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자 해제: 수사학의 역사

The places we have known do not belong only to the world of space on which we map them for our own convenience. They were only a thin slice, held between the contiguous impressions that composed our life at that time; the memory of a particular image is but regret for a particular moment; and houses, roads, avenues are as fugitive, alas, as the years.

우리가 아는 장소는 인간이 편의를 위해 지도위에 표시한 공간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얄팍한 편린들은, 그 시점에 우리 삶을 구성하던 인접한 인상들 사이에 얽매여있다. 어떤 이미지에 대한 추억은 그 순간에 대한 아쉬움일 뿐이니, 아! 집도 길도 거리도 그저 덧없기만 하여라. — Marcel Proust 마르셀 프루스트 Swann’s Way “스완네 집으로” translated by Scott Moncrieff and Terence Kilmartin

DIALECTICA DOCET, RHETORICA MOVET.

변증법은 정보를 진술하고, 수사학은 감동시킨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스타일을 ‘정신의 생김새’라고 정의하면서, 스타일이야말로 얼굴보다 그 사람의 특징을 더 잘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그리스-로마 수사학의 대변자를 자청했던 디오니시우스의 거친 스타일rough style에서 20세기 중반 미국사회를 휩쓴 루돌프 플레쉬Rudolph Flesch의 평이한 스타일plain style에 이르기까지, 스타일은 작가의 내밀한 정신을 투명하고 명료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관념이 지배했다. 이런 측면에서 명료한 스타일은 유일한 글쓰기 유형처럼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명료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 한 켠에는 언제나 거대한 공백, 암울한 침묵, 황폐한 전망이 도사리고 있다. 과학 수사학자 앨런 그로스Alan Gross는 간결성, 정확성, 명확성을 추구하는 스타일의 역사를 한갓 ‘가득한 실천, 메마른 이론’의 시대라고 폄하하며, 명료한 스타일은 철학적인 반성의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사회적으로 강제되어온 문명의 습관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인류역사를 돌아볼 때 지리와 인종, 성별, 계급의 차별이 존재하는 곳에서 투명하고 명료한 스타일이 유별나게 강조되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스타일의 역사는 문자로 번역된 남성의 역사였다.

  • 아시아의 창녀를 경계하라!
  • 바빌론의 창녀야, 네가 받을 심판을 보여주리라!
  • 불쾌함의 기원—문학사의 비만한 여인네들
  • 문법이 제국을 지배하다: 1875년 하버드의 교과개혁운동
  • 짧고 간결한 문장이라는 환상: 문장은 가구도, 과학도 아니다.
  • 조셉 윌리엄스: 단순함은 흉내낼 수 없는 복잡한 실천이다.
  • 딱딱한 계산에서 황홀한 열정으로

이 책 《스타일레슨》의 저자 조셉 윌리엄스는 1965년 시카고대학 영문학과 조교수로 부임한 뒤 본격적으로 단어, 문법, 문체, 수사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에 매진한다. 특히 그는 오늘날 문체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부정적인 용어들의 기원을 추적하고, 영어의 역사 뿐만 아니라 그 용어가 처음 등장한 시기의 언어까지 되짚어보며 용어의 원초적 의미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조셉 윌리엄스가 얻은 결론은 ‘단순함이란 흉내낼 수 없는 복잡한 실천’에서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규칙이 자명한 문법이나 짧고 간결하고 평이하게 글을 쓰라는 있으나마나 한 문체규범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치열한 전망이다. 조셉 윌리엄스는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진정한 기교는 기교를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평생 즐겨 인용했다. 이 위대한 로마시인의 목소리를 빌어, 윌리엄스는 독자들에게 쉽게 읽히는 글은 작가의 힘겨운 고통 속에서만 탄생한다고 믿었다.

Ars Est Celare Artem

진정한 기교는 기교를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글을 읽고 글을 쓰는 모든 행위의 이면에는 탁월함을 동경하는 독자의 열망과 복잡함을 감내하는 작가의 노고가 늘 날카롭게 맞부딪힌다. 정직한 문법에는 기교가 부재하고, 평이한 문체에는 기교가 부족하다. 여성적이고 사소한 것으로 폄하되던 아시아스타일의 가치가 바로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철학자 니체는 심하게 아파본 사람만이 세련될 수 있다고 고백한다. 《스타일레슨》의 소중한 교훈을 실천하기 위해 우리 번역가들은 기꺼이 경험하고, 모방하고, 아파했으니, 독자들은 우리를 대신해 평안한 독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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