temporal dialect), 전라도와 경상도에 사는 사람들이 쓰는 언어가 다르고(geographical dialect),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언어는 다르고 노인과 젊은이가 쓰는 말이 다릅니다(social dialect). 이처럼 언어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변이를 ‘방언’라고 합니다.
사용역register
하지만 언어가 사용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변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우리는 컴퓨터작업을 할 때 쓰는 말과 요리를 할 때 쓰는 말이 다르고, 선생님과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말투와 친구와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말투가 다릅니다. 벽에 붙일 안내문을 쓸 때 선택하는 문구와 이메일을 쓸 때 선택하는 문구가 다릅니다. 이처럼 똑같은 사람이라도 상황 따라 달라지는 언어사용방식을 ‘사용역’이라고 합니다.
번역과 관련하여 ‘사투리의 번역’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널리 알려진 문제이기도 하고 민감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미국 남부흑인의 말투를 우리말로 옮겨야 할 때 번역자는 심각하게 고민을 합니다. 또한 그 결정은 어떠한 경우든 논란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아래 기사는 방언의 번역과 관련한 논란을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사실, 일반적으로 번역가에게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방언보다 사용역입니다. 사용역은 우리 일상속에서 너무나 익숙하게 작용하는 언어관습이기 때문에 사용역을 잘못 선택하면 의미를 전달하는 기본적인 기능마저도 하지 못할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번역과정에서는 원문에만 매달려 번역하다보면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예컨대 우리는 주변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만 듣고도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 오가는 말인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사용역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사용역은 “어떤 상황에서 자연스럽다고 여겨지는 어휘나 표현”을 알려주는 규범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번역에서 사용역이 문제가 되는 것은 또한 사용역이 적용되는 기준이 문화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학생이 선생님을 ‘Mr. Smith’라고 부르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한국에서는 선생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실제로 이런 호칭을 그대로 번역한다면, 한국어 독자들은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선생님과 학생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또한 사용역은 전문분야마다 달라지는 어휘사용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 diversify business
- diversify investment
원문에서는 모두 ‘diversify’라는 동사를 썼지만 이것을 번역한다면 다음과 같이 달라질 것입니다.
- 1a. 사업을 다각화하다
- 2a. 투자를 분산하다
물론 ‘사업을 분산하다/투자를 다각화하다’라고 번역해도 의미전달에 실패하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어휘선택은 “비전문가의 서툰 번역결과물”이라는 것을 한 눈에 일깨워 줄 것이고 그 결과 텍스트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