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독단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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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이 가장 쉽게 빠지는 생각의 오류는 바로, 자기 생각만 꽉 붙들고 그것을 뒷받침할 근거를 찾는 것이다. 이는 나이, 지능, 학력, 경험과 무관하게 모든 인간이 보편적으로 저지르는 오류다. 자신의 생각과 모순되는 근거는 무시하며, 더 나아가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기 위해 근거를 왜곡하기도 한다. 이러한 유혹은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그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filter bubble: 개인화 알고리즘이 확산되면서 소셜네트워크는 확증편향을 더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심리적 편향을 보완하고 싶다면, 자신의 생각에 반박하는 의견을 능동적으로 찾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이유를 일부러 찾아보라. 반론 자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친하지만 까다로운 친구가 곁에서 다음과 같이 꼬치꼬치 캐묻는다고 상상하라.

  • 논증 자체의 타당성을 의심한다: 주장, 이유, 근거, 전제가 틀린 것은 아닌가? 또는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이유나 근거가 너무 부족한 것은 아닌가?
  • 다른 관점이나 해석을 떠올린다: 근거와 전제를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고, 같은 근거를 가지고도 다른 주장을 할 수 있다. 또는 여러 해법 중에서 내가 선택한 해법을 고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논리의 일관성을 의심하라

글을 쓰다 보면 스스로 모순되는 진술을 하거나 명백한 반박예증을 무시하고 슬쩍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독자들은 논증에서 이러한 약점을 여지없이 찾아낸다.

의원님께서는 사용자단체의 기부금을 받으시면서, 제가 노동자단체의 기부금을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비난할 수 있습니까? TV의 폭력적인 장면은 아이들의 도덕적 성장에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성적으로 노골적인 영화만 어찌 해롭다고 말할 수 있는가?

논증에 적용하는 전제를 자신에게 유리할 때는 적용하고 불리할 때는 무시하는 것을 독자들은 금방 눈치챈다. 예컨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성행위가 아이들에게 해롭다고 주장한다면 독자들은 이 주장이 다음과 같은 보편적인 논리원칙(=전제) 위에 기반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떤 행위를 미화하여 생생하게 보여주면 아이들은 그것을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모방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 전제는 영화 속 섹스와 TV 속 폭력을 구분할 수 있는 어떠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 어떤 하나가 해롭다면 다른 것도 마찬가지로 해로운 것이다. 이 두 가지 행위를 구분하려면 좀더 폭이 좁은 전제를 제시해야 한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전제를 생각해낼 수 있을 것이다.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사춘기 아이들은 성적인 이미지에 더 강렬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폭력장면보다는 섹스장면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물론 이처럼 좁은 전제를 적용하고자 한다면, 이것이 왜 타당한지 별도의 이유와 근거로 전제를 뒷받침하는 논증을 펼쳐야 한다. 이렇게 구체적인 전제는 독자들이 동의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논증 속에 이처럼 모순되는 진술이 혼재하거나, 주장에 대한 반론이나 반증이 명확하게 존재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넘어간다면, 독자는 글쓴이를 ‘지적 일관성이 부재한 사람’이라고 인식할 것이고 글쓴이의 에토스는 치명적으로 손상되고 만다.

  •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실용논증에서,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원칙을 남에게만 적용한다면: 공정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여겨질 것이다.
  • 어떤 것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개념논증에서, 원하는 해답을 얻기 위해 선택적으로 원칙을 적용한다면: 지적으로 정직하지 못한 (또는 신중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여겨질 것이다.

독자는 글 속에서 제시하는 논증의 원칙을 비슷한 다른 상황에도 적용해본다는 것을 명심하라.

내면의 타자들의 질문에 귀 기울여라.

자신의 주장에 대한 대안, 반론, 의심을 스스로 생각해내고 이에 반박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나의 지적 능력, 열린 태도, 더 나아가 나의 사람됨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가장 좋은 길이다. 자신의 논증은 물론 나라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 높일 수 있다. 이렇게 쌓은 에토스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문화적인 코드가 담긴 전제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논증의 타당성을 놓고 싸우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전제 때문이다. 추론하는 방식이 같다고 해도, 문화가 다르면 추론의 출발점이 되는 가정도 달라진다. 이러한 가정은 단순히 통계적인 믿음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을 추론하는 방법의 지침이 되는 역동적인 원칙(=이데올로기)이다. 대개 속담을 통해 표현되는 이러한 원칙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이나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예컨대,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말하는 여자아이가 있다고 하자. 보통 미국에서는 “이 아이는 커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겠구나”라고 생각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속담에 반영된 문화적인 가정을 미국인들이 공유하기 때문이다.

삐걱거리는 바퀴일수록 더 기름칠하기 마련이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의미로, 남들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이는 다른 이들 사이에서 튀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다시 말해 남보다 튀는 사람은 곧바로 남들과 똑같이 행동하라는 압력을 받게 될 것이고 이로써 살아가는 일이 험난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처럼 “어떤 아이가 남과 다르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똑같이 동의하더라도 전혀 다른 결론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수많은 문화적인 갈등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가정은 대개 집단심리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전제로써 명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적인 가정을 눈 여겨 본다면, 서로 차이를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어떤 아이가 남과 다르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똑같이 동의하더라도 전혀 다른 결론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러한 추론원리의 차이는 문화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가정은 대개 집단심리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전제로써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적인 가정을 눈 여겨 본다면, 서로 차이를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글은 논증의 탄생과 스타일레슨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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