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가르침은 성경에 모두 기록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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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뒤 예수를 따르던 많은 사람들은, 예수의 가르침에는 두 개의 층위가 있다고 믿었다. 물론 예수의 가르침에 대해 잘 모르는 순박한 대중에게는 복음서 기록만으로도 그의 가르침을 충분히 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예수의 가르침에는 그보다 훨씬 높은 차원이 존재했다고 많은 이들이 믿었다. 깨달음의 수준이 높은 제자들에게만 예수가 생전에 직접 전수한 고귀한 진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처음부터 자신의 가르침을 모든 사람에게 전파하고 이해시키고자 했다면, 예수는 왜 맥락을 생략하거나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메시지를 남겼을까? 이것은 더 높은 차원의 고귀한 가르침이 존재했다는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부름받은 사람은 많으나, 뽑힌 사람은 적다.

마태오의 복음 22:14

너희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알려주었지만 저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을 비유로 들려줄 것이다. 저들은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고 듣고 또 들어도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마르코의 복음 4:11-12

생전에 예수의 가르침을 믿던 사람들은 예수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하며 예수의 삶을 그대로 따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다시 말해 차원높은 예수의 가르침을 깨닫고 스스로 그리스도가 되는 것이 이들의 최고목표였다.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었다가 부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실재한 기적이 아니라 ‘상징적인 해석’에 불과하다고 간주했다. 이들이 추구한 최고 의 종교적 경지는 ‘영적인 깨달음(靈智)’을 얻는 것이었고, 그래서 Gnosticism(영지주의)이라고 불린다.

눈에 보이는 세상 너머에 존재하는 진리를 찾아서. 영지주의 교리는 여러 측면에서 불교와 상당히 흡사하다.

Gnosticism

gnostiko는 그리스어로 knowing(앎)을 의미한다. 참고로 그리스인들은 아는 것을 두 가지로 구분하는 데, 사실경험을 통해 지식은 episteme, 직관을 통해 얻는 지식은 gnosis다. 영어의 know, cognition, recognize, agnostic, ignorant 모두 여기서 나온 단어다.

Orthodox

바울은 자신의 교리를 받드는 것이 ‘진짜’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라는 의미로 ‘정통’라는 이름을 붙였다. ortho는 그리스어로 strait(곧은), doxa는 opinion(의견)으로 othodox는 ‘바른 생각’을 의미한다. 11세기 교회가 동서로 분리되면서 로마교회는 Catholic으로 이름을 바꾼다. 동방교회는 지금도 그대로 Orthodox church(정교회)라고 불린다.

OrthodoxGnoticism
창조주와 피조물은 완전히 다른 실재.우리는 신성한 빛의 스파크 상태에서 실락하여 물질성에 묶여 있는 상태.
창조주와 피조물을 갈라놓는 것은 ‘죄,’ 분리상태를 극복하는 길은 ‘회개.’‘깨달음’을 통해서만 물질성이라는 ‘환영’을 벗어버리고 구원받을 수 있다.
물질과 영혼은 하느님이 동등하게 만든 피조물.물질은 구원에 이르는 길에 놓여 있는 장애물.
예수는 구세주.예수는 진리를 드러내 보여준 계시자.
‘부활한 그리스도’는 인간을 초월한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중요.‘살아 있는 예수’의 ‘말씀’을 들으면서 경험한’각성’이 중요.
명확한 진술, 문자기록 안에 모든 진리가 담겨있다.문자만으로 신비로운 교리를 전달할 수 없다. 신화적인 상징과 시적인 우화 활용.
12사도의 전통을 잇는 남자들의 위계적인 교회제도 운영.예수가 행했던 순회설교,  묵상, 예언 등 자유로운 집회방식 유지. 여자들이 상당히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바울이 보기에 영지주의자들은 오만불손하기 짝이 없는 존재였다. 바울은 자신이 ‘문자’로 기록한 것만을 신성한 교리로 인정했다. 바울은 자신의 교리를 강력하게 전파하고 세력을 확장해나가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기 위해 남성만으로 이루어진 군대식 계급조직을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교회다.

영지주의와 정통교단은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린 뒤 30년도 되지 않아 교리전쟁을 시작한다. 탁월한 지도자들과 교리전도사들의 활약에 힘입어 이들은 한동안 비슷한 세력을 유지하며 번성했다. 하지만 313년, 저울추가 급격하게 기우는 사건이 발생한다. 로마의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정통교단을 국교로 공인한 것이다.

영지주의의 몰락

이 시기 로마제국은 이미 쇠락해 가는 상황이었다. 군인이기도 했던 콘스탄티누스는 군대처럼 상명하복 질서 속에서 일사분란하게 운영되는 정통교단을 좋아했다. 로마의 군사적 역량을 소생시키는 데 종교적 힘을 조금이라도 활용하고자 했던 것이다. 실제로 콘스탄티누스는 자신의 십자가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새겼다.

이 표식을 앞세워 세계를 정복하라.

물론 예수의 가르침과는 아무 상관없는, 아니, 정면으로 거스르는 문구였다.

로마의 국교로 지정되자마자 정통교단이 황제에게 가장 먼저 요구한 것은 바로, 군대와 경찰을 달라는 것이었다. 콘스탄티노스는 그 요구를 들어주었고, 정통교단은 이 기회를 자신들의 운명을 바꾸는 데 최대한 활용한다.

정통교회는 곧바로 군대를 앞세워 로마제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이교도의 신전은 물론, 이교도와 연관된 형상을 모조리 파괴하기 시작한다. 당연히 이교도의 예배는 모두 금지되었다. 유대교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로마제국에는 불교를 믿는 이들도 꽤 있었는데, 이들도 모두 추방해버린다.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교로 공인된 지 100년도 되지 않는 사이에 영지주의는 역사 속에서 사리진다. 정통교단 권력자들은 자신들만이 교회의 진정한 승계자라고 선언하고, 스스로 기독교의 성인 자리에 오른다. 영지주의가 다시 싹 틀 수 없도록 가차없이 완벽하게 뿌리까지 모조리 뽑아버린 덕분에 그들이 역사적으로 실재했는지 20세기까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정통교단의 승리는 서양문명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직관을 중시하며 예수의 삶을 음미하며 평등과 사랑을 추구하였던 영지주의를 따르던 사람들은 모두 말 그대로 ‘싹쓰리’되었고, 남자가 지배하는 가부장제, 죄의식과 복종, 죽음과 부활을 중시하며 ‘문자’를 있는 그대로 신봉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정통교단은 영지주의가 역사상 존재했다는 흔적조차 남지 않을 만큼 사람은 물론 영지주의문서들까지 모조리 발본색원하여 철저하게 파괴해버린다. 그래서 1945년 나지함마디에서 이 문서더미가 발굴되기 전까지 영지주의에 대해 알려진 것이라고는, 영지주의에 대해 반박하는 정통교단의 주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것이 전부였다. 이 문서에 4복음서의 기초자료가 되는 Gospel of Thomas(도마복음)이 나왔다.

서양의 역사를 돌아보면 주기적으로 신비주의 종교가 등장하여 번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엘레우시스, 디오니소스, 오르페우스를 받드는 신앙으로부터 수피, 카발라, 장미십자회와 같은 신비주의 비밀결사들이 기독교 변방에서 늘 존재했다. 오늘날 엘크협회, 프리메이슨, 뉴에이지 등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 모든 전통은 희미한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영지주의가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신비주의 종교들이 서양문화의 중심에 선 적은 한번도 없다. 구약과 신약이라는 ‘문자’로 무장한 기독교는 언제나 ‘말’에 의존하는 종교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아버지 유대교와 어머니 오르페우스교 사이에서 태어난 종교로, 그 출산을 도운 산파는 바로 바울이다. 바울의 교리는 20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영지주의의 기본적인 교리

영지주의에서 온전한 신을 상징하는 아브라삭스 Abrasax
물질계를 창조한 신 데미우고로스 Demiurge. 하느님의 일부

우선 영지주의는 유대교나 기독교처럼 형상을 금하지 않았다. 머리는 수탉, 몸은 사람, 다리는 뱀으로 되어있으며, 오른손에는 도리깨, 왼손에는 방패를 들고 있는 형상은 당시 유대인들이 상상하는 야훼의 형상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영지주의에서는 신을 Aeon(아이온)이라고 한다. 아이온은 30여 명 존재하는데, 이 중에서 궁극의 아이온(최고의 신)은 ‘아브라삭스’로 영성과 물질계가 합일되어 있는 온전한 존재이다.

아이온 중에서 물질을 창조한 아이온이 바로 ‘데미우고로스’이다. 물론 세상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물질이 꼭 필요하지만, 물질에 현혹되어 우리는 궁극의 합일상태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물질계를 넘어 아브라삭스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을 영지주의는 최종목표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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