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사고와 민주주의

비판적 사고와 좋은 논증은 또한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우리 스스로 통제하고 관리하는 혼란스러운 지배체제를 유지하는 핵심기술이기도 하다. 독재자는 논증할 필요가 없다. 아무도 자신의 결정에 대해 토를 달지 않을 것이며 억지를 부려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주의 체제에서 통치자는,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우리가 던지는 질문에 대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사실 우리가 대표자를 뽑는 것은, 우리를 대신해 상대방의 주장을 파고들어 문제를 제기하고, 논쟁해줄 사람을 뽑는 것이다. 언론이나 정치평론가들은 권력을 가진 사람의 논증이 타당한지, 또 그들이 그러한 논증에서 도출한 해법에 걸맞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대신 관찰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존립의 정당성을 확보한다. 민주주의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이에 대해 그들이 대답할 때 제대로 작동한다. 하지만 제대로 질문하지 않거나, 심지어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을 대표자로 뽑았을 때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어떠한 타당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순간 민주주의사회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물론 아무리 완벽한 논증이라고 해도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강력한 권력을 지닌 집단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을 내세우는 경우, 더더욱 성공하기 힘들다. 그래서 정치의 세계에서 결국 힘을 발휘하는 것은 논리나 근거가 아닌 권력과 세력이며, 따라서 합리적인 논증이나 토론은 모두 부질없는 짓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은 논증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널리 퍼졌을 때 세상이 훨씬 합리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엄연한 진실에 눈을 감는 것이다. 그러한 생각은 자기 마음대로 권력을 남용하는 사람들을 옹호하고 그들에게 빌붙어 이익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변명에 불과하다. 단기적으로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데 성공할 수 있겠지만, 그들의 허약한 논증은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대중에 의해 결국 실패를 맞이하고 말 것이며, 역사적으로도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논증의 탄생 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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