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을 시작하기에 앞서

The great enemy of clear language is insincerity.

명확한 언어의 가장 큰 적은 무성의함이다. — George Orwell 조지 오웰

이 책은 두 가지 신념을 바탕으로 한다.

  1. 글은 명확하게 쓰는 것이 좋다.
  2. 누구나 명확하게 쓸 수 있다.

첫 번째 신념, 글은 명확하게 써야 한다는 주장은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당연한 이야기다. 특히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났을 때 누구든 이 주장의 가치를 더욱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An understanding of causal factors driving male students underperformance on standardized verbal proficiency tests is prerequisite to the potential development of pedagogical strategies showing greater effectiveness.

표준적인 발화능력시험에서 남학생들이 낮은 점수를 받는 원인이 되는 요인에 대한 이해는 더 큰 효과를 보이는 교수전략의 잠재적 개발에 선행되어야 한다.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는가? 이 문장을 다음과 같이 썼다면 어땠을까?

If we understood why male students underperform on standardized tests of verbal proficiency, we could perhaps develop better ways of teaching them.

남학생들이 발화능력 표준테스트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이유를 이해한다면, 그들을 가르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신념, 누구나 명확하게 글을 쓸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어떤 말로든 표현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는 사람들, 그래서 자신이 쏟아낸 말이 독자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 따지는 것을 한가한 걱정일 뿐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꿈과도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명확하게 글을 쓰는 비밀은 독자에게 있으며, 내 생각을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의 노력을 꺾어버리기보다는 북돋아주는 단어와 표현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만 이해한다면 누구나 그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이 책은 그 구체적인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준다.

모호한 글쓰기라는 굴레

난해한 글로 인한 손실은 생각보다 매우 크다. 모호한 글은 단순히 독자 개인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을 넘어서, 궁극적으로 사회적 정치적 병폐를 초래한다. 불명료한 단어를 나열함으로써 독자를 끊임없이 배제하는 언어는, 그 주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고자 하는 독자의 의지를 꺾어버린다. 오웰이 지적했듯이 ‘지지할 수 없는 것을 지지하는’ 무지몽매한 대중을 낳는다. 건강하고 윤리적인 사회에서는 결코 발생할 수 없고,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글쓰기의 윤리적 측면에 대해서는 5부에서 살펴본다.

모호한 글쓰기는 이처럼 사회적 정치적 목적에서 발현되기도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에서 비롯하는 경우도 많다.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일수록 심오한 사상을 드러낸다는 허황된 믿음으로 문장을 장황하게 부풀려 쓰는 사람도 있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고자 추상명사를 한 보따리 쏟아내 난해한 문장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또 문법규칙에만 집착하며 이상한 글을 써내는 사람들이 있다. 좋은 글에는 문법적 오류가 하나도 없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잘 읽히지도 않는 어색한 글을 쏟아내는 것이다. 문법학자들도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오류까지도 꼼꼼하게 따지는 문법경찰들에게 글쓰기는 소통의 수단이 아니다. 그들에게 빈 종이는 사유하고 탐험하는 공간이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문법적 오류들이 곳곳에 묻혀있는 지뢰밭에 불과하다. 이들은 단어와 단어를 조심스럽게 더듬어가면서 자신의 안위만 신경을 쓸 뿐, 독자의 이해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문제는, 문법적으로 완벽하다고 해서 명확한 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문법적 옳고 그름에만 집착하다보면 글의 의미는 오히려 모호해질 수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1부에서 이야기한다.

또한 새로운 학문이나 직업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분야에 맞게 사고하고 글 쓰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모호한 글이 나오기도 한다.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에 관해 글을 쓸 때, 제대로 이해한 것에 관해 글을 쓸 때보다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 물론 이런 이유로 난해한 글을 쓰는 사람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글에 담고자 하는 내용을 좀더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면, 글도 더 명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글을 명확하게 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독자가 어떤 부분을 모호하다고 생각하는지 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쓴 글은 남이 쓴 글보다 훨씬 명확하게 읽히기 마련이다. 내가 쓴 글을 읽을 때는, 종이나 모니터에 박혀있는 글자를 보고 반응하지 않고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에 반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말한 것’을 읽는 것이 아니라 ‘말하고 싶은 것’을 읽는 것이다. 독자가 ‘읽는 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읽어주기 바라는 대로’ 글을 읽는 것이다. 이토록 명료한 (명료하다고 생각하는)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머리 나쁜 독자 탓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주제에 관해 글을 써놓았는데, 그 글을 읽는 사람들은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신기하게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혼란스러운 글을 읽고 나서 그러한 난해함 속에 심오한 사상이 담겨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더 나아가 그들은 그러한 난해함을 모방하고 자 노력한다. 그렇지 않아도 혼미한 세상이 더욱 혼미해진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그러한 노력에 성공한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올라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들은 또다시 난해한 글을 쏟아내고, 그 추종자들의 지지를 받는다. 결국 글쓰기는 차별과 배제의 강력한 수단이 된다. 학생과 독자들은 영원히 고통 속에 허우적대고, 민주주의는 멸망한다.

2부와 3부에서 우리는 이러한 악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규칙이 아니다—을 소개한다. 문장에서 어떤 요소가 독자에게 복잡하고 혼란스럽다는 느낌을 주는지, 또 어떤 요소가 명확하고 깔끔하다는 느낌을 주는지 이해하면, 이러한 지식을 활용하여 독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나 역시 독자가 될 수 있기에, 이것은 나 자신을 위한 서비스이기도 하다. 어떠한 난해한 글과 마주치더라도, 그것을 분해하여 의미를 파악할 수 (적어도 추측할 수) 있다.

물론 명확성 못지않게 글쓰기에서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또 다른 덕목이 존재한다. 바로 우아함이다. 단순히 글을 쓰는 것을 넘어, 글을 세련되게 다듬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4부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사용하는 방법

이 책은 문법책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공하는 글쓰기의 원칙을 이해하려면 주어, 동사, 명사, 능동태, 수동태, 절, 구와 같은 몇 가지 기본적인 문법용어를 알아야 한다. 자세한 해설은 부록에 수록된 용어설명을 참조하기 바란다.

  • 혼자서 이 책을 읽는다면 천천히 읽어라. 앉은 자리에서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가벼운 에세이가 아니다. 한 번에 레슨 하나씩만 읽어라. 배운 것을 적용해서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수정해보라. 자신이 예전에 쓴 글을 꺼내 수정해보라. 새로운 글을 쓸 때 적용해보라.
  • 글쓰기수업에서 이 책을 교재로 쓰고자 한다면, 최대한 학생들의 토론을 유도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하라. 이 책에 수록된 예문과 연습문제도 좋은 토론자료가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직접 작성한 글을 놓고 이 책에서 설명하는 원칙을 적용하여 서로 코멘트를 주고받도록 하면 더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원칙은 드래프팅이 아니라 리바이징을 할 때 적용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주제는, ‘명확한 글은 독자를 고려하여 타당한 선택을 할 때 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을 드래프팅 단계에서 적용하려고 하면 글쓰기는 어려워진다. 심각한 경우, 사고능력이 마비되어 한 글자도 쓰지 못할 수 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라이터스블록writer’s block’이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작가들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최대한 빨리 써내려 간다. 이렇게 작성한 드래프트를 좀더 명확하게 수정하는 리바이징 작업을 거치는 동안 생각도 체계화되고 깊어지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더 잘 이해하면 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고, 더 명확하게 표현하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힘이 닿는 데까지, 흥미가 떨어질 때까지, 마감이 코앞에 다가올 때까지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라.

몇 주, 몇 달, 심지어 몇 년 뒤에 마무리할 글을 쓰면서 이렇게 고심하는 사람은 아마도 선택받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대부분 당장 내일 아침까지 마감해야 하는 원고를 놓고 분초를 다투며 글을 고칠 것이다. 결국 완벽하지 않더라도 적당히 글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쨌든 시간이 허용하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흠잡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면 좋기는 하겠지만, 그런 경지는 우리가 죽는 순간까지 오지 않을 것이다.

요점을 정리하자면, 드래프팅하는 과정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해내는 데 집중하라. 그런 다음 이 책에서 제시하는 원칙을 활용하여 리바이징하라. 독자의 눈으로 볼 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보다 어렵게 진술된 문장이나 문단을 찾아내 고쳐라.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도 훨씬 정교해질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원칙을 적용하여 글을 쓰면 글을 쓰는 데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린다는 것을 명심하라. 당연한 일이다. 물론 서서히 빨라질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

규칙 vs 원칙

미국의 위대한 기자이자 비평가였던 멩켄은 겁도 없이 글쓰기에 관한 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With precious few exceptions, all the books on style English are by writers quite unable to write… Their central aim, of course, is to reduce the whole thing to a series of simple rules―the overmastering passion of their melancholy order, at all times and everywhere.

아주 특별한 예외도 있겠지만, 글쓰기에 관한 책은 한결같이 제대로 글을 쓸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쓴 책이다… 물론, 그러한 책들의 주된 목적은 모든 것을 단순한 규칙 몇 개로 요약하여 나열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적용되는 글쓰기 규칙을 만들어내겠다는 침울한 기질의 분수에 넘치는 열정에 불과하다. — H.L. Mencken, ”The Fringes of Lovely Letters” 멩켄, “애정 어린 편지의 부스러기들”

실제로 규칙으로는 누구도 좋은 글을 쓰는 법을 배울 수 없다. 특히 스스로 보고 느끼고 판단할 줄 모르는 사람은 글쓰기를 제대로 배울 수 없다.

물론 명확하게 보고, 깊이 느끼고, 사려 깊게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자신의 시선, 생각, 느낌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꾸로, 명확하게 글을 쓰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명확하게 보고, 느끼고, 판단한다. 어떻게 명확하게 글을 쓸 수 있을까? 규칙은 그런 도움을 주지 못하지만, 몇 가지 원칙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제 글쓰기의 원칙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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