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ania’s Diary 1/21/2017
Paul Rudnick, 윤성철 번역
안녕!
방금 2017년 여성행진Woman’s March에 갔다가 왔어. 기분이 좀 나아졌네. 당연히 변장했지. 대통령 취임식 때 드레스 위에 입었던 몸에 꼭 맞는 파우더블루 랄프로렌 볼레로는 벗어버리고 오리털조끼에 어그부츠를 신고, 사람들이 쓰고 나온 핑크색 니트로 짠 푸씨햇 모자도 썼지. “내 권리에서 손을 떼라Keep your tiny hands off my reproductive rights!”와 ‘멜라니아 해방! Free Melania!’ 같은 구호를 외치며 즐겁게 놀았어. 아무도 날 몰라보더라. 딱 한 여자가 나보고 멜라니아를 닮았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이렇게 말했지.

아뇨. 멜라니아는 저보다 좀더 젊어요. 좀더 우울해보이고요.
취임식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어. 사실 말야, 취임식 내내 나는 도널드가 워싱턴D.C.에 새 집을 보여주는 늙은 부동산중개인이라고 생각하기로 최면을 걸었지. 도널드가 대통령선서를 하는 동안, 이방카는 내 귀에 대고 계속 속삭이더군.
티파니는 무슨 말이 저렇게 많아. 한 마디만 더 하면, 안식일에 일하는 사람하고는 한 마디도 안 한다고 이야기할 거야.
취임식이 끝나고나서 오바마 대통령 소맷자락을 붙잡고 말했지.
저 좀 데려가 주세요. 사샤 대학지원서 작성하는 거 도와줄께요. 누군가 손을 대려고 할 때마다 도널드가 내는 소리를 흉내내서 웃겨드릴 수도 있어요.
버락은 점잖게 내 손가락을 밀어내면서 이렇게 말했어.
여기가 당신 집이오, 멜라니아. 잘 헤쳐나가세요.
도널드와 함께 취임식장으로 걸어나가니 관람석이 휑하더군. 난 그의 주위를 분산시키려고 이렇게 말했지.
정말 나무가 많네요!
폭력적인 시위대도 있었어. 아마도 도널드가 취임연설에서 “American carnage(미국인 대학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게 하려고 했던 사람들이었을지 몰라. 하지만 ‘American Carnage’는 도널드가 최근 쓰기 시작한 애프터쉐이브 이름이란 걸 사람들은 몰랐겠지. 도널드가 얼굴에 바르는 식이섬유보충제 메타뮤슬에다가 벤게이크림과 퓨렐 향을 섞은 거야.
이제 온갖 파티에 참석해야 하는데, 그걸 내가 다 감당해낼 수 있을까 모르겠어. 그러고보니 소녀시절 슬로베니아에서 쫓아다녔던 파티가 생각나네. 다들 비슷비슷한 정장차림에 은퇴한 노년의 남자들, 자동차커버처럼 이상한 천으로 만든 가운을 걸친 나이 많은 아줌마들, 그리고 인생의 기회를 잡아보려는 나처럼 어린 몇몇 소녀들이 전부였지. 대학에서 모델이론을 배우면서 1층 로비에 스타벅스 커피숍이 있는 거대한 빌딩이 정말 있을까 궁금해하던 기억이 나네. 잡지에 나오는 공화당 유력인사 부인들 사진을 보며 감탄하기도 했지. 잘 생긴 사발모양 헤어스타일에 튼실한 팔뚝, 비행기에서 나눠주는 미니술병이 가득한 핸드백…

그날 밤 마침내 백악관으로 돌아왔을 때, 도널드는 내게 다가와서 묻더라고.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뜻에서 잠자리를 함께 하고 싶다고. 심장이 뛰더라고. 혹시 슬로베니아 있을 때 사귀었던 남자친구 방코를 데려다 놓고 날 놀래켜 주려는 거 아닌가? 역시나 그런 일은 없었지. 난 얇은 가운을 걸치고 아내로서 의무를 수행하기로 했지. 다름 아니라, 트위터를 날리는 도널드 옆에 누워서 새로 다운받은 앱을 사용해 이방카의 남편 쿠슈너처럼 날씬한 몸통 위에 도널드 얼굴을 올려놓고 치킨댄스를 추는 동영상을 만들었어.
다음 날 아침, 새 집이다보니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더라고. 어쨌든 1년에 적어도 이틀은 이곳에서 보내야 할텐데. 도널드는 벌써 자신이 소유한 골프클럽을 그린 유화들을 이곳 저곳에 이미 걸기 시작했더군. 그리고 에릭하고 주니어 사진도 고급액자에 넣어 걸었고. (메넨데즈 형제 재판에 갔다 온 다음부터 아들 사진을 꼭 벽에 걸어놓더라구.) 넓은 홀을 보니 마음이 들떠,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켈라인 콘웨이에게 달려갔지. 그녀의 지혜는 늘 위안을 주거든.
오, 켈라인.
그녀는 역시 쾌활한 미소와 반짝이는 머리가 매력적이야. (도널드는 켈라인의 헤어스타일을 질투해. 언젠가는 이렇게 묻기도 했지. 켈라인 머리 해주는 친구가 룸펠슈틸츠헨이라는데, 맞아?”)
멜라니, 무슨 일이야?
켈라인이 물었지. 늘 하듯이 팔로 내 허리를 감싸면서 살짝 꼬집으면서.
새로운 영부인으로 미국을 위해 무슨 일을 하면 가장 좋을까 고민중이야.
자기야, 부군한테 이야기 못들었어? 그런 건 고민할 필요가 없어. 그건 내가 CNN과 인터뷰를 할 때랑 비슷해. CNN 놈들이 내 코 앞에다 온갖 팩트를 들이대잖아. 그러면 난 살짝 미소 지으며 대충 아무 말이나 지껄여. 계속, 계속, 그렇게 말하면 결국엔 그 누구라도 나자빠질 수밖에 없거든.
내가 가만히 그녀 얼굴을 쳐다보고 있으니 한 마디를 덧붙이더라구.
그리고 이걸 기억해. 네가 무슨 대의를 내세우든 인터넷에서는 악플만 쏟아질거야.
악플과 맞서싸워야 하나?
그래, 그거 좋아. 하지만 나는 숀 스파이서만큼은 마주치고 싶지 않아. 댁의 부군께서 계속 얘기하듯, 소화전처럼 생긴 그놈은 머지않아 폭발할거야.
그런 다음 그녀는 내가 취임식 날 미셸 오바마에게 준 티파니 선물상자 얘기를 꺼냈지.
그 상자 안에 뭐가 들어있어?
켈라인은 대답을 기다렸어. 나는 우아한 척, 묘하게 웃었지. 내가 그런 표정을 지을 때면 사람들은 내가 이 나라를 언제든 뜨기 위해서 내 몸에 현금뭉치를 칭칭 동여매고 있지 않을까 궁금해 하더라구.
그냥 고상한 이별 선물.
하지만 난 그 상자 속에 진짜로 뭐가 들어있는지는 절대 밝히지 않을 작정이야. 단, 이 비밀 일기장를 빼고 말이야. 거기엔 내가 JC페니(JCPenney) 수영복 모델을 할 때 찍은 사진을 액자에 담아 넣어두었지. 그리고 그 사진에 내 핸드폰 번호와 함께 이렇게 써 놓았어.
가끔 찾아와 주세요. 그리고 떠나지 말아요.
이 칼럼은 상상마당아카데미 [갈등하는 번역 심화반]을 수료한 학생이 번역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