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것들에 관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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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ie Minjin Yoo

골초인데다 심장이 좋지 않은 늙은 작가는 침대에 모로 누워 가만히 심장박동 소리에 귀 기울인다. 언제든 갑자기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다 잠이 들듯 말듯 한 상태에서 꿈인지 아닌지 모를 환영을 본다. 그가 평생 만났던 사람들이 하나둘 눈앞에 지나가기 시작하는데, 그 형상이 모두 기괴하기 그지없다…

태초에, 세상이 아직 젊었을 때는 수많은 생각이 있었으나 진리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은 스스로 진리를 만들어냈는데, 그러한 진리들은 수많은 막연한 생각들을 뭉뚱그려 놓은 것에 불과했다. 세상 모든 것에 진리가 있었는데, 그것들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 책은 셔우드 앤더슨의 대표적인 단편집 《와인즈버그 오하이오》에 맨 앞에 수록된 작품으로 서론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셔우드 앤더슨 작품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세계관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덫에 걸려 발버둥치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얽매는 덫은 다름 아닌 스스로 연연하며 벗어버리지 못하는 ‘진리’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진리’라고 여기는 것들—‘가치관’,‘믿음’,‘목적’,‘현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데올로기—에 얽매여, 억눌려 살아간다.그러한 진리에 매달릴수록 우리는 더욱 고립되고, 외부세계와 단절되고, 소외된다. 고립되고 단절될수록 세상은 개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모든 이들이 그로테스크할 뿐이다. 그로테스크한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인간은 더욱 현실과 목적과 가치에 매달리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자 하고 자신을 부풀리고자 한다. 자기만의 세상속에 더 깊게 갇혀버리는 것이다. 셔우드 앤더슨이 보기에 이러한 덫은 인간의 기본적인 조건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의 다양한 작품 속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보기 바란다.




The Book of the Grotes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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