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교: 구약-너무도 오래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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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으로 기록된 최초의 문서는 바로 구약이다. ‘구약’ (Old Testament)이라는 말은 ‘옛 계약’, 즉 새로운 계약이 나오면서 폐기된 과거의 약속이라는 뜻이다. 당연히 이 말은 예수 출현 이후 기독교 경전이 만들어진 다음에 붙여진 말이다. 그렇다면 신약을 믿지 않는 유대교에서는 이 경전을 무엇이라고 부를까? ‘타나크’라고 부른다.

  • Torah (תורה) 토라: 율법
  • Neviim (נביאים) 네비임: 예언
  • Kethuvim (כתובים) 케투빔: 성스러운 글

이 세 가지 문서를 모아놓은 책이라고 해서 앞글자 T(ㅌ)–N(ㄴ)–K(ㅋ)에 모음을 붙여 타나크라고 부르는 것이다. 참고로, 고대 히브리어 알파벳은 자음만 표기한다. 모음은 읽는 사람이 알아서 붙여 읽어야 한다.

유형문서
Torah (teaching: 율법들)창세 (Genesis, בראשית 베레시트) 탈출/출애굽 (Exodus, שמות 슈모트) 레위 (Leviticus, ויקרא 바이크라) 민수 (Numbers, במדבר 바미드바르) 신명 (Deuteronomy, דברים 데바림)
Neviim (prophets: 예언들)전기여호수아 (Joshua, יהושע 예호슈아) 사사/판관 (Judges, שופטים 쇼프팀) 사무엘 (Samuel, שמואל 슈무엘) 열왕 (Kings, מלכים 믈라킴)
후기이사야 (Isaiah, ישעיה 예샤아야후) 예레미야(Jeremiah, ירמיה 이르메야후) 에스겔/에제키엘 (Ezekiel, יחזקאל 예헤즈켈) 소예언서 (호세아/요엘/아모스/오바디야/요나/미가/나훔/하바꾹/스바니야/하깨/즈가리야/말라기)
Kethuvim (writings: 나머지 문헌들)시가시편 (Psalms, תהלים 테힐림) 잠언 (Proverbs, משלי 미슐레이) 욥 (Job, איוב 이요브)
지혜아가 (Song of Songs, שיר השירים 시르 하시림) 룻 (Ruth, רות 루트) 예레미야 애가/애가 (Lamentations, איכה 에이카) 전도서/코헬렛 (Ecclesiastes, קהלת 코헬레트) 에스더/에스테르 (Esther, אסתר 에스테르)
역사다니엘 (Daniel, דניאל 다니엘) 에즈라 · 느헤미야 (Ezra · Nehemiah, עזרא ונחמיה 에즈라 베네헴야) 역대 (Chronicles, דברי הימים 디브레이 하야밈)

페니키아인들(유대인들)이 자신들이 발명한 알파벳으로 고대부터 기록해온 여러 문헌들을 하나로 묶은 책이 바로 타나크(구약)이다. 페니키아의 본거지 비블로스(Byblos)에서 가져온 파피루스로 묶은 책이라는 뜻에서 바이블(bible)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모세5경과 탈무드

이 ‘책’에서 가장 근간을 이루는 문헌은 역시 ‘토라’다. 토라는 흔히 ‘모세오경’이라고 불리는데, 이것이 유대 신화의 핵심이자 모든 ‘율법’의 근원이 된다. 지금도 유대인들은 13살이 되면 사람들 앞에서 토라를 암송하는 것으로 성인식을 치른다.

유대인의 성인식 ‘바르 미츠바'(Bar Mitzvah; ‘율법의 아들’) 유대인들에게 결혼식, 장례식 못지않게 중요한 의식이다. (출처: Israel photo gallery, BY ND)

모세가 지었다고 여겨지는 5경은 사실 모세가 지은 것이 아니라, 1,000년에 가까운 시간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이 기록하고 편집하고 수정한 글이다. 가장 오래된 기록물은 기원전 1,000에서 9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결국, 구약이라는 문헌집은 몇 백년에 걸쳐 쓰여지고 개정되고 편집된 것이다. 따라서 시대마다 상황마다 많은 이들이 이 문헌에 자신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반영하고자 했다. 물론 ‘정전’ (正典)으로 확정하기 전 마지막에 문헌을 수정한 사람의 관점이 가장 크게 반영되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무수한 학자들이 토라를 분석한 결과, 실제로 다양한 사람들이 이 문헌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내용을 첨가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분명하게 눈에 띄는 네 가지 관점이 이 문헌 속에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들은 다음과 같다.

  1. 지호비스트(Jehovist): 신을 야훼(Jehovah; Yahweh)라고 부르는 사람들. 여기서 ‘야훼’는 단수명사(!)다.
  2. 엘로히스트(Elohist): 신을 엘로힘(Elohim)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여기서 ‘엘로힘’은 복수명사(!)다.
  3. 프리스트(Priest): 신을 전문적으로 섬기는 사제 계급.
  4. 리댁터(Redactor): 이 세 목소리가 어긋나보이지 않도록 전면적으로 개정한 편집자. 기원전 4세기 예언자 에즈라(Ezra)로 추정된다.

이들은 자신들의 세계관을 문헌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예수가 탄생할 때쯤(0년) 로마의 지배를 받는 상황에서 유대인이 여러 곳에 흩어져 살게되자, 유대인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유대인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랍비들은 더 이상 토라를 수정하지 못하도록 막아버린다.

아무리 정교하게 율법을 만든다고 해도 몇 백년이 지나면 그것을 그대로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다. 그럴 때마다 유대인들은 토라를 개정해왔는데, 토라를 개정하는 것이 금지되어버리자, 율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갈수록 벌어졌다. 결국 이러한 괴리를 메우기 위해 이후 랍비들은 구약을 현실에 맞게 해석하는 ‘주석서’를 쓰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바로 ‘탈무드’(Talmud)다.

‘탈무드 읽는 사람들’, 아돌프 베르만(Adolf Behrman, 1876 – 1942) 작. 탈무드는 모세에게 구전된 ‘미쉬나'(Mishnah)와 거기에 주석을 단 ‘그마라'(Gemara)를 합쳐 20권의 책으로 만든 것으로 ‘학문’ 또는 ‘위대한 연구’라는 뜻의 히브리어다.

바빌론유수와 키루스대왕, 그리고 바리새인

그렇다면 유대인은 왜 구약이라는 문서를 작성했을까? 이들에게 구약이라는 문헌을 작성하고 정리해야 할 강력한 동기를 제공한 사건은 기원전 6세기 ‘바빌론 유수’다. 바빌로니아 제국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느부갓네살)가 유대 왕국을 멸망시킨 뒤 일부 유대인들을 바빌론으로 끌고가 노예로 부린 사건이다.

바빌로니아의 느브갓네살은 유대 왕국을 멸망시키고, 일부 유대인을 바빌론에 끌고가 노예로 삼았다. 그 유명한 ‘바빌론 유수'(유수; 잡아 가둠) (그림 출처: “유대인의 대이동”, 제임스 티소, 1896년-1902년 경)

그런데 여기서 고대 세계에서는 거의 일어날 수 없는 매우 기이한 사건이 발생한다. 유대인들이 바빌로니아로 끌려가 노예 생활을 시작한 지 70년이 지났을 때, 페르시아 제국의 키루스2세(‘키루스 대왕’)가 바빌로니아를 멸망시키고 난 뒤, 바빌론에 끌려와 노예 생활을 하던 이방인들을 모두 고향으로 돌려보내준 것이다.

바빌론에서 노예생활을 하고 있던 유대인들을 해방시켜주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키루스 대왕(Cyrus the Great)은 오늘날 이란의 ‘건국 시조’로 받들여지고, 유대인들에게 ‘메시아(그리스도)’라는 칭호를 받은 유일한 이방인으로, 한국어 성경에는 ‘고레스왕’이라고 표기된다.

바빌론에서 노예생활을 하고 있던 유대인들을 해방시켜주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키루스대왕(Cyrus the Great). 오늘날 이란의 단군할아버지로 받들여지는 키루스대왕은 유대인들에게 ‘메시아(그리스도)’라는 칭호를 받은 유일한 이방인으로, 한국어성경에는 ‘고레스왕’이라고 표기되어있다.

멸망할 것이 뻔했던 상황에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으로 살아 돌아오는 기적을 경험한 유대인들은 더욱 자신들의 부족신앙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부족의 결속을 강화할 목적으로 기존 문헌들을 수집하는 한편, 구전으로 내려오던 부족의 역사를 문자로 기록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키루스2세 시절 페르시아제국(Achaemenid)의 영토.

페르시아에서 돌아온 이들은 이후 유대사회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권력계급으로 자리잡는데, 유대인들은 이들을 ‘파르시(페르시아)에서 돌아온 사람들(Pharisees)’이라고 불렀다. 한국어 성경에 이들은 ‘바리새인’이라고 번역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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