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윌리엄스

Joseph M. Williams

Il miglior fabbro

1933-2008

2008년 2월 22일 세상은 위대한 학자이자 스승을 잃었고, 나는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 거의 30년 동안 조셉 윌리엄스와 나는 함께 가르치고, 함께 연구하고, 함께 글을 쓰고, 함께 술을 마시고, 함께 여행하고, 함께 논쟁했다. 논쟁에서 의견이 맞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는 마지막 책에서 ‘우리의 무절제한 외침은 죽이 잘 맞는다’라는 한 마디로 갈등을 정리했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워졌으며, 더 사려 깊게 글을 썼다. 물론 그에게 결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는 내가 아는 최고의 위인이었다.

윌리엄스를 기리는 나의 비문 il miglior fabbro최고의 장인는 그를 위인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이 말은 단테가 12세기 음유시인 아르노 다이엘Arnaud Daniel을 찬미하며 사용한 말에서 가져온 것이다. 후대에 T. S. 엘리옷은 에즈라 파운드를 향해 이 말을 헌사했다. 물론 이 시인들이 유명한 것은 명확성과 우아함 때문이 아니라 깊이와 난해함 때문이었지만, 어쨌든 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었다. 윌리엄스가 그러했던 것처럼.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윌리엄스는 세상을 변화시켰다. 그가 발명한 기술은 수천 배 수만 배 복제되어 일상 속으로 퍼져나갔다. 그 덕분에 독자를 좀더 배려하는 논문, 보고서, 문서, 책이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레고리 콜럼

영어사 연구자에서 수사학 연구자로

시카고대학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윌리엄스는 원래 영어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였다. 1975년 출간한 《영어의 기원에 관하여In Origins of the English Language: A Social and Linguistic History》에서 그는 인간의 진화과정까지 거슬러 올라가 현대 영어가 어떻게 발달해 왔는지 추적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법과 수사학 사이에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같은 해 출간한 《새로운 영어The New English: Structure, Form, Style》에서 그 단초를 보여준다.

그의 연구는 마침내 1981년, 바로 이 책 《스타일레슨Style: Lessons in Clarity and Grace》으로 세상에 빛을 발한다. 이 책은 출간 이후 지금까지 미국의 대학, 대학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본 글쓰기교재로 최근 13판까지 업데이트되어 출간되었다.

시카고대학 라이팅센터의 기초를 세우다

이 책을 발간하고 나서 윌리엄스는 그레고리 콜롬, 프랜시스 키나한, 로렌스 맥케너니 등 뜻을 함께 하는 동료들과 함께 혁신적인 글쓰기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시카고대학라이팅센터의 기초가 된 리틀레드스쿨하우스The Little Red Schoolhouse다. 이 스쿨하우스에는 학부생, 대학원생은 물론, 교수, 교직원, 전문분야에 종사하는 일반인들까지 글쓰기를 배우기 위해 찾아왔고, 그 성과 또한 눈부셨다.

글쓰기교육을 진행하면서 윌리엄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문체를 넘어 글쓰기 자체로 옮겨갔다. 그에게 글쓰기란 곧 ‘윤리’다. 글쓰기는 글을 쓰는 사람과 글을 읽는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사회적 행동이며, 따라서 글은 언제나 일관성있고 정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글쓰기에 관한 새로운 통찰과 경험을 반영하여 《스타일레슨》도 계속 개정해나갔다.

글쓰기에 논증을 도입하다

이 책을 발간하고 나서 윌리엄스는 그레고리 콜럼Gregory G. Colomb, 프랜시스 키나한Francis X. Kinahan, 로렌스 맥케너니Lawrence D. McEnerney 등 뜻을 함께 하는 동료들과 함께 혁신적인 글쓰기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시카고대학 라이팅센터의 기초가 된 리틀레드스쿨하우스The Little Red Schoolhouse다. 이 스쿨하우스에는 학부생, 대학원생은 물론, 교수, 교직원, 전문분야에 종사하는 일반인들까지 글쓰기를 배우기 위해 찾아왔고, 그 성과 또한 눈부셨다.

왼쪽부터 Joseph Williams, Gregory Colomb, Wayne Booth

글쓰기교육을 진행하면서 윌리엄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문체를 넘어 글쓰기 자체로 옮겨갔다. 그에게 글쓰기란 곧 ‘윤리’다. 글쓰기는 글을 쓰는 사람과 글을 읽는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사회적 행동이며, 따라서 글은 언제나 일관성있고 정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글쓰기에 관한 새로운 통찰과 경험을 반영하여 《스타일레슨》도 계속 개정해나갔다.

1995년 윌리엄스는 스쿨하우스에서 글쓰기레슨을 하는 동료들과 함께 《학술논문작성법The Craft of Research》이라는 책을 발표한다. 학문분야나 연구수준과 상관없이 누구나 연구보고서, 논문, 책을 쉽게 쓸 수 있는 실질적인 원칙과 요령을 알려주는 책이다. 윌리엄스는 이 책에서 ‘쓰면서 생각하기’, ‘독자의 시선으로 생각하기’와 같은 철학을 글 속에서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또한 현대논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스티븐 툴민Stephen Toolmin의 논증공식이 실제 글쓰기에 적용되기 어려운 부분을 지적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이 책으로 윌리엄스는 미국평론가협회에서 주는 크리틱스초이스어워드Critics’ Choice Award를 수상한다.

2001년 윌리엄스는 콜럼과 함께 《논증의 탄생The Craft of Argument》을 출간한다. 그 동안 자신들이 쌓아온 글쓰기에 관한 모든 노하우를 집대성하여 학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쉽게 글쓰기에 활용할 수 있는 책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책에서는 특히 글쓰기의 핵심기술로 논증을 제시한다. 논증이란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만 아니라 설득을 위한 수사학적 상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이 책을 통해 그는 말한다.

윌리엄스는 리틀레드스쿨하우스의 성공에 힘입어 동료들과 함께 클리어라인즈Clearlines라고 하는 글쓰기 컨설팅회사를 세워 정부기관, 대기업, 로펌, 컨설팅회사, 전문직 종사자 등 학교 밖에 있는 일반인들을 위한 글쓰기컨설팅/교육 사업을 하기도 하였다.

미국의 새로운 글쓰기 전통을 세우다

조셉 윌리엄스는 책과 교육을 통해 미국의 글쓰기 문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만큼 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시카고대학에서 학부생교육에서 훌륭한 성과를 내는 교수에게 주는 콴트렐어워드Quantrell Award를 받았으며, 2006년에는 미국 법률문서작성연구소Legal Writing Institute에서 법률문서의 수준을 높이는 데 특별하게 기여한 사람들에게 주는 골든펜어워드Golden Pen Award를 받았다. 법률문서작성연구소는 그에게 상을 주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명확한 글쓰기에 대한 그의 명저들은 오늘날 법률가들의 글쓰기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법률가들을 키워내는 법률대학원 교수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소중한 가르침에 대해 우리는 보잘것없는 이 상으로나마 감사함을 표하고자 한다.

Legal Writing Institute

조셉 윌리엄스는 2008년 2월 미시건 사우스헤븐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75년의 삶을 뒤로하고 세상을 떴다.

워드프레스닷컴에서 웹사이트 또는 블로그 만들기