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끝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Lesson of Part V. Ethics

Style is the ultimate morality of mind.

Alfred North Whitehead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독자의 권리 vs 저자의 의무

우리는 대부분 자신이 읽은 것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독자가 이해하는 데 들이는 노력만큼 독자를 이해시키기 위해 저자가 노력하지 않았다고 여겨진다면, 더 나아가 훨씬 쉽게 쓸 수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글을 이해하기 어렵게 썼다고 여겨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성의도 없이 나태하게 쓴 글이라고 판단되는 순간, 독자의 욕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쓴 글이라고 판단되는 순간, 독자는 자신의 노력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그런 글을 읽는 것은 시간낭비에 불과하다.

명확성과 경쟁하는 가치들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글을 써야 한다는 원칙보다 다른 가치를 지키기 위해 글을 난해하게 쓸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명확성과 경쟁하는 저자의 이익

하지만 모든 글이 최대한 명확하게 쓰여진 것은 아니다. 물론 명확하게 쓰는 방법을 몰라서 어렵게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의도적으로 복잡하게 쓰는 사람도 존재한다. 글을 쓸 때 우리가 지켜야 하는 기준이자, 글을 읽을 때 남의 글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두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골든룰 “남들이 나에게 써 주기 바라는 대로 글을 쓰라.”

  • 공감의 원칙: 글을 쓸 때 늘 독자의 이해를 고려하여 글을 쓰라. 나의 이익 못지
    않게 독자의 이익을 도모하라. 독자의 시선에서 내 글을 평가하고 고쳐라.
  • 저자가 추구해야 하는 이상: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끝없이 갈고닦아야 한다.

실버룰 “남들이 나에게 쓰지 않기를 바라는 글은 남에게 쓰지 말라.”

  • 공정의 원칙: 독자를 부당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 저자와 독자의 이익이 일치하
    지 않는 경우, 자신에게 유리하게 글을 쓸 수는 있겠지만 독자를 속이거나 조작
    하여 불필요하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 저자가 넘지 말아야 할 하한선: 이 선 밑으로 내려가는 순간 윤리적으로 비판
    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명확성은 과연 글쓰기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일까?

믿거나 말거나, 명확하게 글을 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여전히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글이 난해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새로운 지적 기반을 열기 위해서는 난해하게 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타당한 주장일까? 아니면 자기합리화에 불과할까? 윤리적으로도 미묘하고,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고, 누구나 동의하는 결론을 내리기 힘든 경우도 많다. 난해한 글을 옹호하는 대표적인 주장 두 가지를 살펴보자.

  1. 고차원적인 정신세계는 난해한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2. 쉬운 글쓰기는 깊은 사고를 방해하는 우민화 전략이다

명확성? 그것도 어차피 이데올로기적인 가치에 불과하지 않나요?

당연히 그렇다.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명확성이 복잡한 사회문제를 과도하게 단순화하려는 음모에 불과하다고 공격할 수 있다면, 과학 역시 사악한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거대한 음모라고 공격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과학이나 명확성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과학과 명확성을 이용해 우리를 속이려고 하는 ‘사람’이다. 명확성이 해로운 것이 아니라, 명확성을 비윤리적으로 사용하는 행태가 해로운 것이다.

우리는 가능한 한 명확하게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 글을 쓰는 사람의 의무, 특히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의무라는 원칙을 주장할 뿐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그러한 의무를 지키지 않는다면, 그 짐은 고스란히 그 글을 읽고 이해해야 하는 독자들, 부당한 현실을 감내하며 살아가야 하는 시민이들 짊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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