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유럽문명의 종말

written by

Photo of author
Toco Toucan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된 뒤 교회의 아버지들(敎父)은 우상파괴를 명령한다. 광신자들이 커다란 망치와 칼을 휘두르며 거리를 헤집고 다니면서 2000년 동안 축적해온 고대문화를 대표하는 귀중한 조각상과 그림들을 모조리 파괴한다.

문제는, 그 대상이 종교적인 작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처음에는 이교적 상징만을 가려서 파괴했지만, 나중에는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했다. 실제로 교부들은 이교도 신은 물론, 일체의 형상을 모조리 제거하라고 명령한다.

결국 고대그리스문명에서 탄생한 뛰어난 미술작품들이 이때 모두 파괴된다. 프락시텔레스Praxiteles, 파이디아스Pheidias, 리시포스Lysippus와 같은 고대그리스의 전설적인 조각가들의 작품들은 오늘날 문헌기록으로만 전해진다. 기록에 따르면, 로마의 모든 미술은 그들의 탁월한 작품에 비하면 하잘 것 없는 모방에 불과했다. 또한 스핑크스의 코를 떼어내고 밀로의 비너스에서 두 팔을 잘라낸 것도 로마제국 말기 기독교 광신도들의 소행일 것으로 추정된다.

프락시텔레스Praxiteles

파이디아스Pheidias

리시포스Lysippus

원본이 파괴되고 난 뒤 당대의 조각가들이 원본을 떠올리며 다시 조각한 작품들

모세의 10계명

이러한 조치를 밀어부칠 수 있었던 데에는, 기독교의 10계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1. 너희에게는 나 말고 다른 신이 있어서는 안 된다.
  2. 너희는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든, 아래로 땅 위에 있는 것이든, 땅 아래로 물속에 있는 것이든 그 모습을 본뜬 어떤 신상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너희는 그것들에게 경배하거나, 그것들을 섬겨서는 안 된다.
  3. 야훼, 너의 하느님 이름을 망령되게 불러서는 안 된다.
  4.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켜라.
  5.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6. 살인해서는 안 된다.
  7. 간음해서는 안 된다.
  8. 도둑질해서는 안 된다.
  9. 이웃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
  10. 이웃의 집을 탐내서는 안 된다.

모세의 10계명은 유대교 신앙의 핵심으로, 10계명에 구현된 윤리는 동시대 다른 문화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세련된 것이었다. 예컨대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공경하라고 가르치는 계명은 가족에서 어머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늘날 독자들의 눈으로 본다면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일단 다른 신을 모두 배척하라는 계율이 맨 처음에 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두 번째 계율은 기이하다. 전통적으로 이것을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계율이라고 해석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형상으로 만들지 말라는 명령이다.

이 계명의 핵심은 그림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지 말라는 것이다. 채색화는 물론 단순한 드로잉도, 어떤 종류의 미술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더욱이, 형상을 만들지 말라는 계율을 두 번째로 내세운 것은, 고대히브리사람들이 살인보다 미술을 훨씬 위험한 행동으로 간주했다는 뜻이다. 인류의 역사 전체를 보더라도, 이처럼 자연을 재현하는 미술을 금지하는 문화는 존재한 적이 없다.

idol

영어: 우상

idolum

라틴어: 형상

eidõlon

그리스어: 형상

‘우상’을 의미하는 영어 idol은 ‘이미지’를 의미하는 라틴어 idolum과 그리스어 eidõlon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래서 타종교를 배척하는 히브리사람들의 극단적인 열정은, 사실 종교적 믿음이나 교리나 의례 때문이 아니라 ‘형상’에 대한 증오 때문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예컨대 열왕기하 10장 30절에서 야훼는 우상을 섬긴다는 이유로 바알 사제를 살해한 예후를 칭찬한다. 또 이집트에서 돌아온 이스라엘사람들이 가나안을 침공하기 바로 전 야훼는 다음과 같이 지시한다.

그 땅에서 주민을 모조리 쫓아내고 돌에 조각한 우상과 쇳물을 부어 만든 우상을 깨뜨려버려라. 서낭당도 모조리 허물어버려라.

민수기 33:52

이미지와 형상에 대한 이스라엘사람들의 이러한 강렬한 적개심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알파벳의 엄청난 유용성을 깨달은 몇몇 엘리트들이, 자신들이 발견한 새로운 기술이 그림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확산되지 못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미지에 의존하지 않고 생각하는 법은 알파벳을 읽어내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이다. 대중들이 이미지를 버리고 글자에 집중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종교적 신화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대대적인 문명파괴와 고대의 종말

313년 로마제국의 국교가 된 기독교는 본격적으로 이교도들의 흔적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380년, 필레의 이시스신전을 폐쇄하고 391년에는 에페수스의 아르테미스신전을 약탈한다. 390년에는 대주교 테오필루스의 지시에 따라 광신도무리가 알렉산드리아의 대도서관을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그곳에 소장되어 있는 기독교 출현 이전의 고대문헌들이 모두 이교도의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425년에 테오도시우스2세는 팔레스타인 지역의 모든 유대교회당을 폐쇄한다. 529년 유스티니아누스1세는 아테네의 아카데미아를 해체한다. 사랑과 관용에서 탄생한 기독교는 이제 옹졸하고 포악한 종교가 되고 말았다.

415년 봄, 찬란했던 고대문명의 종말을 상징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대의 국제도시 알렉산드리아에는 신플라톤학파의 거두이자 수학자로 유명했던 히파티아가 있었다. 그녀는 1000년 가까이 축적된 그리스문명의 지혜와 학문과 과학의 화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녀는 또한 오르페우스교를 지지했다. 그녀의 품위, 미모, 유창한 화법은 남녀를 막론하고 많은 학생들을 불러 모았다.

당시 알렉산드리아에 대주교로 부임한 키릴은 히파티아의 국제적 명성과 영향력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결국 키릴은 니트리아 수도사들에게 그녀를 납치해오라고 명령한다. 수도사들은 그녀가 지나가는 길목에 매복해있다가 길을 막고 마차에서 그녀를 끌어내 교회로 끌고 갔다.

수도사들은 그녀의 옷을 모두 벗기고 손과 발을 사방으로 벌려 묶었다. 그리고 수도사들은 굴껍질로 살가죽을 벗겨내는 고문을 했다. 살을 파내 뼈가 드러날 때까지 고문은 계속되었다. 그녀가 죽자 수도사들은 사지를 잡아당겨 시체를 갈가리 찢어 버렸다.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교가 된 이후, 고대그리스의 찬란한 예술품들은 모조리 파괴되었고 초기인류문명의 지혜와 지식을 축적해놓았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한줌의 재로 변하였다. 그리고 그리스의 학문과 사상의 전통의 상징과도 같았던 대학자 히파티아를 참혹하게 죽임으로써 유럽의 고대문명은 문자 그대로 소멸한다. 이후 유럽은 기독교의 강력한 통제 아래 문맹의 시대, 암흑의 시대로 들어간다.

키릴로스는 지금도 가톨릭, 정교회, 개신교(루터파),영국성공회에서 주요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댓글 남기기

Crescendo+Concerto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